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델의 책은 처음이다.
'정의'에 대한 강의만큼이나 어렵다.
글은 술술 읽히나 안에 담긴 내용이 무겁기 때문이겠지.
다시 한 번 읽고 있는데 여전히 어렵다.
부모가 원하는 아이를 '디자인 하여' 낳는다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청각장애가 있는 부모가 듣지 못하는 것은 장애가 아니며 자신들만의 개성이라 생각하고, 청각장애가 있는 아이를 얻기 위해 유전공학의 힘을 빌리고자 한다.
또 어떤 부모는 키 크고 머리도 좋은 아이를 얻고자 키 175이상에 SAT점수가 높은 난자 공여자에게 5만달러를 지불하겠다는 공고를 낸다.
이전에는 인간의 능력과 노력을 넘어서는 일이기에 그저 주어진 대로 순응할 수 밖에 없었다면, 지금은 과학의 발달로 키, 지능, 감각기능까지도 원하는대로 디자인할 수 있다는 거다.
샌델은 아이는 나에게 주어진 (신의) 선물이므로 그 선물을 내 마음대로 조작하는 것에 대해 우려를 나타낸다.
신의 영역까지 침범하는 인간의 오만함이라는 것이다.
유전자 선택이 아니어도 부모와 환경에 따라 아이들은 디자인될 수 밖에 없다.
재벌집에 태어난 아이는 아버지의 사업을 물려 받기 위해 재벌로 키워진다.
알콜중독과 폭력이 난무하는 집에서 자라는 아이는 보고 배운 것이 술주정과 주먹질일 것이다.
부모가 기독교신자이면 날때부터 교회에 다닐 것이고 불교 신자이면 절에 다니겠지.
부모가 채식주의자이면 자식도 고기는 먹어보지 못할 것이다.
똑똑한 아이를 만들어보겠노라고 뱃속에서부터 영재교육을 시키는 것은 어떤가.
한국말도 완전하지 않은 아이에게 영어를 가르치고 집에서 영어로 대화하는 것은?
엄청난 돈을 들여 유전자를 고른다해도 내가 원하는 아이를 얻을 수 없을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그렇게 내가 원하지 않는 아이가 태어난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내다 버려?
아니면 내가 원하는 대로 자라도록 조종을 할까?
그렇지 않아도 많은 아이들은 부모가 원하는대로 키워지고 있다.
그렇다면 부모란 아이에게 신과 같은 존재라는 것인데...
생각할수록 두렵다.
내 가치관과 말, 행동에 따라 내 아이가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