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욕적이다. 누군가 고통받는 장면에 사진기를 들이대는 행위는 아무리 좋게 보아주려고 해도 추악하다. 모욕은, 고통받는 사람만 치르는 것일까. 찰칵대는, 그리하여 그 고통을 ‘볼만한 것, 아니 볼 것을 촉구하는 것으로만들려는 사진사에게도 그 순간은 모욕적이다. 스스로비웃게 된다. 힐난하게 된다. 자책의 늪에 빠진다.
누군가 ‘찍히는 모욕‘을 견딘다. 누군가 ‘찍는 모욕‘을견딘다. 비로소 누군가의 눈에 사진이 배달된다. 누군가는 (찍히기를/찍기를, 알려지기를/알리기를 간절히 원했을 것이다. 모욕 따위 생각할 겨를마저 없었을지 모른다. 그 땅에 살기 위하여. 한데 그런 절박함이 모욕을 없던 일로 만들어주는가. 모욕은 즉각적인 것만은 아니다.
더한 치욕은 시간차를 두고 찾아온다. 두고두고. - P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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