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정 부모님은 신앙생활을 하지 않는다.
초파일에나 한 번 아는 사람이 있는 절에 연등을 매달 뿐, 굳이 이름 붙이자면 기복신앙 인거다.
울 엄니는 필요하면 점도 보러다니고, 집에는 부적도 붙여둔다.
자식들이 교회에, 성당에 나가는 것을 막지 않는 것은 '어느 구름에 비가 올지 몰라서'이다.
대체적으로 부모가 기독교신자면 자식도 기독교 신자여서 일요일이면 온 가족이 성경을 옆구리에 끼고 교회에 오는데
그 모습이 그렇게 부러울 수가 없었다.
어디에나 권력집단은 있는 것이어서 교회에서는 장로 아버지, 권사 어머니가 있으면 50점은 먹고 들어간다고 해야하나?
어쨌든 본인의 신앙이 어떻든 간에 주목을 받는다.
그래서 장로 아버지, 권사 어머니 가진 남자랑 결혼 했는데...... 내 생각이 틀렸다.
부모의 신앙이 깊다해서 자식도 꼭 그러라는 법은 없다는 것을 결혼하고서야 알았다.
그리고 멀리서 볼 때는 신앙을 가진 가족의 생활은 매일이 '즐거운 나의 집'일 줄 알았는데 그 것 역시 아니었다.
신앙심 깊은 부모 밑의 '땡초' 자식의 집안 내 위치라는 것은 차라리 종교가 없는 집보다 못했으니.
신앙과 생각의 다름을 이해하는 데 너무 많은 시간과 노력을 기울여야 했다.
정말 기운빠지는 일이다.
일요일은 7일마다 돌아오니까.
'나, 제왕의 생애'를 읽는데 왜 그 생각이 났을까?
아마도 원하지 않는 권좌에 앉아 꼭두각시 노릇만 하다가 쫓겨나 버린 단백 때문이었겠지.
누구도 부모를 선택할 수 없고, 태어나면 부모가 만들어 놓은 세계에 발을 들여놓게 되니까.
어려서는 몰랐던, 왕이 되기 전에는 몰랐던 인생의 쓴 맛과 단 맛을 알아버린 단백의 마음을 알 듯하다.
멀리서 바라보던 세계와 직접 경험하는 세계는 같지 않다.
그것의 차이를 인정하고 어떤 것은 받아들이며 어떤 것은 거부하는 것이 어른이 된다는 것이 아니겠는지.
줄 타는 광대가 된 단백이 행복했는지는 모르겠으나 어쨌거나 자신이 원하는 것을 찾았으니 불행하지는 않았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