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초등학교 5학년 남자 아이. 비만 때문에 엄마가 걱정이다.

엄마: 우리 애가 살이 쪄서 걱정이에요.

나: 간식 같은 것을 너무 많이 먹이는 것은 아닌지요?

     꼭 과자가 아니더라도 예를 들면 탄산음료나 쥬스 같은 음료수도 의외로 칼로리가 많이 나가거든요.

엄마: 아뇨, 우리는 그런거 냉장고에 사놓지를 않아요.

나:  음... 반찬을 볶음이나 튀김 같은 것은 가능한 피해보시구요..

엄마: 우리 그런거 안먹여요.

나: 그럼 밖에서 놀거나 운동은 충분히 하나요? 

엄마: 아이, 요즘 애들이 나가 놀 시간이 어디 있어요? 학교 갔다오면 학원가야 하고, 영어 학원도 있는데...

나: 그래도 주말이나 저녁 시간에 같이 운동을 해보시죠?

엄마: 아유, 애가 말을 들어야죠.... ! 

나:  ㅡㅡ+   (그럼 나보고 어쩌란 말이야?)

 

2. 중1 남자애, 나이에 비해 체구도 작고 체중도 너무 적게 나간다. 엄마 없이 아빠가 키운다.

아빠: 우리 애가 이렇게 몸이 약해서 공부도 못하겠어요. 외고 가야 하는데..

나: 아이가 조금 체력이 달린 것 같은데, 수영이나 태권도 같은 운동을 시켜보는 것은 어떨까요?

아빠: 운동할 시간이 어디 있어요? 학원 끝나면 밤 11신데...

나: 그래도 지금 나이에 벌써 이렇게 힘들면 앞으로 체력이 따라가지 않을텐데요.

아빠: 그래도 남보란듯이 외고에 가야해요.

나: 그러면 주말에 아빠와 아들이 같이 산에라도 가고, 햇빛이라도 쏘여주세요.

학생: 아빠 주말에는 골프 치러 가야해요.

나: 으이그....  ㅡㅡ;;

 

3.  40대 말쯤 된 남자분, 막내 동생이 백혈병이라고 골수이식에 대해서 질문한다.

남자: 골수 이식을 하면 부작용이 많다면서요?

나: 환자의 골수 세포를 다 없애고 이식을 받아야 하니 위험 부담이 큰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완치 가능성은 가장 높은 방법입니다.

남자: 아니, 골수를 기증해도 부작용이 많다는데요? 거 성덕 바우만에게 골수를 기증한 사람도 후유증이 생겼다던데...

나: (엇, 환자 걱정을 하는게 아니었나?) 골수를 기증한다 해도 큰 위험은 없습니다.  전신 마취를 하고 뼛속에서 골수를 조금 채취하는 것이니까, 마취과정의 위험과 채취한 곳의 작은 흉터가 남는 정도의 위험성이 있습니다. 

남자: 형제들 피검사를 다 해봤는데, 여동생이 가장 잘 맞는다는데, 여동생이 무섭다고 기증하기 싫다는데... 위험이 정말 없나요?

나: 의학에서는 100퍼센트 안전하다는 것은 있을 수 없습니다. 하다못해 맹장수술을 하다가도 죽는 사람이 있는데, 마취를 하다가 쇼크가 오는 사람이 있는데, 위험을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하지만 불가항력적인 경우가 0.01%라도 있느면 100% 안정보장은 할 수 없지요.

남자: 거... 골수 은행이라는데 사람들이 골수를 내놓기도 한다는데, 그건 어떤가요?

나: 직계 가족중에 증여자가 없다면 모르지만, 그런 곳에서 맞는 골수를 찾을 확률은 50만분의 1정도라서 더 어렵지 않을까요?

남자: 그래도.... 그런데서 골수를 얻자면 얼마쯤 하나요?

나: 우리 나라는 헌혈 할때나 장기 기증을 할 때는 다 무보수로 합니다. 돈으로 거래하지 않아요.

남자: 그래도 병원서는 돈을 받던데...

나: 그건 시술비와 그 피를 가공, 저장하는 비용일겁니다.

남자: 그래도 인터넷같은데 젊은이들이 돈 없다고 장기를 판다고도 하던데...

나: 그런건 다 불법이라구요!!!   

