1.  내 귀에 폭탄이 있다.....  

1980년대에 뉴스방송에 어떤 사내가 뛰어들어 '누가 내 귀에 도청장치를 해 놓았다'고 횡설수설 하다가 끌려나간 것이 아마 우리 나라 최초의 대형 뉴스사고였을 것이다.   
어렸을 때도, 금년 초 까지도, 그 사건이 회자될 때면 '그 사람 참 기이한 사람'이네...라고 쯧쯧거리고는 했었다.

그런데 요즘엔 그 사람의 심정이 참으로 이해가 가고, 심지어는 동지애마저 느끼게 되었다!
단지 난 귓 속에 든 것이 '도청장치'가 아니라 '폭탄'이라는 것이 다를 뿐, 귓 속에 이상한 것을 모시고 살려니 얼마나 삶이 피곤했을까.  

"귓 속에 첼로가 들어앉은 후" .... 즉, 이명이 커진 이후, 메니에르병 진단을 받은 지 벌써 두 해가 지났다.  
조금 어지럽고, 조금 안 들리고 해도 그냥저냥 지내 왔다. 

그런데 지난 달 어느날, 갑자기 세상이 '모든' 방향으로 돌기 시작했다. 내가 막연히 심한 '현훈(vertigo)'이 이럴 것이다 상상했던 것과는 차원이 다르게. 음.. 표현하자면 원자핵 주위를 도는 전자에 올라탔다고나 할까? '한 방향'으로 도는 어지러움이 아니었다. 
침대에 누워 있는데, 목소리가 나지 않아서 아줌마를 부를 수도 없었고, 몸을 돌려 등 뒤에 있는 핸드폰을 집어드는 것도 불가능했다. 눈도 뜰 수 없었고, 마르티스종인 소니가 침대 위를 조심스레 걸어다니는 발걸음에도 구토가 나왔다.  

결국 응급실 신세를 지고 말았는데.....
그 후로는 어지럼증 약에 심리적 의존증이 생겨버리고 말았다. 약을 복용하지 않더라도 늘 손이 닿는 곳에 응급시 복용할 약이 있어야만 마음이 놓인다. 퇴근했는데 집에 그 약이 떨어져 있으면 다시 일터에 나와서 책상 속에 둔 약을 챙긴다. 
신경이 온통 재발 방지에 쏠려 있으니 이제는 느껴지는 증상을 통해서 폭탄 - 내림프액(endolymphatic fluid)이 찬 것이니, 엄밀히 말하면 물폭탄이다 - 의 압력을 어느정도 가늠할 수 있게 되었다.  

 

쳇, 이래서야 소는 누가 키우나?  

 

2. 잡동사니 버리기 수행...  

http://www.mt.co.kr/view/mtview.php?type=1&no=2011101908210529425&outlink=1 

근래에 읽은 기사 중 가장 영양가 있는 기사이다. 
집에 쌓여 가는 잡동사니를 바라보며 정리를 시작할 엄두를 못낸 지도 벌써 몇 년이 되어가기 때문 뿐 아니라,  
하고 싶어 벌여놓은 일들, 하기 싫은데 맡아 하는 일들, 굳이 안해도 되는데 욕심내서 하는 일들도 정리할 필요가 있는 것 같다. 마음을 비우기 위해서 뿐 아니라, 이제는 체력도 지력도 이전 같지 않아서이다.  

 

  

 이 책을 요약한 기사라고 하니, 이 책도 사 보아야겠군.  

 어제 책 주문 했는데... 하루만 늦게 할 걸.  

 

  

 

    

 

이 사진은 '잡동사니의 역습'이라는 책소개에 나와 있는 사진을 캡쳐한 것이다.  

우리 집 응접실은 4-5단계. 서재방은 7-8단계 정도 되는 것 같다.  

내 마음 속은 8-9단계인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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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11-10-19 20: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을산님, 반가와요. 다른 말은 생각도 나지 않네요 ^^

가을산 2011-10-19 20:17   좋아요 0 | URL
우와... hnine님 잘 지내시는지요?
페이퍼는 안올려도 서재마을은 가끔 기웃거리고 있어요.
많이 적적해지기는 했지만.... hnine님도 계시고... 아직 여러 분들도 계셔서...

조선인 2011-10-20 08: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메니에르병이 더 악화된 건가요? 걱정이네요. 앞으로 재발없는 가을만 쭈욱 계속되길 기원합니다.

가을산 2011-10-20 16:24   좋아요 0 | URL
압력이 올라갈 때 나타나는 증상을 무시하고 무리하거나 짜게 먹으면 문제가 되는 것 같아요.
덕분에 조신하게 지내고 있답니다.
그나저나... 부비부비... 반갑습니다. ^^

瑚璉 2011-10-20 15: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맑은 가을날에 이것이 웬 참사랍니까. 쾌유를 빕니다.

가을산 2011-10-20 16:26   좋아요 0 | URL
참사가 아니라 특이한 체험 아니겠습니까? ^^
전자에 올라타보는 경험은 아무나 못하는 거니까요.

마립간 2011-10-20 16: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빨리 쾌차하십시오. 신경과 선생님께서 말씀하시길 '아이 낳는 것 보다 심한 고통 3가지 중에 제일이 peripheral vertigo라'고 하신 것이 떠오릅니다.

가을산 2011-10-20 22:52   좋아요 0 | URL
고맙습니다. 덕분에 몸은 엄청 챙기고 삽니다.

반딧불,, 2011-10-21 14: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덥썩. 그저 반갑기만 합니다. 건강하셔야 하는데....
재발 안하고 무사히 잘 넘어갔으면 합니다.

가을산 2011-10-24 22:59   좋아요 0 | URL
반딧불님, 잘 지내셨어요? ^^
이렇게 반겨주시니 고맙습니다.
요즘은 '바른생활'을 지키고 있어서 컨디션이 좋아지고 있습니다. ㅎㅎㅎ

2011-11-02 11:55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