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딘이 나를 시험하고 있는 것 같다.

보관함에 담아 둔 책들의 중고 입고 알림이 3일 연속 이어졌다.

첫날은 꼭 보고 싶었던 책이라 장바구니에 담고 배송료 물기 싫어 보관함에 있던 책을 같이 주문했다.

다음 날 중고 알림 문자를 또 받았다.

이미 두 번의 주문으로 책 상자가 쌓여 있는 통에 망설였더니 '판매완료'.

그 다음날 문자가 또 온다.

더 이상의 주문은 무리라 생각하고 포기하기로 했는데 장바구니에 담아 둔 책이 다음날까지 그대로 있다!

이렇게 되면 주문을 안 할 수 없다.

내가 원하던 중고 도서가 매일 한 권씩 입고되다니.

이건 우연이 아닌 것 같아......

 

며칠 전 읽었던 책의 한 구절이 떠오른다.

 

그리고 우리가 도달하는 법칙들은 그저 우연히 생겨날 수 있는 것들의 통계적 평균치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게 된다. 아시는 바와 같이, 주사위를 던지면 36회에 한 번씩 6이 연달아 나오게 된다는 법칙이 있긴 하지만 우리는 그 법칙이 주사위가 목적에 따라 구른다는 것을 증거한다고 생각지는 않는다. 그러나 만일 주사위를 던질 때마다 매번 6이 연달아 나온다면 거기엔 무슨 목적이 작용했다고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 나는 왜 기독교인이 아닌가, 버트런드 러셀, 사회평론, 24쪽

 

러셀의 책은 유명한 인도 사원에서 한국의 개신교도들이 찬양하고 통성기도 했다는 기사를 보고 난 뒤 다시 읽게 되었다.

무릎을 칠만한 내용이 너무 많아 독서 다이어리에 쪽 전체를 사진 찍어 저장했다.

언제 이 책의 페이퍼를 작성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지금은 조각난 생각들이 머리 속을 돌아다닐 뿐이다.

다만 러셀의 조언을 받아들여 이번 주 폭풍 도서주문의 원인은 우연인 것으로 하겠다.

증거가 없으니까.

 

증거에 입각해 확신하는 습관, 증거가 확실하게 보장하는 정도까지만 확신하는 습관이 일반화된다면 현재 세계가 앓고 있는 질환의 대부분이 치유될 것이다. - 같은 책, 13쪽

 

 

이 목적론을 살펴보노라면, 온갖 결함들을 지닌 세상에 사는 사람들이 어떻게 이 세계를 전지전능한 하나님이 수백만 년에 걸쳐 만들어놓은 최선의 것이라고 믿을 수 있는지가 놀라울 따름이다. 나는 정말이지 믿어지지가 않는다. 생각해보라, 만일 여러분에게 전지전능과 수백만 년의 세월을 주면서 세상을 완성시켜보라고 했다면 고작 공포의 KKK단이나 파시스트 같은 것 밖에 만들 수 없었을까? -27쪽

훌륭한 삶이란 사랑에 의해 고무되고 지식에 의해 인도되는 삶이다. -84쪽

어쩌면, 무해한 수많은 행위에 '죄악'이란 낙인을 찍어 놓고 그것을 행하는 자들에게 관용을 베푸는 것이야말로 현명한 사회 제도의 진수인지도 모른다. 이렇게 하면 다른 누구에게 해를 끼치지 않고도 악행의 쾌감을 얻을 수 있으니 말이다. -154쪽

내가 말하는 지적 성실성이란, 힘든 문제들을 증거에 입각해 판단하는 습관, 혹은 증거가 결정적이지 못한 경우에는 문제를 판단하지 않고 내버려두는 습관을 의미한다. - 286

문명이 발달됨에 따라 세속적 강제력은 보다 확고해지고 하나님의 강제력은 보다 줄어든다. 사람들이 도둑질을 하면 붙잡힌다고 생각할 근거는 더욱 많아지고, 붙잡히지 않더라도 하나님이 처벌하실 거라고 생각할 근거는 점점 더 줄어든다. 오늘날에는 극히 종교적인 사람들조차도, 도둑질을 하면 지옥에 간다고 믿는 경우가 거의 없다. 때맞춰 참회하면 된다고, 어쨌거나 지옥이란 것은 그다지 확실하지도 않을뿐더러 옛날처럼 그렇게 뜨거운 곳도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28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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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저에게 있어 주택설계의 스승이자 교과서였던 그 명작 주택을 실제로 방문하여 기록한 일종의 현장보고서입니다.

