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보리 파종
이른바 태평농법 혹은 자연농법이라는 것을 무작정 흉내내보기로 했다.
인터넷으로 찾아볼 때는 쌀보리도 종자가 다양하던데, 막상 사려고 보니 찬물 더운물 가릴 처지가 아니었다.
시내의 종묘상에는 그런 거 취급 안한다고 그러고, 대전 시내의 어느 농협을 가야 종자를 구할 수 있는지도 모르겠고.... 몇 주 전에 중앙시장을 뒤져서 곡물을 파는 가게에서 껍질을 벗기지 않은 쌀보리를 한 봉다리 살 수 있었다.
자, 어제는 파종을 하기로 맘 먹었던 날. 주말농장에 갔다.
원래 주말농장은 아래 사진에서는 저 아래 하우스 시설 있는 부근이고,
지금 사진 찍은 곳은 그곳보다 산쪽으로 올라온 평평한 밭이다.
하우스 부근이 아닌 곳은 어차피 놀리는 땅이라 마음대로 골라잡아도 된단다.
포부는 거창해서, 내년에 벼를 심으려면 '평평해야' 한다고 생각해서 조금 멀지만 이 곳을 골랐다.
말이 밭이지, 그간 5년 이상 방치되어서 여름에는 잡초가 허리까지 온통 자라 올라오는 곳이다.
날이 추워서 잡초가 시들어 있는 모습. (이곳은 개간한 밭이 아니라 다음 주에 마저 개간할 예정인 밭이다.)

태평/자연농법 책에 보면 씨를 뿌리고 나서, 짚으로 그 위를 덮어주라고 되어 있어서
그것을 읽은 후 부터는 길을 가다 짚단이 쌓여 있는 것만 보면 어떻게 짚을 좀 얻을 수 있을까... 고민했는데,
이 마른 잡초더미를 보니 공연한 걱정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런데, 이런 잡초 더미 위에 그냥 씨를 뿌리면 보리가 땅에 도달하지도 못할 것 같았다.
그래서 '추수 직후의 조건'을 비스무리하게 만들기 위해서 일단 잡초더미를 제거하기로 했다.
---------
아래 사진은 3시간 노동의 결과물.
수북한 잡초를 제거하는데 촘촘하게 박힌 뿌리 때문에 상당히 애먹었다. 맨 손으로 '뜯어넥토미'를 시행했다.
겉에서 보아 매말라 보이던 잡초더미 밑에는 독특한 '마이크로 환경'이 숨어 있었다.
얼마 전에 눈이 와서 물기가 촉촉했고, 기온도 더 따뜻했는지, 쑥이며 잡초 싹이 파랗게 자라 있었는데,
졸지에 옷이 홀랑 벗겨져 찬 공기에 노출되었다.
이 위에 보리를 술술 흩어 뿌렸다. 얼마나 뿌려야 하는지 몰라서 원래 목표했던 면적의 반만 '개간'했으니, 뿌리는 양도 산 보리의 반만 뿌렸다.

--------------
제거했던 잡초더미를 다시 덮어 놓은 모습. 그 사이에 해가 뉘엿뉘엿 기울었다.
책에는 김매기를 할 필요가 없다고 했는데, 내년에는 아무래도 김매기를 열심히 해야 할 듯.
잡초들의 텃밭에 보리가 자리잡을 때 까지는.

2. 무 수확
내가 심은 무는 아니고, '공동수확' 하려고 조금 때늦게 심은 무와 배추가 남아 있었다.
원대빵이 요즘 바빠서 못 온다면서,
이제 추워져서 더이상 자라지 못할테니 남아있는 파란 것은 무조건 다 뽑아 가라고 그랬다.
무를 뽑는데 땅도 얼고 벌써 무 일부도 얼어 있었다. 어제 뽑지 않았다면 간밤의 추위에 다 얼어 버려서 못 먹게 되었을 뻔 했다.
자, 아래가 그 수확물..... 어째 무는 잘 안 보이고 이파리만 잔뜩 보인다. 
무는 큰 것이 주먹 정도로 컸고, 작은 것은 알타리 무 정도의 크기였다.
그리고 단무지용 무도 꽤 있었는데, 길이는 마치 우엉처럼 길다란 것이 두께는 고작 손가락 두께 정도가 대부분이었다.

작은 무는 골라서 알타리 김치를 담그고, 큰 무는 좀 보관해 놓고,
무청은 삶아 말려서 시래기 만들고,
단무지용 무는 무말랭이 만들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