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틀동안의 명절 노동을 끝내고 방전되어버린 주말 동안 두 권의 책을 읽고, 한 권은 읽는 중이다.
'카타리나 블룸의 잃어버린 명예'는 유시민의 책 '청춘의 독서'에서 소개된 글을 읽고 사두었던 책이다.
명절기간에는 집중하기 힘드니까 소설이 좋겠지 하는 생각으로 들고 다녔는데 시댁에 있는 동안에는 책 펼칠 시간이 없었다.
유시민의 글을 읽으면서 소설(작가는 '이야기'라고 함)의 내용이 2013년 온 나라를 시끄럽게 했던 어떤 사건과 겹쳐져 꼭 찾아 읽어야겠다는 생각을 했었다.
등장인물들이 이름이 익숙해지지 않아- 독일 이름은 좀 어렵다 - 앞 장을 여러 번 되집어가며 읽어야했지만 내용만은 굉장히 익숙하다.
국민의 알 권리 운운하면서 개인의 자유를 짓밟고, 왜곡된 정보를 진짜처럼 유통시키면서 사람들의 삶을 한 순간에 망가뜨리는 거대 언론.
펜은 칼보다 강하다는 조금 진부한 표현밖에는 할 것이 없다.
입센의 '인형의 집'은 정말 몰두해서 읽었는데 왠지 결말이 좀 허망했다.
1막 끝부분부터 2막까지 갈등이 완전 고조되었는데 3막에서는 너무 허무하게 결론이 났다.
그 시절에 가정주부가 남편과의 관계를 그렇게, 무 자르듯이 딱 끝내고 폼나게 짐싸서 집을 떠날 수 있었을까?
남편에 대한 실망과 남겨질 애들에 대한 걱정, 뭐 그런 분노의 표출, 고뇌 과정 없이,
한 순간에 아버지, 남편의 인형노릇을 그만두겠노라 하고 나가 버린다는 것이 좀 이해가 안 된다.
너무 서둘러 결론을 내버린 것 같다.
검나게 폼나고 멋있기는 하다.
남편이 어느날 달랑 편지 한 장 남기고(너랑 더 이상 안 살아!) 파리로 가버렸는데도 돌아오기만 한다면 없었던 일로 하겠다는 '달과 6펜스'의 에이미보다 멋있기는 하다만 나에겐 에이미가 훨씬 더 이해되는 캐릭터다.
중학생 시절 글자체도 작고 세로로 인쇄된 세계문학전집 읽던 생각만으로 좀 멀리 했던 외국소설들인데 술술 읽혀서 좀 놀랐다.
종이 질, 글자체, 번역 등도 좋아졌고, 나이 들어 이해력도 좀 높아졌겠지.
명절동안 속 상한 일이 있어서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무는데, 그러다보니 사실인지 아닌지 모르는 것조차 사실인 것처럼 단정하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
지레 짐작은 그만두고, 사실만, 일어난 일만 생각하기로 하자.
세계문학 지루하고 재미없다는 짐작 그만 두고, 다양하게 읽어봐야겠다고 생각하게 된 것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