 이러한 귀중한 여행을 통해, 저는 주택설계는 건축적인 지식이나 기획력, 전문기술만으로는 대처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다시 말해 주택을 설계하는 건축가는 <인간의 거처>에 대한 풍부한 상상력의 소유자가 되지 않으면 안 되며,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는 설득력과 캐릭터(이것을 카리스마라고 불러도 좋다고 생각됩니다만.)도 갖추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인간의 행동이나 동작을 자세히 관찰하고, 복잡한 심리의 줄거리를 읽어내어 해석하고, 동시에 도시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희로애락에 공감할 수 있는 유연한 마음을 가진 <인간 관찰자>가 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 또한 배우게 되었습니다. -272~3쪽      

 

 

우연히 저자의 다른 책 '집을, 짓다'를 읽으면서 아쉬운 점이 있었다.

유명한 건축가들이 남긴 주택을 취재한 책이라고 해서 참고할만한 사진이 많을거라 생각했는데 기대만큼은 아니었다.

실은 저자가 직접 그린 스케치에 더 눈길이 가서 구입했지만, 어쨌든 아쉬웠다.

그러다 이 세트를 발견했고, 반값이었지만 세 권이라 생각보다 비쌌기 때문에 망설이다 샀다.

 

위 글은 감상문을 대신할 만해서 옮겨 놓은 것이다.

해 아래 새 것이 없다고 다른 건축가들이 그들의 작품을 많이 참고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거의 19세기에서 20세기에 생존했던 건축가들이었고, 상식을 깨뜨린 실험적인 작품을 많이 만들어냈다.

만약 집을 짓게 된다면 참고하고 싶은 부분이 많았다.

절대 따라할 수 없는 집이라면 필립 존슨의 '글라스 하우스'.

유명한 건축가의 집이라니 할 말은 없다만 전체가 유리로 되어 있는 건 집이 아니라 온실 아닌가?

 

좋은 건축은 돈을 필요로 한다. 문화라고 하는 것은 돈을 들인 건축에 의해 기억되는 것이다. -필립 존슨

 

이 말을 남긴 존슨은 엄청난 부지에 거주할 집, 서재, 손님이 머물 집, 자신이 구입한 그림과 조각품을 보관, 전시할 집을 지었다.

그 건축물들을 보니 저런 말을 남길만하다.

 

세 권을 모두 읽고 다다른 결론.

크기와 모양은 다 다르지만 (단순히 건물을 짓는게 아니라) 그 안에서 실제로 생활하는 사람들을 생각하는 건축만이 오래 살아남는다는 것.

당연한 말씀.

 

저자는 모든 집의 원형은 '원룸' , 오두막의 형태라 하면서 자신이 꿈꿔왔던 오두막을 실제로 지었다.

생활에 사용하는 에너지(생활용수, 전기 등)는 모두 자급자족 할 수 있도록 했다.

늘 제공되고 있기 때문에 부족함을 모르는 전기, 수도, 가스의 공급이 갑자기 중단된다면 어떻게 될까?

불편하긴 하지만 과학의 힘, 인간의 지혜, 부지런한 손과 발로 살아갈 수 있다.

그런 모습을 '집의 초심, 오두막이야기'에서 자세히 보여준다.

한 없이 불편해 보이지만 또 한 없이 편안해 보이는 오두막이다.

책이 발간될 즈음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터졌단다.

한 건축가의 오두막 실험이 실험으로 끝나지 않을지도 모른다.

이런 세상에서 난 무엇을 해야할까...... 생각하면서 전기 먹는 하마, 모니터를 바라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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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자의 설득법 - 지성과 감성을 흔드는 소피스트 수사학
안광복 지음 / 어크로스 / 2012년 9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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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만 보고 소피스트 철학에 대한 이론서라 생각했는데 응용된 실용서다. 논리적인 말, 글쓰기엔 도움이 될지도. 난 어설프게 써봤다가 실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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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가사키 - 2010 아카데미 프랑세즈 소설 대상 수상작
에릭 파이 지음, 백선희 옮김 / 21세기북스 / 2011년 4월
평점 :
절판


자기 의지가 아닌, 타인 또는 외부환경에 의해 원하지 않던 경험과 선택을 강요당하는 사람들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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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다이어리'라는 앱을 다운받았다.

