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프카의 대표적 작품 변신」과 「학술원에 드리는 보고는 인간과 동물의 문제를 다룬다는 점에서 서술 구조와 내용이 상당히 유사하면서도 그 진행 방향은 역방향이라는 점에서 서로 쌍을 이루는 텍스트로 볼 수 있다. 학술원에 드리는 보고는 원숭이가 인간으로 진화하는 앞으로 나아가는 진보적 과정을 서술한다면 변신은 인간이 동물로 퇴화하는, 후퇴하는 상황을 다룬다. 두 작품 모두에서 주인공들은 자신의 몸을 둘러싸고 벌어진 내면세계와외부 세계, 동물 세계와 인간 세계의 갈등 속에서 그 어느 쪽에도 온전히 속하지 못하고 정체성의 혼란을 겪는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카프카는 유대인의 소외 과정을 무엇보다도 몸의 문제를 통하여 가장 적나라하고 그로테스크하게 묘사해 낸 작가이다. 몸은 오랫동안 자기 정체성이 실현되는 가장 확실한 매체이자 공간이었다. 그러나 몸은 더 이상 내면의 정신과 영혼을 자동적으로 외적으로 표현해 주는 매체가 아니고 사회와의 의사소통의 매체로 기능하지 않는다. 몸은 자아에 대한 표상과 사회의 외부적 표상이 부딪치면서 갈등을 일으키고 변형을 일으킨, 즉물적 매체이자 장소가되었다. 카프카에게 몸은 위기를 드러내는 매체이자 새로운 시작을 실험하는공간이 된다. 이 달라진 몸은 거꾸로 자신에게 정체성의 문제를 인식시키고자성을 촉구한다. -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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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사시대 여성의 존재가 잘 드러나지 않는다는 점을 지적하면, 흔히 그 시대 여성의 사회적·경제적 역할을 확인할근거가 거의 없기 때문이라고들 한다. 그런데 이는 남성도마찬가지다! 남성이라고 해서 더 많은 증거가 있는 것도 아닌데, 어떻게 남성은 대형 동물의 사냥꾼이자 발명가(도구와무기를 제작하거나 불을 다루는 자), 예술가, 혹은 더 나아가 전사나 새로운 영토의 정복자로 묘사될 수 있었을까. 사실 선사시대 남성에 대한 그러한 확신은 민족지학자들이 19세기부터 보고해온 현대 사냥-채집 집단의 행동양식을 일부분 근거로 한 것이다. - P12

선사학은 19세기 중반에 나타난 신생 학문이다. 해당 분야 최초의 교과서에서 설명된 남녀의 역할은 실제 선사시대의 상황을 반영하기보다는 19세기의 시대적 상황과 더 관련있어 보인다. 당시는 의학 이론과 종교 경전이 한창 서로 결합하던 시기였다. 그리해서 이제 여성은 ‘신의 뜻ordre de dicu‘으로뿐 아니라 ‘본질nature‘적으로도 열등한 존재라고 시달리게 되었다.  - P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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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된 자기를 만들어 내면 언제나 진짜 자기를 대가로 치러야 한다. 진짜 자기는 무시당하고, 천덕꾸러기가 된다. 내 경험으로는 거짓된 자기가 더 많이 사라질수록 진짜 자기가 더 많이 관심을 받게 되고, 내적 속박에서 벗어남으로써 환경이 허용하는 한 충실한 삶을 살기 위해 억제되지 않은 동기가 나타났다. - P22

‘전부 아니면 전무‘라는 이분법적 원칙은 유효해보이지만 대개는 어떤 오류가 뒤따른다. 어떤 주제와 관련한 문화가 발전할 때그 안에서 전문 분야의 역할을 인정하지만 전문화에 대한 지나친경외감이 자주성을 마비시킬 수 있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정치가만이 정치를 이해할 수 있고, 정비사만이 자동차를 고칠 수 있고, 교육을 받은 정원사만이 가지치기를 할 수 있다고 믿는 성향이지나치게 강하다. 물론 교육을 받은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더 빠르고 효율적으로 일할 수 있다. 그리고 교육 받지 않은 사람은완전히 실패하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교육 받은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차이는 실제보다도 더 크게 받아들여지곤 한다. 전문화에 대한 믿음은 맹목적인 경외로 쉽사리 변질하여, 새로운 활동을시도하지 못하게 억누른다. - P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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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시도들은 자신을 인식하는 것이 쉬운 일이라고 암시한다. 이는 착각인 동시에 희망 사항을 바탕으로 세워진 믿음에 지나지 않는다. 정말 해로운 착각이다. 쉬운 길이라는 약속을 믿고 나선사람들은 자신에 대해 모든 것을 안다고 확신하며 의기양양하게 굴거나 첫 장애물에 가로막히면 곧바로 낙담하고 진실 탐구를 소용없는 일로 여기며 쉽게 단념해버릴 것이다. 자기 분석이 몹시 힘들고, 더딘 과정이며 때때로 고통스럽고 혼란스럽게 마련이고, 모든 건설적인 에너지를 끌어와야 하는 일임을 잘 알고 있다면, 쉽게 자신만만해 하거나 쉽게 포기하는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 P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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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도 행복할 수 있을까 - 행복지수 1위 덴마크에서 새로운 길을 찾다 행복사회 시리즈
오연호 지음 / 오마이북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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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연호대표 강의를 듣고서 몇년 전에 선물 받았던 책이 생각나서 읽어보았다. 2014년에 쓴 책이니 시간이 좀 지났지만 큰 변화가 있을 것 같진 않다.
계속 반복되는 이야기는 덴마크 사람들은 자유와 평등, 연대로 인해 행복하게 살고 있다는 것이다. ‘깨어 있는 시민‘으로 살고자 한다면 자유로운 상태에서 자기 삶을 선택하고 또 타인도 그렇게 살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이런 종류의 책은 발행시점에 읽어야 한다. 시간이 지나서 읽으니 그때보다 전혀 나아지지 않은 현실에 더 절망하게 된다. 강의하던 오연호대표는 절망하지 않는 것 같았다.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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