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프카의 대표적 작품 변신」과 「학술원에 드리는 보고는 인간과 동물의 문제를 다룬다는 점에서 서술 구조와 내용이 상당히 유사하면서도 그 진행 방향은 역방향이라는 점에서 서로 쌍을 이루는 텍스트로 볼 수 있다. 학술원에 드리는 보고는 원숭이가 인간으로 진화하는 앞으로 나아가는 진보적 과정을 서술한다면 변신은 인간이 동물로 퇴화하는, 후퇴하는 상황을 다룬다. 두 작품 모두에서 주인공들은 자신의 몸을 둘러싸고 벌어진 내면세계와외부 세계, 동물 세계와 인간 세계의 갈등 속에서 그 어느 쪽에도 온전히 속하지 못하고 정체성의 혼란을 겪는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카프카는 유대인의 소외 과정을 무엇보다도 몸의 문제를 통하여 가장 적나라하고 그로테스크하게 묘사해 낸 작가이다. 몸은 오랫동안 자기 정체성이 실현되는 가장 확실한 매체이자 공간이었다. 그러나 몸은 더 이상 내면의 정신과 영혼을 자동적으로 외적으로 표현해 주는 매체가 아니고 사회와의 의사소통의 매체로 기능하지 않는다. 몸은 자아에 대한 표상과 사회의 외부적 표상이 부딪치면서 갈등을 일으키고 변형을 일으킨, 즉물적 매체이자 장소가되었다. 카프카에게 몸은 위기를 드러내는 매체이자 새로운 시작을 실험하는공간이 된다. 이 달라진 몸은 거꾸로 자신에게 정체성의 문제를 인식시키고자성을 촉구한다. - 본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