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부와 칭찬을 구분하는 방법.

뭔가를 얻고자 하는 마음으로 하는 칭찬이 아부라고 한다.

아부에도 기술이 있다.

 

아부가 계획되지 않고 마음에서 자연스럽게 우러나온 것으로 보이도록 해야 한다. 아부가 특별한 재주처럼 보여서는 안된다는 뜻이다. - 227쪽

 

내 마음 어디쯤에선가 나에게 아부의 기술이 필요하다는 속삭임이 있었나보다.

어쩌다가 이 책을 골랐는지 도통 모르겠다.

태초부터 시작된 아부의 역사와 정치, 사회적인 배경을 바닥에 깔면서 당대의 유명한 아부'꾼'들의 기술을 소개하고 있다.

 

많은 사람이 아부를 잘하는 사람을 달변가라고 지레짐작하지만, 화자에게 상당한 관심을 기울이는 뛰어난 경청자야말로 아부를 잘하는 사람이다. - 81쪽

 

특히 정치인이 이런 모습을 잘 보여준다.

손을 잡거나, 몸을 이야기하는 사람쪽으로 기울이면서 경청을 하는 것이다.

빌 클린턴이 탄핵의 위기에 몰렸다 살아난 것은 국민의 이야기는 어떤 것이라도 다 듣겠다는 이런 제스처 때문이라고 한다.

표를 얻기 원하는 전형적인 아부의 표현이다.

 

플루타르크는 필로파푸스에게 '자신을 사랑하는 마음'과 '자신에 대한 무지'를 경계하라고 조언한다. 그는 이 장점으로 인해 오히려 아첨꾼의 밥이 되기 쉬우며, '자신을 사랑하는 마음'과 '자신에 대한 무지'가 동시에 이루어질 때 가장 치명적인 상처를 입는다고 주장한다. - 171쪽

 

아부는 자신에게 긍정적인 사람들일수록 그것을 사실로 잘 받아들인다고 한다.

자신감이 없는 사람은 자신에 대한 찬사를 의심한다.

아부가 사실에 근거한 것이 아닌데 아부 받는 사람이 권력자라면 어떻게 될까.

근거 없는 자신감에 싸여 자기를 과대평가하는 사람이 힘까지 가졌다면?

본인만 상처를 입고 끝나지 않는다는게 큰 문제다.

 

누구보다도 먼저 몽테뉴는 불확실한 시대에는 아부가 궁정에서부터 만연된다고 지적했다. 다시 말해 불확실성의 시대에는 아첨과 아부로 불안한 상황이 더욱 도드라지게 되는 법이다. - 215쪽

 

아부가 꼭 부정적인 결과만 만들어내는 것은 아니다.

사실에 기초한 적절한 아부는 인간관계를 부드럽게 해주고, 어쩌면 부와 명예도 준다.

아부는 인류가 지속되는데도 공헌 했다.

 

"걱정하지 말라니까. 내가 당신 옆에서 아이들을 든든하게 부양할거야" 하고 말하는 것처럼, 앞으로 충성하고 봉사하겠다는 말로 여성을 기만하는 능구렁이 남성에게 자연선택이 유리하게 전개될 수 있다. 마찬가지로 기만적인 아부를 단박에 알아보는 여성에게도 자연선택이 유리하게 전개될 것이다.

남성은 거짓말하도록 미리 프로그램화되어 있을 수 있고(심지어 자신이 한 거짓말의 진실까지 믿도록 회로가 짜여져 있을 수 있다.), 여성은 그런 거짓말을 한눈에 알아보도록 프로그램이 짜여져 있을 수 있다. 실제로 연구에 따르면, 보통의 남성들은 자신을 사실보다 친절하고 성실하며 신뢰할 만한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 67쪽

 

 

여성은 남성이 하는 아부의 사실 여부를 판단한 다음 항상 자신에게 유리한 선택을 한다는 이야긴데.

그렇다면 세상의 모든 나쁜 남자는 자손을 퍼뜨릴 수 없을 것이다.

그렇지 않은가.

하지만 아부는 '사랑'이라는 껍질을 쓰고 있으며 그 진위는 상황종료(결혼) 후에야 밝혀진다.

흠... 어쩌면 이런 결함(?)때문에 자손을 퍼뜨릴 수 있는 것인지도......

 

다시 말해 우리는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스스로를 기만한다. 심지어 자신이 정직하지 않으면서도 스스로 정직하다고 믿는다. - 65쪽

 

중간 중간 흥미로운 부분도 있었지만 대체적으로 좀 지겨웠다.

내용이 조금씩 달라지면서 반복되는 것이 라벨의 볼레로를 듣고 있는 것 같았다.

 

사백페이지가 넘는 책을 다 읽고서 든 생각.

아부보다는 (대가를 바라지 않는) 칭찬이, 사실은 인류의 지속을 위해 필요한 것이 아닐까.

아부가 판치는 이 시대에 진심이 '진심으로'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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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놀 2014-07-31 23: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아부라... 아부를 하는 이야기를
책으로도 다룰 수 있군요 @.@

남한테 듣기 좋은 말을 하라는 뜻일 텐데,
듣기 좋은 말이란 무엇일까 하고
곰곰이 생각해 봅니다...

가상 2014-08-01 09:50   좋아요 0 | URL
저도 그게 신기해서 읽었나 봅니다.
아부의 역사를 읽으면서 현실과 겹쳐지는 부분이 많아 씁쓸했어요. -_-

남한테 듣기 좋은 말은 그 사람이 듣고 싶어하는 말 아닐까요?
그러려면 그 사람에게 관심이 있어야 할테고, 거기에 내 욕심을 더하면 아부가 되는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