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란 언제나 처음이다. 하지만 누적된 처음이다. 현재에서 과거를 돌아본다는 건, 원치 않을지라도 미래를 짐작하는 행동이기도 하다. 밀양이라는 현재는 대추리라는 과거가 예언한 미래였다. 이대로 밀양이 과거가 될때, 우리가 마주할 미래는 무엇일까. 저곳의 파괴는, 이곳의 파괴로 돌아온다. - P114

‘보는 것‘이 곧 일인 내게, ‘볼거리‘가 많다는 것은 어쩌면 축복이리라.
나의 ‘보는 일‘은 목격일 수도, 응시일 수도, 관찰일 수도, 방관일 수도 있는데, 펼쳐진 장면의 성격에 따라 나의 ‘보는 태도‘
와 ‘보는 방법‘은 달라질 수밖에 없다. 시각이란, 그저 보는 것만은 아니다. 시각이 인간의 감각 가운데 가장 중요한 감각으로 자리 잡은 이유는, 사고의 근간이 되는 정보가 시각을 통해운반되기 때문이다. 현대인은 점점 더 시각 정보에 의존하는삶을 살고 있다. 우리는 그저 바라볼 뿐이라 말할 때도 있지만,
그것마저도 사실은 그저 바라볼 뿐인 것만은 아니다. 우리는타자라는 풍경을 바라본다. 타자는 나를 비추는 오묘한 거울을 가진 자다. 그러니 그저 바라볼 뿐인 행위란, 실로 불가능할수밖에나는 본다. 
어떤 풍경은 보고 싶어서 보고, 어떤 풍경은 보기싫지만 본다. 대체로 눈을 감지는 않는다. 눈을 뜨는 것이야말로 너의 일이라 타이르면서. - P88

그 한 문장이 며칠째 머릿속을 맴돌았다. 나쁜 끝은없어도 착한 끝은 있다. 그 말씀을 읽는 방법이 여럿일것만 같았다. 어머니는 ‘착함의 좋은 끝‘을 말하였으나,나는  ‘착함의 한계‘를 생각했다. 사람의 착함엔 한계가있다. 사람의 나쁨엔 한계가 없다. 사람을 사람답게 하는건 결국 나쁜 짓이 아닐까.
악마라 불러도 좋을 자들을 볼 때마다, 저것이 사람이라는 생각을 한다. 내가 사진으로 수집해온 건 그런‘사람의 짓거리‘였다. 정말이지, 나쁜 짓들은 볼거리를제공한다.
때론 착함을 본다. 힘겨워진다. 저 사람은, 사람이 싫어서 저러는구나. 사람됨을 거절하는구나. 곧 넘어지겠지, 결국 무너지겠지. 착함이란 바스러지기 쉬운 거니까.그런저런 생각에 머리가 아파 까무룩 잠이 든다. - P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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