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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의 격 - 필연의 죽음을 맞이하는 존엄한 방법들에 관하여
케이티 엥겔하트 지음, 소슬기 옮김 / 은행나무 / 2022년 8월
평점 :
살고 싶을 때까지 살 수 없는 경우를 줄이기 위해 의학이 발달해왔다고 생각했다.
의사의 역할은 사람을 살리는 것이라고.
이 책을 읽고 난 지금, 잘 모르겠다.
병이 나을 희망이 없고, 심신의 고통이 너무 심하고, 내가 내 몸에 대한 통제력을 잃었을 때 목숨을 더 이어가기를 포기한다는 것에 대해서.
치매 환자를 매일 보면서 내가 치매에 걸렸을 때를 생각하면 결정은 더 쉬웠다.
저런 상황을 맞기 전에 삶을 끝내야겠다. 나를 위해서 또 가족을 위해서.
그런데 오히려 이 책을 읽으면서 그게 그리 단순한 것이 아니라는 걸 알게 되었다.
삶도 죽음도 선택할 자유는 아무에게나 주어지는 것이 아니다.
제대로 된 치료나 돌봄을 받을 수 있다면 고통스러운 상황을 일시에 끝내버릴 생각을 하지 않을 수도 있으니까.
책에 그런 내용이 나온다.
미국처럼 보편적인 의료에 접근할 권리를 보장하지 못하는 국가에서는 조력자살(의사조력사, 안락사, 존엄사...)을 허락해서는 안된다고.
재정적인 능력이 있는 사람들은 필요할 때 필요한 의료적 처치나 돌봄을 받을 수 있지만 그렇지 못하는 사람은 스스로 선택하는 것 같지만 결국 타의에 의해 죽음에 내몰리게 된다는 것이다.
살고 싶지 않을 때 죽음을 내가 선택할 수 있고, 죽는 방법을 안내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죽는 것까지도 뭔가 자본의 논리로 움직이는 것 같아 마음이 편치 않았다.
죽는 것에도 품위와 존엄을 위해 돈을 써야 한다는 것이며, 아무나 그 죽음의 방식을 선택할 수 없다는 것이 씁쓸하고 어쩌면 그 모든 것이 인간의 오만함이 아닌가 싶다.
읽는 중간 중간 한숨이 나고 답답했으며 생각할 것이 많아지고 복잡해지는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