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출처 : balmas님의 "[펌] 한겨레-6·10항쟁 17돌 한국 민주주의는 어디에 있는가"
지금까지 우리 나라의 정치는 '우리 대표를 우리 손으로 뽑는다' 정도를 가까스로 이룬 것 같습니다.
그런데, 제가 보기에는 지금의 체제로는 아무리 개혁적이고 참신한 인물을 국정 운영자로 뽑아도 그가 변하지 않고 초심을 유지하기가 매우 힘들게 되어 있습니다.
그 원인에는 크게 내부 요인과 외부 요인이 있습니다.
내부적으로는, 전문 관료, 정책 자문그룹, 경제 전문가들, 경제계 리더들에 둘러쌓여버리게 되어 재교육 당하거나, 의지가 있어도 대통령이 필요로 하는 정보의 제공이나 정책의 실행 과정에서 변형되는 것입니다.
제가 보기에, 노무현 대통령은 경제적인 면에서는 신자유주의 그룹에 완전히 설득당한 것 같습니다. (그가 아직 변하지 않았다고 생각할 사람도 있고, 반대로 원래 그런 사람이었다고 평가할 사람도 있을겁니다. )
외부적으로는, 미국 부시정부, 다국적기업의 로비, WTO 와 FTA, TRIPS 등으로 대표되는 신자유주의 세계화 세력의 압력이 만만치 않다는 것입니다. 현재 세계의 가장 강한 국가, 가장 강한 기업군, 가장 강한 국제 기구가 이들입니다.
(얼마나 위력이 집요하고 세세한지, 예를 들겠습니다. 2년 전 정부가 글리벡의 약값을 24000원 대에서 17000원 대로 인하하려고 한 적이 있습니다. 그랬더니 온갖 국제 통상기구에서 압력이 들어왔습니다. 결국은 약가 인하를 추진하려고 했던 보건복지부 장관이 물러나야 했습니다. 약 한가지 때문에. 그러니, 정책 전반에 대한 압력은 상상을 초월합니다.)
우리의 대표가 초심을 유지하고 민의를 제대로 반영하는 정책을 펴기 위해서는, 개혁적인 정권을 세우는 것 만으로 되지 않고, 이 내외적인 요인에 대한 대응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내부적으로는 다양한 정책그룹과 전문가들을 양성해서, 진정한 정책정당이 뿌리를 내려서 설득 당하지 않고 그들의 정책을 끝까지 밀고 나갈 수 있는 저력을 키우는 것을 비롯한, 여러 가지 장치가 필요할 것입니다.
중요한 것은 외부적인 압력에 어떻게 대처하는가 하는 것인데,
지금 신자유주의 세계화를 밀어붙이고 있는 주체들에 대응할 힘을 조직해야 하는데, 이는 한 국가나 한 나라 국민의 힘으로 가능하지 않습니다. 세계사회포럼을 비롯한 진영에서도 '문제점은 파악했다. 그러나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뾰족한 해답이 없는 상태인 것 같습니다.
정말 어려운 일이지만, 전 세계적으로 문제 의식을 가진 사람들이
신자유주의 세계화가 가져올 파국적 결과에 대해 알리고, 여론을 형성해서
각자 자기 정부에 그런 문제점에 능동적으로 연대하도록 압력을 넣고,
이렇게 해서 형성되는 국제 여론, 국제 기구로 하여금 신자유주의 세계화를 멈추도록 해야 할겁니다.
갈길이 까마득하죠?
이런 내외적인 요인을 제거하지 않는 한 제대로된 지도자를 얻기란 참으로 어려울 것 같습니다.
얼기설기 생각을 얽어보았는데, 뜬구름 잡는 수준인 것 같아 갑갑합니다.
그래도, 구체적으로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으로는 내일 행사가 있지요.
바로 여기에서 할 수 있는 것부터 해야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