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나이듦에 대하여 - 여성학자 박혜란의 10년 간 더 느긋하고 깊어진 생각모음
박혜란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10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친한 언니랑 살아가는 이야기를 나누는 기분이랄까, 글도 내용도 편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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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정 부모님은 신앙생활을 하지 않는다.

초파일에나 한 번 아는 사람이 있는 절에 연등을 매달 뿐, 굳이 이름 붙이자면 기복신앙 인거다.

울 엄니는 필요하면 점도 보러다니고, 집에는 부적도 붙여둔다.

자식들이 교회에, 성당에 나가는 것을 막지 않는 것은 '어느 구름에 비가 올지 몰라서'이다.

대체적으로 부모가 기독교신자면 자식도 기독교 신자여서 일요일이면 온 가족이 성경을 옆구리에 끼고 교회에 오는데

그 모습이 그렇게 부러울 수가 없었다.

어디에나 권력집단은 있는 것이어서 교회에서는 장로 아버지, 권사 어머니가 있으면 50점은 먹고 들어간다고 해야하나?

어쨌든 본인의 신앙이 어떻든 간에 주목을 받는다.

그래서 장로 아버지, 권사 어머니 가진 남자랑 결혼 했는데...... 내 생각이 틀렸다.

부모의 신앙이 깊다해서 자식도 꼭 그러라는 법은 없다는 것을 결혼하고서야 알았다.

그리고 멀리서 볼 때는 신앙을 가진 가족의 생활은 매일이 '즐거운 나의 집'일 줄 알았는데 그 것 역시 아니었다.

신앙심 깊은 부모 밑의 '땡초' 자식의 집안 내 위치라는 것은 차라리 종교가 없는 집보다 못했으니.

신앙과 생각의 다름을 이해하는 데 너무 많은 시간과 노력을 기울여야 했다.

정말 기운빠지는 일이다.

일요일은 7일마다 돌아오니까.

 

'나, 제왕의 생애'를 읽는데 왜 그 생각이 났을까?

아마도 원하지 않는 권좌에 앉아 꼭두각시 노릇만 하다가 쫓겨나 버린 단백 때문이었겠지.

누구도 부모를 선택할 수 없고, 태어나면 부모가 만들어 놓은 세계에 발을 들여놓게 되니까.

어려서는 몰랐던, 왕이 되기 전에는 몰랐던 인생의 쓴 맛과 단 맛을 알아버린 단백의 마음을 알 듯하다.

멀리서 바라보던 세계와 직접 경험하는 세계는 같지 않다.

그것의 차이를 인정하고 어떤 것은 받아들이며 어떤 것은 거부하는 것이 어른이 된다는 것이 아니겠는지.

줄 타는 광대가 된 단백이 행복했는지는 모르겠으나 어쨌거나 자신이 원하는 것을 찾았으니 불행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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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 눈에는 엄마로 보이지 않는 여성의 뒷 모습.

서문만 읽고서 '이건 내 이야기야.'라고 생각했다.

늘 있었던 내 방, 내 책상이 결혼과 함께 없어졌다.

거실 한쪽에 작은 책상을 마련했던 것은 그렇게 사라져가는 나를 붙들고자 함이었는지도 모르겠다.

여성관련 책을 하나씩 사서 읽었던 것도 그 무렵이었다.

 

 

 

결혼이 여자의 완성인 것처럼 키웠던 엄마에 대한 원망이었을까.

난 딸에게 신데렐라, 백설공주 같은 공주과 책을 읽어주지 않았다.

유치원 다닐 때 큰 애가 가장 좋아하는 동화는 성냥팔이 소녀였다.

딸은 성냥을 사 주지 않고 외면했던 어른들을 미워했다.

글을 읽을 수 있게 되자 사 줬던 책들은 다음과 같다.

 

 

 

 

 

 

 

'아우성'으로 한참 유명세를 탔던 구성애씨가 그랬다.

자식들이 커서 맘에 안 드는 상대를 데려와 결혼하겠다 하면 그때서야 눈에 흙이 들어가야 하네 마네 하며 뜯어말려도 소용없다고.

엄마 말 듣는 말랑말랑한 시절부터 암암리에 애들한테 엄마 스타일을 주입해야 한단다.

그래야 나중에 이성을 사귈 때 '울 엄마가 마마보이는 안된댔지, 술 담배 하는 남자도 안 돼.' 머 이렇게 자가 검열이 가능하단거지.

그래서 딸이 중학생이 되자 엄마의 경험을 이야기하면서 결혼에 대한 이야기를 자주 했다.

결혼이란 자신의 부족함을 채우기 위해 하는 것이 아니라고.

혼자서 충분히 살 수 있을 때 하는 거라고.

남자를 위해 네 자신을 희생해서도 안 되고, 남자가 너를 위해 희생하는 것도 안 되고,

둘이 만나 서로의 인생을 더 반짝이게 해주는 것이라고.

