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질병을 마케팅함으로써 약품을 홍보하는 방식은 제약 업계에서흔한 일이 되었고, 이는 소비자 대상 직접 광고가 가능해지면서 더욱 수익성 높은 방식으로 자리 잡게 되었다. - P275

변화하는 의료 체계 속에서 소비자는 중요한 참여자가 되었다.
보건 의료는 상품화되고 시장의 힘에 좌우되면서 점차 다른 소비재나 서비스와 닮아 가기 시작했다. 우리는 이제 의료보험을고르고, 시장에서 의료 서비스를 구매하며, 의료 기관을 골라서 갈 수 있는 소비자가 되었다. 이제 병원과 의료 기관들은 환자를 소비자로 두고 경쟁하게 되었다.  - P280

의료화의 측면에서 관리 의료는 보상인 동시에 제약이다.
이는 특히 정신의학 분야에서 두드러진다. 관리 의료는 정신적·감정적 문제를 가지고 있는 사람에 대한 심리 치료의 보험적용 범위를 크게 축소했지만(Shore and Beigel 1996), 향정신성의약품 보장에는 훨씬 너그러웠다. 이로써 관리 의료는 성인과아동을 대상으로 향정신성의약품 사용을 늘리는 하나의 요인이 되었다(Goode 2002). 의사들 역시 정신 질환에는 [심리 치료가아닌] 약물 처방을 해야 관리 의료의 보장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을 알고 있기에, 약물치료는 더욱 가속화될 것이다. - P285

의료화의 확대를 추진하는 동력은 의료 전문가, 전문가나 조직간의 경쟁, 사회운동, 이익집단에서 생명공학, 소비자 관리 의료 기구로 변하고 있다. 의사는 여전히 의학적 치료의 문지기역할을 하지만, 이들의 역할은 의료화의 확대와 수축에 있어서점차 종속적인 위치가 되고 있다. 간단히 말해, 의료화의 동력이 되는 주체들이 급증하면서, 이제 전문적인 의료화 주장제시자들보다 기업과 시장의 이해관계가 의료화에 더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 P287

사회의 광범위한 의료화에 대한 내 주된 우려는 인간의 다양성을 병리로 바꾸어 놓는다는 점이다. 학습 능력의 차이는 ADHD나 학습장애가 되고, 성욕이나 성 기능의 차이는 성기능장애가된다. 극단적으로 무언가에 집중하는 행동은 성 중독, 쇼핑 중독 인터넷 중독이 되고(Quinn 2001), 개개인의 성격이나 외모 차이에는 사회공포증이나 특발성 저신장증 같은 진단이 내려진다. 우리는 오랫동안 일반적인 삶의 사건, 즉 임신에서 출산, 완경 같은 자연스러운 일들을 의학적 사건으로 바꾸어 놓았다. 이제 가슴 크기, 작은 키, 대머리를 의학적 증강이 필요한 문제로바꾸어 놓고 있다. 머지않은 미래에는 유전학적 개입을 통해 작은 키, "중독"에 대한 취약성, 낮은 학습 능력과 운동신경 등 우리가 병리라고 생각하는 특성을 사전에 배제한 태아를 디자인하게 될지 모른다. 모든 인간적 차이를 병리적으로 접근하게 되고,
이를 진단할 수 있는 질병으로 간주해, 의학적 개입의 대상으로삼을 것이다. 낸시 프레스의 지적대로, "의료화는 단순히 인간기능의 다양성으로 간주할 수 있는 것들을 병리화한다"(Press 2006, 138). 가장 큰 위험은 모든 차이를 병리화함으로써 인간 삶의 다양성에 대한 존중과 관용을 갉아먹게 된다는 점이다. - P2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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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DA는 1996년 팍실(파록세틴염산염수화물)을 우울증 치료제로승인했다. 팍실은 프로작을 비롯한 SSRIs 계열의 우울증 치료제로 시장이 포화된 상황에서 출시되었다. 팍실의 제조사(현 글락소스미스클라인)는 이미 포화 상태인 "우울증 시장"에 대응해 FDA에 팍실의 추가 적용 승인을  요청했다.  팍실 제조사는 공황장애, 강박장애, 사회불안장애, 범불안장애 등을 포괄하는 "불안 시장"을 특화하는 전략을 선택했다. 팍실이 사회불안장애와 범불안장애에 쓰이면서 걱정이나 수줍음 같은 감정들을 의료화하는 데일조하게 되었다(S. Scott 2006). 이는 어떻게 제약업계의 마케팅이 평범한 인간의 특성과 경험을 의료화하고 재구성하는지를 보여 주는 핵심 사례다. - P50

인터넷에는 성인 ADHD에 관한 책을 읽고 의사에게 찾아가 진단을 구했다는 댓글도 많다. 딜러는 《왜 산만해지는가》를 읽고 자가진단을 내렸던 자신의 환자 이야기를 기록하기도 했다(Diller 1997). 그에 따르면 자가진단을 내린 채 찾아오는 환자의 경우 책을 통해 증상들의 체크리스트를 살펴보고 오기 때문에 실제 아동기에 증상들이 존재했는지 확인하기 어렵다. 이제 자가  진단 결과는 전문가가 진단에서 참작해야  하는 요소 중 하나가 되었다.  한 정신의학자는 동료에게 "이제 내 진료 업무에서 성인 ADHD는 가장 흔한 자가 진단 증상이 되었다. 환자가 직장 내 실패, 이혼, 낮은 동기부여, 성공의 부재, 만성적인우울증에 대해 별로 합리적이지도 않은 생물학적 원인을 찾게될까 두렵다"라는 글을 보내기도 했다(Shaffer 1994, 638).
진단을 구하는 행위는 성인 ADHD의 등장에 있어 필수 불가결한 특성이다. 이런 형태의 자기 낙인, 정보 교환, 진단 추구는 특정한 성인 문제들을 의료화하는 사회적 원동력이 되었다. 이와 같은 일이 없었다면, 성인 ADHD는 굉장히 제한적으로만 확산되었을 것이다. - P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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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여간 ‘나는 옳고 너는 그르다‘라는 생각이 많은 문제를 일으키는 듯.


