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물며 성과사회의 여성들은 우울에서 그치지 않는다. 이들은 불안을 덮어쓴다. 우울은 "아무것도 불가능하지 않다고 믿는 사회에서만 가능"하다고 한다. 그 불가능없는 신화속 세상에서 자신만은 불가능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할 때 불안은 커진다. - P148
직장이 괜히 직장인가. 그곳에서 일할 이유가 있으니 직장이다. 잘하고 싶고 인정받고 싶었다. 돈 벌기 위해 하는 일일지라도, 그 시간에 의미를 부여하고 싶었다. 그것을 바랐을 뿐인데, 우리는 야금야금 미쳐갔다. - P156
스스로에게 ‘성실한가‘ 묻는 것은 무의미한 일이다. 성실은 눈금없는 자이다. 그것으론 무엇도 잴 수 없음을 알면서 끊임없이 스스로에게 그 자를 가져다 댄다. - P60
시기에 따라, 환경에 따라, 필요에 따라 병은 만들어지는 것이다. 아는 게 병이라는 말은 사실인 듯. 내용이 자세한 것은 장점인데 계속 반복되고 있어서 나중에는 좀 지루해진 바람에 대충 읽었지만 ‘의료화‘의 문제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볼 수 있었던 좋은 책이었다.
이제 질병을 마케팅함으로써 약품을 홍보하는 방식은 제약 업계에서흔한 일이 되었고, 이는 소비자 대상 직접 광고가 가능해지면서 더욱 수익성 높은 방식으로 자리 잡게 되었다. - P275
변화하는 의료 체계 속에서 소비자는 중요한 참여자가 되었다.보건 의료는 상품화되고 시장의 힘에 좌우되면서 점차 다른 소비재나 서비스와 닮아 가기 시작했다. 우리는 이제 의료보험을고르고, 시장에서 의료 서비스를 구매하며, 의료 기관을 골라서 갈 수 있는 소비자가 되었다. 이제 병원과 의료 기관들은 환자를 소비자로 두고 경쟁하게 되었다. - P280
의료화의 측면에서 관리 의료는 보상인 동시에 제약이다.이는 특히 정신의학 분야에서 두드러진다. 관리 의료는 정신적·감정적 문제를 가지고 있는 사람에 대한 심리 치료의 보험적용 범위를 크게 축소했지만(Shore and Beigel 1996), 향정신성의약품 보장에는 훨씬 너그러웠다. 이로써 관리 의료는 성인과아동을 대상으로 향정신성의약품 사용을 늘리는 하나의 요인이 되었다(Goode 2002). 의사들 역시 정신 질환에는 [심리 치료가아닌] 약물 처방을 해야 관리 의료의 보장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을 알고 있기에, 약물치료는 더욱 가속화될 것이다. - P285
의료화의 확대를 추진하는 동력은 의료 전문가, 전문가나 조직간의 경쟁, 사회운동, 이익집단에서 생명공학, 소비자 관리 의료 기구로 변하고 있다. 의사는 여전히 의학적 치료의 문지기역할을 하지만, 이들의 역할은 의료화의 확대와 수축에 있어서점차 종속적인 위치가 되고 있다. 간단히 말해, 의료화의 동력이 되는 주체들이 급증하면서, 이제 전문적인 의료화 주장제시자들보다 기업과 시장의 이해관계가 의료화에 더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 P287
사회의 광범위한 의료화에 대한 내 주된 우려는 인간의 다양성을 병리로 바꾸어 놓는다는 점이다. 학습 능력의 차이는 ADHD나 학습장애가 되고, 성욕이나 성 기능의 차이는 성기능장애가된다. 극단적으로 무언가에 집중하는 행동은 성 중독, 쇼핑 중독 인터넷 중독이 되고(Quinn 2001), 개개인의 성격이나 외모 차이에는 사회공포증이나 특발성 저신장증 같은 진단이 내려진다. 우리는 오랫동안 일반적인 삶의 사건, 즉 임신에서 출산, 완경 같은 자연스러운 일들을 의학적 사건으로 바꾸어 놓았다. 이제 가슴 크기, 작은 키, 대머리를 의학적 증강이 필요한 문제로바꾸어 놓고 있다. 머지않은 미래에는 유전학적 개입을 통해 작은 키, "중독"에 대한 취약성, 낮은 학습 능력과 운동신경 등 우리가 병리라고 생각하는 특성을 사전에 배제한 태아를 디자인하게 될지 모른다. 모든 인간적 차이를 병리적으로 접근하게 되고,이를 진단할 수 있는 질병으로 간주해, 의학적 개입의 대상으로삼을 것이다. 낸시 프레스의 지적대로, "의료화는 단순히 인간기능의 다양성으로 간주할 수 있는 것들을 병리화한다"(Press 2006, 138). 가장 큰 위험은 모든 차이를 병리화함으로써 인간 삶의 다양성에 대한 존중과 관용을 갉아먹게 된다는 점이다. - P298
FDA는 1996년 팍실(파록세틴염산염수화물)을 우울증 치료제로승인했다. 팍실은 프로작을 비롯한 SSRIs 계열의 우울증 치료제로 시장이 포화된 상황에서 출시되었다. 팍실의 제조사(현 글락소스미스클라인)는 이미 포화 상태인 "우울증 시장"에 대응해 FDA에 팍실의 추가 적용 승인을 요청했다. 팍실 제조사는 공황장애, 강박장애, 사회불안장애, 범불안장애 등을 포괄하는 "불안 시장"을 특화하는 전략을 선택했다. 팍실이 사회불안장애와 범불안장애에 쓰이면서 걱정이나 수줍음 같은 감정들을 의료화하는 데일조하게 되었다(S. Scott 2006). 이는 어떻게 제약업계의 마케팅이 평범한 인간의 특성과 경험을 의료화하고 재구성하는지를 보여 주는 핵심 사례다. - P50
인터넷에는 성인 ADHD에 관한 책을 읽고 의사에게 찾아가 진단을 구했다는 댓글도 많다. 딜러는 《왜 산만해지는가》를 읽고 자가진단을 내렸던 자신의 환자 이야기를 기록하기도 했다(Diller 1997). 그에 따르면 자가진단을 내린 채 찾아오는 환자의 경우 책을 통해 증상들의 체크리스트를 살펴보고 오기 때문에 실제 아동기에 증상들이 존재했는지 확인하기 어렵다. 이제 자가 진단 결과는 전문가가 진단에서 참작해야 하는 요소 중 하나가 되었다. 한 정신의학자는 동료에게 "이제 내 진료 업무에서 성인 ADHD는 가장 흔한 자가 진단 증상이 되었다. 환자가 직장 내 실패, 이혼, 낮은 동기부여, 성공의 부재, 만성적인우울증에 대해 별로 합리적이지도 않은 생물학적 원인을 찾게될까 두렵다"라는 글을 보내기도 했다(Shaffer 1994, 638).진단을 구하는 행위는 성인 ADHD의 등장에 있어 필수 불가결한 특성이다. 이런 형태의 자기 낙인, 정보 교환, 진단 추구는 특정한 성인 문제들을 의료화하는 사회적 원동력이 되었다. 이와 같은 일이 없었다면, 성인 ADHD는 굉장히 제한적으로만 확산되었을 것이다. - P1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