다음은 그런 이야기와 함께 딸에게 권했던 책들이다.

 

 

 

 

 

 

 

 

나중에는 권하지 않아도 내 책꽂이에서 찾아 읽기도 했다.

교육을 너무 진지하게 했는지 큰 딸은 결혼에 대한 로망이 별로 없다.

작은 딸은 내가 좀 기운이 빠졌을 때 태어나서 그런지 결혼에 대한 핑크빛 기대감을 갖고 있다.

그 애의 꿈은 '사모님' 으로 부자 만나서 떵떵거리고 살고 싶다고 한다.

모든 교육이 성공할 수는 없는 거지. 쩝.

 

'엄마의 책방'을 읽으면서 딸에게 권할 책이 하나 더 늘었구나 생각한다.

내가 쓰지 않은 책이지만 내가 쓴 것 같은 책이다.

결혼 전에 읽는다면 많은 도움이 될 것 같다.

얼마전에 그런 책을 또 한 권 발견하여 딸에게 권했다.

 

 중고로 구입했다가 책 상태가 너무 엉망이어서 반품하고 새로 구입했던 책이다.

많이 안다고 해서 잘 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모르고 당하는 것보다야 낫겠지.

딸들의 결혼생활이 나보다는 실수가 좀 적었으면 좋겠고, 덜 힘들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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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2013-10-29 16: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미스 럼피우스> 같은 책도 참으로 아름답다고 느껴요.
교육이라기보다 삶 문제로구나 하고 느끼곤 해요..

가상 2013-10-30 09:35   좋아요 0 | URL
이제는 아이들이 다 커서 그림이 많은 책은 잘 사지 않지만 소개해 주신 책은 사 보고 싶네요.
가끔씩 제가 보려고 그림책을 사거든요.
 

 

책에서 말한 미래가 현실에서 이미 과거가 되어버린 책을 읽는다는 것은 김빠지는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을 읽고자 함은 비영리기관의 조직관리에 대한 어떤 영감을 얻을 수 있을까 해서다.

결과는...... 잘 모르겠다.

체계와 기록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책을 읽지 않아도 충분히 깨닫고 있는 터.

조직에서 지도자의 마음가짐과 역량이 어떠해야 하는지가 중요할 뿐.

그것 역시도 뼈저리게 느끼고 있다.

자기가 만든 조직을 자기가 없어도 잘 굴러가도록 만들어 놓는 것이 지도자의 자세라는 점에 동감한다.

나 아니면 안된다는 생각은 위험하다.

 

이전에 읽었던 에세이의 느낌이 좋아서 중고로 구입한 책인데 이 책 역시 안 표지의 서명과 본문 밑줄이 여러군데 보인다.(이 또한 상태는 최상이라고 주장했다. 짜증 내기도 지친다.)

누군가에게 선물을 받은 책인가본데 자기 이름만 지우고 준 사람의 이름은 지우지 않았다. 허허 참.

본문의 밑줄은 연필로 그어 놓았길레 지웠다.

나 아닌 누군가가 그은 밑줄은 그의 독후감을 읽는 것과 같다고 생각하는데 이 사람의 밑줄긋기는 독특하다.

'왜 이런 곳에 밑줄을......?' 알고 싶지도 않다.

서문에 내용 중 언급한 책들을 찾아 읽어 볼 마음이 생기도록 글을 쓰겠다고 해서 내심 기대를 하며 읽었는데 그다지 마음 끌리는 책이 없다.

책이나 작가에 대한 배경 설명은 참 좋았다. 아는 만큼 보이는 법이니까.

 

한겨레신문에 기사가 났을 때부터 읽고 싶었다.

가격이 좀 있는 새 책을 사볼만큼 단독주택에 대한 열망이 없었으므로 기다리다가 중고로 구입했다.

읽어갈수록 내 집을 짓고 싶다는 생각이 사라지는 놀라운 책이다!

단독주택 짓는 것 생각보다 비싸지 않고 어렵지 않다고 계속 주장하고 있음에도 그런 생각이 들었다.

역시 집은 아무나 짓는게 아니다.

좋은 땅 고르는 법부터 설계, 건축, 인테리어에 대해 자세하게 설명하고 있어서 참고할 만한 내용이 많다.

하지만 땅콩집의 한계는 좋은 이웃(삶의 방식뿐 아니라 재산권 행사에도 맘을 맞출 수 있을 정도의) 여부에 많은 영향을 받는 다는 거다.

나에게도 건축가 친구가 있다면 한 번 생각해 보겠다.

 

 갑자기 주변의 모든 일이 부질없어 보일 때가 있다.

우울이 시작되는 시기다.

그런 시기에는 여행, 특히 해외여행을 좋아하지 않는데도 이런 책을 고르게 된다.