영생을 얻기 위한 ‘올바른 믿음‘에 너무 큰 의미를 부여한 까닭에, 이 배타주의 종교에 잠재돼 있던 불관용성은 일찌감치 맹목적인열정으로 불타올라 광범위하지만 분명 일반적이지는 않은 불관용정신으로 발전했다. 잘못된 믿음은 너무나 위험해서 참아줄 수 없다는 태도였다. 기독교의 불관용은 이르게는 신약성경부터 계속 이어져 내려와 4세기의 기록물에서도 보인다. 그것은 유대인이든 이교도든 아니면 심지어 기독교도든, 누구를 의미하는지는 불확실하지만하여간 ‘우리와 다른 사람들‘을 향해 있었다. - P395

수천 종의 이교 컬트가 얼마나 각양각색이었는지 망각해서는안 된다. 물론 제물 희생 의식이라든가 기도 의식 같은 공통의 특징은 있었다. 하지만 제우스 숭배교와 아테나 숭배교, 아폴로나 헤파이스토스 숭배교, 숲과 개울과 들판을 굽어살피는 신들을 모신 컬트교, 집안과 가족을 지켜주는 신을 모시는 컬트교 등에서 볼 수 있듯이 섬기는 신이 제각각 달랐고, 각기 다른 신화를 통해 알려졌으며,
각기 다른 의식으로 숭배했다. 일반적으로 이렇게 엄청난 다양성은다름에 대한 관용을 즉 신에게 닿는 각기 다른 길들은 얼마든지 수용 가능하고 용인 가능하며 더구나 바람직하기까지 하다는 이해를널리 퍼뜨렸다. 관용은 권장해야 하는 것이었다. 종교의 자유는 포용해야 마땅한 것이었다. 전체적으로 조명해봤을 때 고대 이교주의의 가장 위대한 면 중 하나는 기꺼이 다양성을 수용하고 나아가 그것을 최대한 누리겠다는 광범위하게 공유된 태도였다. 그것이 기독교가 승리하면서 사라지고 말았다  - P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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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교가 전도는 하지만 배타적이지는 않았다면, 기독교 신도는 늘었겠지만 이교주의는 아무 영향도 받지 않고건재했을 것이다. 이교도들은 그냥 유피테르나 아폴로, 다이아나,
미트라, 이시스 ・・・ 그밖에 누구든 자신이 선택해서 섬기는 다른 신들과 함께 그리스도 또한 섬기기 시작했을 것이다. 반대로 기독교가배타적이되 전도는 하지 않았다면, 유대교와 마찬가지로 대규모 추종자를 얻지 못한 채 동떨어지고 비주류적인 종교로 남았을 것이다.
그러나 기독교는 대거 추종자를 얻었다. 처음에는 그러지 못했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해를 거듭하고 몇십 년이 지나면서 신도가꾸준히 늘어갔다. 그리고 기독교가 성장하면서 이교주의는 필연적으로 축소되었다. 당시 인간에게 알려진 다른 어떤 종교와도 다르게기독교는 경쟁 상대를 제거해가면서 번성했다. - P187

기독교 초창기 당시 대부분의 사람들이 기적을믿은 것도 그래서였다고 합리적으로 추론할 수 있다. 그들은 사도행전에 나오는 일화 같은 이야기를 전해 들었다. 그 이야기들은 문학적 서사이지, 객관적인 역사 기록이 아니다.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던 이야기를 누군가 글로 옮겨 적은 것이다. 오늘날 많은 이들이 실제로 오순절에 성령이 나타나 사도들이 각기 다른 언어로 말하게 만들었다고 믿는다. 실로 놀라운 기적이다. 그들은 그 이야기를 사도행전 2장에서 읽고서 믿는 것이다. - P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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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울이 자신을 우선적으로 ‘부름 받은 자로 여긴 건 그렇다 쳐도, 그의 경험을 이야기하면서 ‘개종‘이라는 용어를 섣불리 버려선안 된다. 그렇다. 바울은 자신이 더 이상 유대인이 아니라고 생각하지도 않았고 유대교와 대립하는 메시지를 설파하고 다닌 것도 아니었다. 하지만 그가 여태껏 유대교에 대해 이해하고 있었던 바에 극적인 변화를 겪으면서, 그리고 그보다 분명하게 그리스도에 대한 이전까지의 이해에서도 극단적 변화를 맞아 그를 하나님에게 버림받은 자라고 여겼다가 이제는 하나님이 보낸 구세주로 보게 되면서,
‘전향‘ (‘개종"conversion‘의 문자 그대로의 의미한 것은 사실이었다. 그러니 그가 한 경험을 소명이자 개종 둘 다로 보는 게 가장 바람직할 것이다.
어떤 용어를 사용하건 바울이 한 경험은 고도의 자각을 불러왔다는 면에서 더없이 경이로운, 아주 획기적인 변화였다. 하나님이바울에게 이 복음을 이방인에게 전하는 임무를 맡겼다. 바울에게 이는 조금 남다른 직업 선택의 수준이 아니었다. 인류를 위한 하나님의 계획을 실현하는 것이었다. - P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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