책을 읽는 족족 페이퍼에 올리기 어렵고, 솔직히 못 올리는 책들이 대부분이다.

읽은 책 쉽게 정리나 해볼까 싶어 별 기대 없이 사용하기 시작했는데 이게 꽤 괜찮다.

착한 일 하면 이름 밑에 별 스티커 받는 것처럼 읽은 책에는 '완독'이라는 표시가 뜨고 아래에 내가 매긴 별점이 보인다.

이런 시각적인 장치가 책을 계속 읽게 하는데 도움이 된다.

책을 읽다 보면 언제부터 읽기 시작했는지 모르는 경우도 있는데 이 앱을 사용한 후엔 그런 일이 없다.

책장을 구분해서 사용할 수 있어서 내가 어떤 장르의 책을 많이 읽었는지 알 수 있다.

책을 읽다가 좋은 구절을 만나면 바로 입력하고 문장이 길면 사진 찍어 저장한다.

이전에는 독서노트를 사용했는데 좋은 구절을 이 노트, 저 노트에 마구잡이로 써놨더니 나중에 찾기도 힘들고 정리하자니 그것도 일이어서 포기하고 있었다.

달력이 있어서 한 달 동안 읽은 책 권수도 알 수 있다.

6월에는 소설을 주로 읽었더니 2주 동안 읽은 책이 5권이다.

 

좋은 점이 또 있다.

책장에 있는 책들을 보면서 이 책을 사서 읽을 필요가 있었나? 싶은 생각을 하게 된다.

책을 산 가격과 되판 가격을 셈 해보면 비싼 독서를 한 것에 비해 얻은게 별로 없구나 싶을 때 허탈해지는 것이다.

그런 생각을 한 뒤에는 반값 이상 할인을 한다고 해도 책을 장바구니에 넣는데 신중해진다.

팔고 싶지 않은 책을 사야하는 거 아닌가 싶다가, 읽지도 않았는데 리뷰나 서평 조금 읽고 책의 가치를 어떻게 알건가.

읽어야만 알 수 있는데.

한동안 주춤했다가 다시 차오르는 책장을 보며 일단 읽은 책은 모두 팔고, 이후에 다시 읽고 싶어지면 다시 구입할까 생각한다.

이 앱을 계속 사용하면 그게 가능해질까.

지금까지는 효과가 있다.

 

한참 전에 중고서점에 나왔던 '조선의 뒷골목 풍경'을 사지 못해 아쉬웠는데 이번에 구입했다.

읽다가 슬그머니 지겨워져서 '완독'스티커 붙일 욕심때문에 억지로 읽었다.

강명관의 글은 쉽고 재미있었던 걸로 기억하고 있어서 기대가 많았지만, 조선 큰 길 풍경도 잘 모르면서 뒷골목 풍경을 더듬으려고 했던게 욕심이었던 걸까.

저자는 한문학연구의 부산물로 쓴 글이라 했지만 가벼운 글은 아니다.

그런 부산물을 내려면 본 연구에 들인 시간과 자료의 양이 어떠했겠는가.

다만 가볍고 쉬운 글만 좋아하는 나를 탓해야지.

 

책을 읽다가 씁쓸해진다.

조선시대는 신분제 사회라 태어난 신분에 따라 갈 길이 거의 정해져 있어 그 틀 안에서 지지고 볶으며 살았다치고, 지금의 대한민국은 민주 공화국인데 왜 신분제 사회와 별다른 게 없는 것인지.

과거제도와 관련된 부분을 읽다가 더 그런 생각이 들었다.

조선후기로 갈수록 과거에 합격을 해도 벼슬길에 나서는 사람은 선택 받은 소수뿐이었다.

지금도 이름난 대학에 가려고 유치원 때부터 스펙을 쌓지만 아무나 못 가고, 힘들게 졸업해도 취직이 어렵다.

세월이 가면서 변해야 할 것은 변하지 않고, 변하지 않았으면 하는 것들만 변한다.

변하지 않았으면 하는 것 - 이런 마음.

 

불쌍하고 딱한 사람은 저 시정의 궁박한 백성들입니다. 내가 침을 잡고 사람들 속에 돌아다닌 지 십 년이 넘었습니다. 그 동안 살려낸 사람은 아무리 못 잡아도 수천 명은 될 것입니다. 내 나이 이제 마흔이니 다시 십 년이 지난다면 아마도 만 명은 살려낼 수 있을 것이고, 만 명을 살려내면 내 일도 끝이 날 것입니다. -2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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