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력을 둘러싼 복잡한 사회적 각본은 누구도 장애여성을 원하지 않는다고 가정하고, 가부장제와 근대적 자본주의국가를 유지하는 특정한형태의 젠더화된 여성성을 따르도록 장애여성에게 요구한다. 마치 장애여성이 비인간이었던 것처럼 폭력은 역설적으로 폭력적인 주체가 타자화된 대상을 인간으로 인정하는 권력을 만들어 낸다. 장애를 의학적으로 치료하는 것 또한 인간성을 부여하는 것으로 간주된다. 인간성은 이분화된성별에 따른 이성애에 순응하고 특정한 행동적 · 언어적 능력을 가진 상태로 인식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장애인은 아직 인간이 되지 못한 존재로 규정된다. - P202
조선말기의구전설화에는 "보이는 것도 보지 않는 척해야 하고, 주변에 들리는것도듣지 않는 척해야 하고, 가능한 적게 말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어머니에게 듣고 장애가 있는 것처럼 행동한 여자의 이야기가 나온다. 그녀는 어머니의 말에 따라 3년 동안 말을 하지 않았다. 그러자 시댁식구들은 "그녀가 귀머거리에 바보라고 생각해서 친정아버지 집에 돌려보내기로 결정했다. " 비장애인으로 여겨진 신부들에게 말을 못하고, 눈이 안 보이고, 귀가 안 들리는 것처럼 행동하라는 비유적 제안은 그들의 의견을 표현하지말고 주변 상황을 목격하지 말고 그저 눈에 띄지 않게 행동해야 한다는 경고였다. 그렇지만 이 설화는 결혼한 조선시대 여성이 당면한 딜레마를 보여 준다. 가정 내에서 처신을 잘하려면 장애를 수행해야 하지만 결혼을 유지하려면 실제로 장애가 있어서는 안 되는 것이다. - P2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