걷고, 먹고, 자고를 반복하는 단순한 일상.

매일 일하고, 먹고, 자고 하는 단순한 일상을 반복하는데 왜 이 곳에서는 지루하고 거기서는 매일 가슴 뛰는 것인가. 걷는 것도 따지고 보면 일인데.

이 '단순'과 저 '단순'의 내용이 다르기 때문인가.

그 의미를, 그 차이를 느끼지 못한다면 바뀌는 것은 없다.

글쓴이 말대로 산티아고 가는 길을 알려주는 노란 화살표처럼 삶에서도 그런 이정표가 있다면 정말 좋을까?

그 이정표 앞에서 망설이지 않을 자신이 있나?

 

뭔가 좀 안정되어 가는구나 한숨 돌릴 때가 되면 기다렸다는 듯이 일이 한꺼번에 터진다.

어르신들은 한꺼번에 감기에 걸리고, 직원들은 몰아서 사직서를 제출한다.

월요일부터 이렇게 무겁게 시작되니 이번 주는 힘들겠다는 생각을 한다.

언제 힘들지 않았던 때가 있었던가?

 

'이 또한 지나가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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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2013-10-29 10: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곧 즐거우며 싱그러운 바람 불겠지요.
좋은 책들과 벗삼는 좋은 가을 누리셔요~

가상 2013-10-29 11:38   좋아요 0 | URL
책상 옆에서 가을 볕 쬐며 우울한 마음을 바짝 말리고 있습니다.
함께살기님도 기분 좋은 하루 보내세요!
 

이유에 대해 뭐라 콕 찍어 말할 수 없으나 요즘엔 책을 읽고 나서도 쓸 말이 없다.

지난 주에는 내가 읽고 싶었다기보다는 다른 사람들이 쓴 글에 자주 오르내려서 궁금하던 책을 두 권 읽었다.

 

로맹 가리의 책은...... 나와는 맞지 않는다.

답답한 결말이 이어지는 단편을 결국 다 읽지 못하고 내려놓았다.

글이 이런식이면 작가가 권총자살을 했다는 것이 전혀 놀랍지 않다.

'현시창'이라도 가상의 세계에서만은 해피엔딩을 원한다.

 

 

 

소설의 형식이 독특하고 내용도 매우 공감이 가나 별 감흥이 없다.

몇년전에 나보다 한 살 위의 여성과 꽤 사적인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다.

나는 친구도 별로 없는데다 친구들과도 속 깊은 이야기는 하지 않는 편이라서 그녀와 그런 이야기를 했다는 것이 지금도 좀 놀라울 때가 있다.

이상도 하지.

같이 있으면 마음에 빗장이 채워지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나도 모르게 무장해제가 되는 사람이 있다.

그녀와 같이 있으면 나도 모르게 내 이야기를 털어 놓게 되었다.

아마도 스스로를 무장해제 시키는 그녀 특유의 말투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녀가 그랬다.

연애 말고 대화만 하는 이성친구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연애 한 번 못 해보고 선 본지 한 달 만에 나이 차가 많은 남자와 결혼한 그녀로서는 충분히 할만한 생각이긴 했지만,

난 콧방귀를 뀌었다.

나이 마흔 넘어 아내 아닌 여자를 만나는 남자가 허구헌날 까페에 마주 앉아서 당신과 이야기만 할 수 있을거라 생각하다니 정말 순진하다며.

소설을 읽으면서 그녀를 떠올린 건 에미도 처음에는 그런 마음으로 메일을 주고 받은게 아닐까 싶었기 때문이다.

결혼한 여자가 남편과 육아, 교육, 가정 대소사 말고 나눌 이야기가 얼마나 되는지 생각한다면 이해 못할 바도 아니다.

나 역시 그녀와 같은 생각(대화만 하는 이성친구를 갖고 싶다)을 한 적이 있었으니까.

어떤 경우건 상대에 대한 매력없이 만남이 이어질 수 있는지가 의문스럽다.

남자를 좋아하는 남자를 만나지 않는 다음에야 이성간 끌리는 마음을 의지로 누를 수 있을 것인지 장담하지 못하는 한,

대화만 하는 이성친구는 사귀기 어렵다고 본다.

 

영화 '하녀'에서 이정재의 대사가 생각난다.

하녀에게 생긴 자기 아이를 낙태시키려고 한 장모에게 한 말. 당신 딸이 낳아야만 내 자식인 거냐고.

정말, 진정한 수컷만이 할 수 있는 대사다!

 

하여, 진정한 수컷이라면 까페에서 여자와 마주 앉아 책 이야기, 영화이야기로 수다만 떨지 않을 것이며,

노을 진 바닷가를 '손만' 잡고 걷지는 않을 것이라는 말이다.

아무런 성적 제스처 없이 이야기만 할 수 있는 그런 남자 있으면 당장 친구 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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