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 더 땅과 가까운 곳에서 살아가는 우리 문화보다 더 오래된 다른 문화권에서는 사람들이 자기네가 인위적으로 만들어 놓은 뒤계의 꼭대기에서 다른 동물을 낮추어 보는 짓 따위를 결코 저지르지 않는다. 생명은 동물과 인간, 인간과 비인간으로 나뉠 수 없다. 생명은 연속적이고 상호작용하며 상호 의존적이다. 인간과동물은 삶이라는 드라마에 함께 출연하는 동료 연기자인 것이다. 동물의 삶, 그들의 동기, 사고, 감정은 인간의 주목을 끌고 인간에게 존중받을 만한 가치가 있다. 따라서 그들의 중요성을 묵살하는 태도는 중대한 잘못으로 마치 ‘원죄‘라는 근대 서양식 개념과 유사한 어떤 것이 된다. - P399
물론 세 젊은 여성은 처음에는 자신들 작업을 신성한 탐색이 아닌 위대한 모험으로 접근했다. 애써 이루려는 계획이 있었고 이름을 날리고 성취를 일구려는 야심도 없지 않았다. 그건 여느 과학자가 하는 것과 동일한 문제해결 과정이었다. 하지만 그 작업은 그렇게 순조롭게 전개되지 않았다. 그 여성들이 현장에서 보낸 초기 몇 달은 연구 대상 동물이 어디에 있는지조차 가늠할 수 없거나 자신들 존재를 알아채고는 냅다 달아나는 녀석들의 뒷모습을 언뜻 보거나 했을 뿐인, 좌절과 낙담으로 점철된 나날이었다. 이 여성들은 좀 더 은밀한 방식으로도, 더나은 장비로도, 좀 더 새로운 기법으로도 자신들 작업을 유효하게 만들 수 없었다. 혹자는 작업의 성과를 앞당기려고 실험하거나 조작을 가하기도 했지만 이 여성들은 결과를 섣불리 강요하거나 서두르지 않았다. - P404
이들 성지에서 세 여성은 유인원의 발자국을 따라 걷거나 그들이 서식하는 숲 차양부의 아랫길을 따라 걸었다. 유인원들이먹는 음식을 표집하기도 했다. 이따금 숲에서 그 동물과 함께 잠을 청하기도 했다. 제인은 ‘제인 봉우리‘에서, 다이앤은 텐트에서, 비루테는 오랑우탄이 꼭대기에 보금자리를 튼 나무 아래에해먹을 치고서. 그들은 매일 동물 세계로 성지순례를 떠났다. 조사나 기록을 위해서만이 아니라 그들 속으로 들어가서 그들과하나되기 위해서. 표명된 것이었든, 무의식적인 것이었든 끝까지 고수한 것이었든, 중도에 포기한 것이었든 그 여성들은 모두 자신의 동물과하나되기를 끈질기게 소망했다. - P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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