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은 의존적이다. 기계에 의존하며 무엇보다 대상에의존한다. 매번은 아니더라도 많은 경우 사진사가 하는일은 대상을 프레임 안에 넣고 의도한 시간만큼 셔터를열어두는 일뿐이다. 길에서 웃고 있는 아이를 찍으면 길에서 웃고 있는 아이의 사진이 나온다. 아이가 웃지 않는데 웃는 아이의 사진을 찍을 재간이란 없다. 이런 의존성은 사진사로 하여금 대상을 관찰하고 장면의 의미에 대해 사고할 것을 요구한다.
특정 대상과 장면이 발산하는 시각적 힘을 알아채는일은 어떤 경우 쉽고, 어떤 경우 쉽지 않다. 둘은 뒤섞인다. 어떤 장면은 찍지 않고는 못 배기게 한다. 어떤 장면은 찍을까 말까 망설이게 한다. 눈으로 느낀 힘이 사진으로도 이어질까? 늘 그렇지는 않다는 데 사진의 어려움과매력이 있다. 봤을 때 근사했으나 사진으로 담고 보면 실망스러운 경우가 얼마나 많은가. 정반대도 부지기수다.연습은 예견을 가능케 한다.
- P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