정말, 생면부지의 사람을 위해 골수를 기증하겠다고 등록해 놓는 사람들이 있는데, 친동생을 위해 골수를 기증 못한다니, 정말 그 앞에서 표정 구기지 않고 설득하기 위해 무던히도 애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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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완성 2004-07-06 16: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유, 미워'란 생각이 들면서도 만약 내가 저 아이의 엄마라면? 만약 내가 저 아이의 아빠라면? 만약 내게 골수를 기증해달라고 한다면? 하는 질문이 마음 속에 자꾸만 떠올라 할 말이 없어집니다...이런 말을 뻔뻔스럽게 하는 저는 참, 비겁한 사람이어요.

이런 저런 방식으로 다양하게 살아가는 것도 분명히 행복으로 도달하기 위해 나름대로 방법을 찾아낸 것일텐데 조금만 더 마음의 고삐를 늦추고 진짜 행복이 뭔가를 생각하는 여유가 필요하다고..생각해요.
환자들 앞에서 평정심을 유지하기 위해 애쓰시는 가을산님의 모습이 너무나 아름답게만 보입니다^^ 참, 제대로 잘 산다는 건 쉽지 않은 일이네요...

가을산 2004-07-06 16: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마찬가지에요. 큰에가 좀 과체중인데도 별 도리가 없습니다.
1번 보호자의 경우, 가장 중심이 되는 원인은 그대로 두고 무슨 '비방'같은 것을 구하려고 하니 문제입니다. 자신들의 생활 패턴은 전혀 바꿀 의지가 없어요.

저도 '장기 이식'이라면 많건 적건간에 고민을 할 것 같습니다. 하지만, 골수 이식은 장기 이식과 달리, 기증을 해도 금방 원상복귀가 되거든요. 게다가 3번 보호자는 모르고 말한 것이겠지만, 저도 골수은행에 등록을 해놓았는데, 저까지 돈받고 팔기 위해 내놓은 것처럼 느껴져서 괜히 얼굴이 붉어졌었어요.

진/우맘 2004-07-06 16: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흐음.....사과님, 그래도 미운데요!!!!

조선인 2004-07-06 16: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골수은행에 등록한 건 10년쯤 됐는데 아직 연락 한번 받아본적이 없습니다.
그런 거 보면 맞는 기증자 찾는게 정말 어려운 거 같은데... 가족들이 저어한다면.. 안타깝네요.

로렌초의시종 2004-07-06 16: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저런 사람들 앞에서 태연자약하게 이야기해야하는 의사라는 직업이 쉽지 않음을 새삼 절감합니다^^;; 하지만 저 역시도 때로(실은 자주 ㅡ ㅡ;) 저렇게 실펀없이 거저 먹을려고 잔머리 굴릴 떄가 많아서 반성을......

미완성 2004-07-06 16: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가을산님 서재에서 올바른 인간으로 살아가는 법에 대해 많은 것을
깨닫고, 배워갑니다....수강료도 없이 절 가르치는 님은 너무나 좋은 분이어요 ㅠㅠ

//
ㅋㅋㅋ
진/우맘님, 우리 조금만 더 우리의 마음에 '버터'를 발라보아요~
부드으럽게~ 스무쓰~~하게~~
어멋, 가을산님 서재에서 이게 또 웬 애정행각이람! (휘리릭)

panda78 2004-07-06 17: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저렇게는 되지 말아야지. 하고 다짐.. 방심하면 금새 저렇게 되어 버릴 것 같아요..T-T

마냐 2004-07-06 17: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그 직업도 '도 닦아야 하는' 거로군요. ㅋㅋㅋ 그나저나..저런 부모 되지 말아야 하는데..음....멍든사과님 말마따나...오늘도 수강료 없이 한 수 배웁니다.

가을산 2004-07-06 18: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윽....... 저는 바른생활맨이 싫어요..... ^^;;

참, 몇달 전 제가 평상심을 잃었던 적이 딱 한번 있었거든요.(페이퍼에 올렸었는데.)
노무현대통령 탄핵때 탄핵 찬성하시는 아주머니 한분이 혈압 올라서 왔을 때, 제가 제 의견 말했다가 혈압 더 올라서 가신 분.....
그분, 그 이후로 안오십니다. 역시 평상심이 중요해요... ㅜㅡ

조선인 2004-07-07 16: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엇.. 평상심을 잃은 게 단1번... 존경스럽습니다. 큰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