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에서 말한 미래가 현실에서 이미 과거가 되어버린 책을 읽는다는 것은 김빠지는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을 읽고자 함은 비영리기관의 조직관리에 대한 어떤 영감을 얻을 수 있을까 해서다.
결과는...... 잘 모르겠다.
체계와 기록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책을 읽지 않아도 충분히 깨닫고 있는 터.
조직에서 지도자의 마음가짐과 역량이 어떠해야 하는지가 중요할 뿐.
그것 역시도 뼈저리게 느끼고 있다.
자기가 만든 조직을 자기가 없어도 잘 굴러가도록 만들어 놓는 것이 지도자의 자세라는 점에 동감한다.
나 아니면 안된다는 생각은 위험하다.

이전에 읽었던 에세이의 느낌이 좋아서 중고로 구입한 책인데 이 책 역시 안 표지의 서명과 본문 밑줄이 여러군데 보인다.(이 또한 상태는 최상이라고 주장했다. 짜증 내기도 지친다.)
누군가에게 선물을 받은 책인가본데 자기 이름만 지우고 준 사람의 이름은 지우지 않았다. 허허 참.
본문의 밑줄은 연필로 그어 놓았길레 지웠다.
나 아닌 누군가가 그은 밑줄은 그의 독후감을 읽는 것과 같다고 생각하는데 이 사람의 밑줄긋기는 독특하다.
'왜 이런 곳에 밑줄을......?' 알고 싶지도 않다.
서문에 내용 중 언급한 책들을 찾아 읽어 볼 마음이 생기도록 글을 쓰겠다고 해서 내심 기대를 하며 읽었는데 그다지 마음 끌리는 책이 없다.
책이나 작가에 대한 배경 설명은 참 좋았다. 아는 만큼 보이는 법이니까.

한겨레신문에 기사가 났을 때부터 읽고 싶었다.
가격이 좀 있는 새 책을 사볼만큼 단독주택에 대한 열망이 없었으므로 기다리다가 중고로 구입했다.
읽어갈수록 내 집을 짓고 싶다는 생각이 사라지는 놀라운 책이다!
단독주택 짓는 것 생각보다 비싸지 않고 어렵지 않다고 계속 주장하고 있음에도 그런 생각이 들었다.
역시 집은 아무나 짓는게 아니다.
좋은 땅 고르는 법부터 설계, 건축, 인테리어에 대해 자세하게 설명하고 있어서 참고할 만한 내용이 많다.
하지만 땅콩집의 한계는 좋은 이웃(삶의 방식뿐 아니라 재산권 행사에도 맘을 맞출 수 있을 정도의) 여부에 많은 영향을 받는 다는 거다.
나에게도 건축가 친구가 있다면 한 번 생각해 보겠다.

갑자기 주변의 모든 일이 부질없어 보일 때가 있다.
우울이 시작되는 시기다.
그런 시기에는 여행, 특히 해외여행을 좋아하지 않는데도 이런 책을 고르게 된다.
걷고, 먹고, 자고를 반복하는 단순한 일상.
매일 일하고, 먹고, 자고 하는 단순한 일상을 반복하는데 왜 이 곳에서는 지루하고 거기서는 매일 가슴 뛰는 것인가. 걷는 것도 따지고 보면 일인데.
이 '단순'과 저 '단순'의 내용이 다르기 때문인가.
그 의미를, 그 차이를 느끼지 못한다면 바뀌는 것은 없다.
글쓴이 말대로 산티아고 가는 길을 알려주는 노란 화살표처럼 삶에서도 그런 이정표가 있다면 정말 좋을까?
그 이정표 앞에서 망설이지 않을 자신이 있나?
뭔가 좀 안정되어 가는구나 한숨 돌릴 때가 되면 기다렸다는 듯이 일이 한꺼번에 터진다.
어르신들은 한꺼번에 감기에 걸리고, 직원들은 몰아서 사직서를 제출한다.
월요일부터 이렇게 무겁게 시작되니 이번 주는 힘들겠다는 생각을 한다.
언제 힘들지 않았던 때가 있었던가?
'이 또한 지나가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