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다이어리'라는 앱을 다운받았다.
책을 읽는 족족 페이퍼에 올리기 어렵고, 솔직히 못 올리는 책들이 대부분이다.
읽은 책 쉽게 정리나 해볼까 싶어 별 기대 없이 사용하기 시작했는데 이게 꽤 괜찮다.
착한 일 하면 이름 밑에 별 스티커 받는 것처럼 읽은 책에는 '완독'이라는 표시가 뜨고 아래에 내가 매긴 별점이 보인다.
이런 시각적인 장치가 책을 계속 읽게 하는데 도움이 된다.
책을 읽다 보면 언제부터 읽기 시작했는지 모르는 경우도 있는데 이 앱을 사용한 후엔 그런 일이 없다.
책장을 구분해서 사용할 수 있어서 내가 어떤 장르의 책을 많이 읽었는지 알 수 있다.
책을 읽다가 좋은 구절을 만나면 바로 입력하고 문장이 길면 사진 찍어 저장한다.
이전에는 독서노트를 사용했는데 좋은 구절을 이 노트, 저 노트에 마구잡이로 써놨더니 나중에 찾기도 힘들고 정리하자니 그것도 일이어서 포기하고 있었다.
달력이 있어서 한 달 동안 읽은 책 권수도 알 수 있다.
6월에는 소설을 주로 읽었더니 2주 동안 읽은 책이 5권이다.
좋은 점이 또 있다.
책장에 있는 책들을 보면서 이 책을 사서 읽을 필요가 있었나? 싶은 생각을 하게 된다.
책을 산 가격과 되판 가격을 셈 해보면 비싼 독서를 한 것에 비해 얻은게 별로 없구나 싶을 때 허탈해지는 것이다.
그런 생각을 한 뒤에는 반값 이상 할인을 한다고 해도 책을 장바구니에 넣는데 신중해진다.
팔고 싶지 않은 책을 사야하는 거 아닌가 싶다가, 읽지도 않았는데 리뷰나 서평 조금 읽고 책의 가치를 어떻게 알건가.
읽어야만 알 수 있는데.
한동안 주춤했다가 다시 차오르는 책장을 보며 일단 읽은 책은 모두 팔고, 이후에 다시 읽고 싶어지면 다시 구입할까 생각한다.
이 앱을 계속 사용하면 그게 가능해질까.
지금까지는 효과가 있다.
한참 전에 중고서점에 나왔던 '조선의 뒷골목 풍경'을 사지 못해 아쉬웠는데 이번에 구입했다.
읽다가 슬그머니 지겨워져서 '완독'스티커 붙일 욕심때문에 억지로 읽었다.
강명관의 글은 쉽고 재미있었던 걸로 기억하고 있어서 기대가 많았지만, 조선 큰 길 풍경도 잘 모르면서 뒷골목 풍경을 더듬으려고 했던게 욕심이었던 걸까.
저자는 한문학연구의 부산물로 쓴 글이라 했지만 가벼운 글은 아니다.
그런 부산물을 내려면 본 연구에 들인 시간과 자료의 양이 어떠했겠는가.
다만 가볍고 쉬운 글만 좋아하는 나를 탓해야지.
책을 읽다가 씁쓸해진다.
조선시대는 신분제 사회라 태어난 신분에 따라 갈 길이 거의 정해져 있어 그 틀 안에서 지지고 볶으며 살았다치고, 지금의 대한민국은 민주 공화국인데 왜 신분제 사회와 별다른 게 없는 것인지.
과거제도와 관련된 부분을 읽다가 더 그런 생각이 들었다.
조선후기로 갈수록 과거에 합격을 해도 벼슬길에 나서는 사람은 선택 받은 소수뿐이었다.
지금도 이름난 대학에 가려고 유치원 때부터 스펙을 쌓지만 아무나 못 가고, 힘들게 졸업해도 취직이 어렵다.
세월이 가면서 변해야 할 것은 변하지 않고, 변하지 않았으면 하는 것들만 변한다.
변하지 않았으면 하는 것 - 이런 마음.
불쌍하고 딱한 사람은 저 시정의 궁박한 백성들입니다. 내가 침을 잡고 사람들 속에 돌아다닌 지 십 년이 넘었습니다. 그 동안 살려낸 사람은 아무리 못 잡아도 수천 명은 될 것입니다. 내 나이 이제 마흔이니 다시 십 년이 지난다면 아마도 만 명은 살려낼 수 있을 것이고, 만 명을 살려내면 내 일도 끝이 날 것입니다. -27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