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저에게 있어 주택설계의 스승이자 교과서였던 그 명작 주택을 실제로 방문하여 기록한 일종의 현장보고서입니다.
이러한 귀중한 여행을 통해, 저는 주택설계는 건축적인 지식이나 기획력, 전문기술만으로는 대처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다시 말해 주택을 설계하는 건축가는 <인간의 거처>에 대한 풍부한 상상력의 소유자가 되지 않으면 안 되며,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는 설득력과 캐릭터(이것을 카리스마라고 불러도 좋다고 생각됩니다만.)도 갖추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인간의 행동이나 동작을 자세히 관찰하고, 복잡한 심리의 줄거리를 읽어내어 해석하고, 동시에 도시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희로애락에 공감할 수 있는 유연한 마음을 가진 <인간 관찰자>가 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 또한 배우게 되었습니다. -272~3쪽
우연히 저자의 다른 책 '집을, 짓다'를 읽으면서 아쉬운 점이 있었다.
유명한 건축가들이 남긴 주택을 취재한 책이라고 해서 참고할만한 사진이 많을거라 생각했는데 기대만큼은 아니었다.
실은 저자가 직접 그린 스케치에 더 눈길이 가서 구입했지만, 어쨌든 아쉬웠다.
그러다 이 세트를 발견했고, 반값이었지만 세 권이라 생각보다 비쌌기 때문에 망설이다 샀다.
위 글은 감상문을 대신할 만해서 옮겨 놓은 것이다.
해 아래 새 것이 없다고 다른 건축가들이 그들의 작품을 많이 참고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거의 19세기에서 20세기에 생존했던 건축가들이었고, 상식을 깨뜨린 실험적인 작품을 많이 만들어냈다.
만약 집을 짓게 된다면 참고하고 싶은 부분이 많았다.
절대 따라할 수 없는 집이라면 필립 존슨의 '글라스 하우스'.
유명한 건축가의 집이라니 할 말은 없다만 전체가 유리로 되어 있는 건 집이 아니라 온실 아닌가?
좋은 건축은 돈을 필요로 한다. 문화라고 하는 것은 돈을 들인 건축에 의해 기억되는 것이다. -필립 존슨
이 말을 남긴 존슨은 엄청난 부지에 거주할 집, 서재, 손님이 머물 집, 자신이 구입한 그림과 조각품을 보관, 전시할 집을 지었다.
그 건축물들을 보니 저런 말을 남길만하다.
세 권을 모두 읽고 다다른 결론.
크기와 모양은 다 다르지만 (단순히 건물을 짓는게 아니라) 그 안에서 실제로 생활하는 사람들을 생각하는 건축만이 오래 살아남는다는 것.
당연한 말씀.
저자는 모든 집의 원형은 '원룸' , 오두막의 형태라 하면서 자신이 꿈꿔왔던 오두막을 실제로 지었다.
생활에 사용하는 에너지(생활용수, 전기 등)는 모두 자급자족 할 수 있도록 했다.
늘 제공되고 있기 때문에 부족함을 모르는 전기, 수도, 가스의 공급이 갑자기 중단된다면 어떻게 될까?
불편하긴 하지만 과학의 힘, 인간의 지혜, 부지런한 손과 발로 살아갈 수 있다.
그런 모습을 '집의 초심, 오두막이야기'에서 자세히 보여준다.
한 없이 불편해 보이지만 또 한 없이 편안해 보이는 오두막이다.
책이 발간될 즈음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터졌단다.
한 건축가의 오두막 실험이 실험으로 끝나지 않을지도 모른다.
이런 세상에서 난 무엇을 해야할까...... 생각하면서 전기 먹는 하마, 모니터를 바라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