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이미지 속에서 장애를 가진 몸은 불의와 상처를 일으키는 고통을 구체적으로 형상화하지만, 이와 동시에 장애를 갖게 된 이후의 경험을 지속적으로 만들어 내는 물질적·사회적 상호작용의 복잡한 요소를 가려 버린다. 즉, 장애가 생긴 이후에 개입의 초점은 사회구조에서 개인의 몸으로 옮겨 가고, 왜 장애여성이 무시할 수 있는 존재로 여겨지고,제거될 수 있고, 지역사회와 단절되는지 문제를 제기하지 않는다. 따라서 장애를 구성하는 역동적인 사회적 관계 대신 장애를 비극으로 보는 고정관념이 지배하게 된다. 이런 방식의 여성주의적 상상에서는 정신장애 여성이 보다 적절한 주거와 돌봄을 얻을 수 있는 지역사회로부터 단절되는 사회구조의 문제가 간과된다. - P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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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력을 둘러싼 복잡한 사회적 각본은 누구도 장애여성을 원하지 않는다고 가정하고, 가부장제와 근대적 자본주의국가를 유지하는 특정한형태의 젠더화된 여성성을 따르도록 장애여성에게 요구한다. 마치 장애여성이 비인간이었던 것처럼 폭력은 역설적으로 폭력적인 주체가 타자화된 대상을 인간으로 인정하는 권력을 만들어 낸다. 장애를 의학적으로 치료하는 것 또한 인간성을 부여하는 것으로 간주된다. 인간성은 이분화된성별에 따른 이성애에 순응하고 특정한 행동적 · 언어적 능력을 가진 상태로 인식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장애인은 아직 인간이 되지 못한 존재로 규정된다.  - P202

조선말기의구전설화에는 "보이는 것도 보지 않는 척해야 하고, 주변에 들리는것도듣지 않는 척해야 하고, 가능한 적게 말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어머니에게 듣고 장애가 있는 것처럼 행동한 여자의 이야기가 나온다. 그녀는 어머니의 말에 따라 3년 동안 말을 하지 않았다. 그러자 시댁식구들은 "그녀가 귀머거리에 바보라고 생각해서 친정아버지 집에 돌려보내기로 결정했다. " 비장애인으로 여겨진 신부들에게 말을 못하고, 눈이 안 보이고, 귀가 안 들리는 것처럼 행동하라는 비유적 제안은 그들의 의견을 표현하지말고 주변 상황을 목격하지 말고 그저 눈에 띄지 않게 행동해야 한다는 경고였다. 그렇지만 이 설화는 결혼한 조선시대 여성이 당면한 딜레마를 보여 준다. 가정 내에서 처신을 잘하려면 장애를 수행해야 하지만 결혼을 유지하려면 실제로 장애가 있어서는 안 되는 것이다. - P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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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을 시설에 가두고 분리하여 지역사회에서 구조적으로 제거하는 이런 상황에서 산업재해로 장애를 갖게 된 두철은, 딸과 함께 시각장애인으로 살아갈 수 있게 하는 지역사회 서비스가 마련되거나 편의가 제공되어 시각장애에 적응해 가는 게 아니라, 수술을 통해 필수적으로 여겨지는 시력이라는 정상성을 얻는다. 이는 재활의 노력이 치유의 필요성을 없애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 준다. 〈하늘나라 엄마별이>가 보여 주듯이 치유는 장애를 극복하고 생산성을 획득한 것에 대한 보상, 자신의 교육 기회를희생하려는 대리인으로서 딸이 보인 의지에 대한 보상, 결코 사라지지 않는 가족의 치유 열망에 대한 보상으로 나타난다. - P164

<옥례기>에서 비장애여성은 변화하는 사회에서 이상적 여성성을 체화한 롤모델로 그려진다. 이상적 여성성을 체화했다는 것은 낡은 성역할의 잔재를 없애는 행동을 할 수 있으면서도 성역할에 담긴 가치를 옹호하는 방식으로 행동한다는 의미이다. 옥례는 정절과 자조의 중요성을 확실히 보여 준다. 남성의 장애는 여성에게 자기희생적이면서도 동시에 현대적인 면에서 실용적이고 생산적인 여성성을 향한 동기를 부여한다. - P1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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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유를 위한 노동에는 장애인을 위해 기도하거나 장애인이 나아지는것을 자신의 이익보다 우선시하는 것이 포함된다. 대리인은 장애인의 욕구를 대변하기보다 강제적 정상성 compulsory normality의 시스템을 강화하고 치유를 위해 노력해야 하는 책임을 스스로에게 부여하며, 이와 동시에장애인을 이러한 노력의 보상을 받게 되는 수동적인 대상으로 만든다. 대리 치유의 논리는 장애를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것이며 장애인이 있는 그대로 살아갈 수 있는 기회를 부정하는 것이다.  - P141

가족이 치유를 통해 변화해야할 필요성이 강조되는 상황에서 사회의 역할은 사라진다. 이런 주장은 그동안 공동체성과 관계성을 강조하는 ‘아시아‘ 문화가 자유주의적 개념인자율적인 자아와 개인성을 강조하는 ‘서구‘보다 종종높게 평가받는 현상에 대해 비판적으로 시사하는바가 있다. 상호간의 동등한돌봄 관계 안에서 형성되는 상호 의존은 장애인의 ‘개선‘을 요구하지 않는다. 반면 가족내의 신체 결합은 "장애화된 가족을 만들고, 이때 가족은 물질적으로생존을 도모하고 명예를 유지하기 위해 정상성을 획득해야 한다는 압박감을 느끼기 때문에 장애인 구성원은 반드시 치유되어야만 하거나 가족에서 사라져야 하는 상황이 발생한다.  - P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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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능하다면 장애가 없는 아이를 낳는게 본인이나 아이에게 좋은것 아닐까. 어떤 문제제기를 하려고 하는건가 궁금하다.

<엄지공주>는 장애여성에게 가능한 재생산방식을 그리지만 동시에어머니가 되기 위해서는 맞춤 재생산기술을 통해 장애를 물려주는 재생산‘ 위험성‘을 ‘치유하도록‘ 요구한다. 그렇지만 이렇게 해서 가능해진 모성은 ‘좋은‘ 어머니가 되기 위해, 또 장애를 갖고 살아가기 위해 애쓰는 과정에서, 윤선아의 삶에 또 다른 과제를 끊임없이 요구한다. - P125

페미니스트 장애학자수전웬델은 태아 선별과 장애여부에 근거한 선별적인 임신중지가 처음에는 자발적으로 하는 것일 수있지만 이런 사례가 상당히 빠르게 사회적 의무가 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한다. 누군가 장애를 가지고 태어나는 상황이 어머니에게 장애를 예방하지 않은 과실이 있다는 증거로 여겨지는 분위기를 형성하는 것이다. - P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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