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학 들어가는 딸이 보면 좋을 것 같은 프로그램이길레 권했더니 흥미를 보이지 않는다.
대학이 결정되고 난 후 딸의 모습에서 모든 것을 끝낸 사람의 여유를 본다.
대학은 시작일 뿐인데.
6부작인데 어제서야 알게 되어 2부를 봤다.
대학생 또는 취업준비생 5명의 멘토링을 통해 진정한 인재상에 대해 알아보는 내용.
그 중 제일 눈에 띄는 사람은 북경대 재학 중이면서 다양한 스펙쌓기에 열중하는 사람이었다.
보통 사람들이 생각하는 '인재'다.
학점 관리하면서 높은 공인영어, 중국어 점수 유지하고, 다양한 공공기관과 기업에서 인턴으로 경험 쌓고.
스스로도 꽤 자부심이 높다. 그럴테지.
원하는 미래는 대기업에 취업하여 국내, 해외 영업하면서 돈은 많이 벌고 야근은 별로 없는 그런 삶을 살고 싶단다.
자부심이 하늘을 찌르던 그는 멘토의 우려와 전 대기업 인사담당자의 '나 같으면 저 사람 안 뽑습니다'라는 소리를 듣고 좌절한다.
화면에 비친 그의 얼굴은 처음과 달리 정말로 당황하고 절망한 것처럼 보였다.
멘토 중 한 사람은 그런 말을 했다.
무엇을 하며 살아야 할 것인지는 잘 아는데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지는 잘 모르는 것 같다고.
정확한 지적이라고 본다.
우리의 교육은 '무엇'은 묻지만 '어떻게'는 묻지 않는다.
뭐 해먹고 살래라고 묻지 어떻게 살거야라고 묻지 않는다.
그래서 자신의 주관이 아닌 타인의 기준에 자신을 맞추기 위해서 '스펙'을 쌓는 거다.
그 북경대 청년처럼.
나 같으면 안 뽑겠다고 했던 전 인사담당자의 설명은 그랬다.
'너무 기둥이 많다, 많은 기둥을 좀 정리해서 한 두개의 기둥을 잘 세우면 좋을 것 같다.'
얼마전에 읽은 신문 칼럼에서 글쓴이는 사람들은 직장과 직업을 혼동한다고 했다.
직장이란 건 정해진 어떤 업무를 하기 위해 급여를 받고 일하러 가는 곳이고,
직업이란 자신이 가진 기술로 일하는 것이라고 한다.(대충 그런 뜻이었다. 정확한 문장이 기억나지 않는다.)
그래서 직장은 나 말고 다른 사람으로 대체가 가능한 것이고, 직업은 그렇지 않다는 거다.
그 청년이 하늘을 찌르는 자부심과 스펙을 가지고도 부정적인 반응을 얻게 된 것은 직업을 가지려는게 아니고 직장을 가지려 했기 때문이 아니겠는가.
실제적으로 그는 자신이 무엇을 잘 하고, 어떤 일에 흥미가 있다는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
내가 얼마나 뛰어난 인재인지 보여주기 위해 사람들이 말하는 이런 저런 자격증, 점수, 경험을 많이 쌓으면 될 거라고 생각한 듯 하다.
근데 그게 아니라고 하니 당황스러울 밖에.
하지만 우리네 교육 어디 쯤에도 그런 고민을, 직업에 대한 고민을 할 수 있게 해주는 데가 없다.
자기의 인생에 대해 고민할 시간과, 자유와, 조언을 주지 않는다.
그래서 자기 삶에 대해 조금 더 깊게 질문을 하면 대답하기가 어렵다.
생각해 본 적이 없으니까 대기업에 들어가서 '글로벌'하게 세계를 누비면서 돈 많이 받고 야근은 없는 삶을 원하는 거다.
에잇, 쓰다 보니 이렇게 좋은 프로그램을 안 보겠다고 한 딸이 얄밉다.
다그쳐서라도 보게 해야 하는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