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이 허기질 때 바다로 가라 - 내 밥상 위의 자산어보
한창훈 지음 / 문학동네 / 2010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회가 먹고 싶어 미치게 만드는 책 - 인생이 허기질 때 바다로 가라

책의 세로로 된 띠지를 벗기고 나면 반짝 반짝 물고기 비늘이 보인다.
손으로 자세히 천천히 표지를 만지면 제목 글씨가 오목오목 올라온 것 같은 느낌이 자꾸든다.

"어머! 이 책을 어쩌면 좋아!!"
감탄을 연발하면서 이 책 표지가 상하지 않게 해야겠다는 다짐을 책을 읽기전에 했다. ㅋㅋ

아~~ 배고파~~
[인생이 허기질 때 바다로 가라]를 읽다가 회가 먹고 싶어져 동생에게 전화를 했다.
동생 사무실이 농수산물 시장 근처라 오늘 들어올 때 전어회 좀 사오라고 했다.

가을이라 생각나는 회가 전어회 밖에는 일단 없으나...
매실소주를 두병 사들고 가야겠다. ^^

내가 못 먹어본 회들이 그렇게 많은지... 아~~ 진짜 배고프다~~

삼치를 보는 순간 추석전에 사무실에서 먹었던 삼치회가 생각이 났다.
선배가 새벽에 정자 바닷가에서 직접 잡아온 삼치였다. 한창훈 쌤 삼치회 뜨는 장면과 선배가 사무실에서 회를 뜨는 모습이 겹쳐졌다.
아! 또 먹고 싶다!!

첫페이지 갈치이야기부터 사람 맘을 왜 그렇게 땡기는지.. 읽으면서 책에서 눈을 뗄 수 없었다. 생생한 사진들이 읽는 동안 나를 정말 배고프게 했다.

어떤 생선은 어떻게 먹는지,
어떤 회는 어떤 장에 먹는지,
메모를 하면서 봤다. 다음에 회 먹을 때 이렇게 먹어봐야지... 이 생선으로는 이렇게 요리해 봐야지 하면서 말이다.

사람들 사는 이야기와 그 생선에 대한 이야기가 너무 생생하고 소박하게 적힌 책이다.
에피소드 형식으로 적혀있는 섬마을 풍경이라던지, 소설을 처음 쓴 곳에 대한 회상, 김밥이야기 등등 이 책은 정말 삶이 담겨있는 책이다.

거문도, 정말 가 보고 싶은 섬이다. ^^

마지막으로, 은회색머리카락 날리며 바다에서 회를 뜨는 한창훈 작가의 모습은 너무나도 친근한 옆집 아저씨의 모습이었다. 바닷가 어느 곳에 가도 만날 수 있는... 그래서 이 책이 더 진정성이 있어 보이고, 맛있어 보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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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태일 평전 - 신판
조영래 지음 / 아름다운전태일(전태일기념사업회) / 2009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계란으로 바위치기”
운동을 시작할 때 아버지께서 저에게 해주신 이야기입니다.

자식이 착하고 바르게 살길 바라셨지만 남들은 다들 순응해서 사는데 혼자 계란이 되어서 다칠까 염려의 말이었습니다.

전태일 열사는 우리 아버지보다 두해 먼저 태어났습니다.
가장이란 이유로 장남이란 이유로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포기해야했던 그 나이대의 삶이 우리 아버지를 보면 잘 몰라도 어렴풋하게 이해가 되기도 합니다. 가끔 말입니다.

그런 아버지는 사회에 순응하는 삶을 사셨고, 전태일 열사는 다른 길을 걸었습니다.

“계란으로 바위치기”
아버지가 틀렸습니다. 저는 그렇게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아버지와 동시대를 걸었던 전태일 열사는 자신의 손으로 목숨을 내 놓으면 이 사회에 커다란 변화를 만든 계란이었습니다.

전태일 열사는 계란으로 바위치기가 가능하다는 것을 몸소 보여주었습니다.
대부분의 언론과 정권은 노동자들이 자신의 삶을 좀 더 인간답게 누리려고 하면 [빨갱이], [귀족노조], [어려운 경제에 자기 이익만을 챙기는 이익집단]으로 몰아버립니다.

아마 그들은 정당하게 땀 흘려 일한 경험이 없는 사람들임이 분명합니다.

자신의 것을 조금 더 못한 어린 여공들에게 나눠주던 정신!
자기 자신만을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이 시대 일하는 사람들의 형편을 걱정하던 정신!
전태일 정신은 거창하거나 화려하지 않습니다.

그냥 인간다운 삶을 이야기하는 것입니다.

땀 흘려 일하는 사람들이 노예가 아니라 이 땅의 진정한 주인이라는 것!
그들에게 뭔가를 빼앗아 가는 것이 아니라 정당하게 대접해 줘야 한다는 것!
너무 당연하고, 정당한 요구를 한 것입니다.

그러나 열사는 그 이야기를 하기위해 목숨을 걸었습니다.
이 땅의 노동자들은 그의 목숨 값을 빚지고 있는 셈입니다.

[전태일 평전]에 나오는 일기를 보면 그는 마음이 착한 사람이며, 감수성 또한 참 뛰어난 정말 여린 사람입니다.
결국 그를 투사로, 목숨을 내놓게 만든 것들을 향해 빚지고 있는 우리가 그 빚을 갚아야 합니다.

그가 목숨 걸고 노동자들의 현실을 알렸으니,
40년동안 빚을 갚기위해, 노동자의 권리를 위해, 인간대접을 받기위해 싸운 우리는 현실이 조금 어렵고 힘들더라도 우리를 억압하는 모든 것들에 대해 더 가열차게 싸움을 걸어야 합니다.

10만이 모이며 그냥 모이기만 해도 우리가 뭘 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생각합니다.
반드시 모여서 보여줍시다. 우리는 아직 전태일 열사의 죽음으로부터 지난 40년을 헛되게 보내지 않고 있다고, 정말 열심히 우리의 권리를 찾기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보여줘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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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이미 여우는 사냥꾼이었다
헤르타 뮐러 지음, 윤시향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7월
품절


사람들이 카페에 오래 앉아 있으면 불안이 내려와서 기다린다. 그리고 내일 다시 오면 불안은 이미 그들이 앉을 자리에 드리워져 있다. 불안은 머릿속의 진딧물이고, 기어가지 않는다. 사람들이 아주 오랫동안 앉아 있으면, 불안은 죽은 체한다.

-59~60쪽

창문 앞 나뭇잎이 나무에 매달려 있듯, 그의 입에는 불행이 드리워져 있다. 여름에는 초록빛이고, 가을에는 노란빛인 불행은 그의 얼굴에서 뻗어나온 나뭇가지이다. 색깔은 있지만 나뭇잎만은 없다. 불행은 바깥 겨울나무처럼 벌거벗은 채로 항상 앙상하기 때문이다. 그 헐벗은 삶을 바라보아서는 안 된다. 어떤 생각이 머릿속에 떠오르기 전에 적나라한 말을 입으로 말해서는 안 된다. 침묵해야 하고 한탄해서는 안 된다.-15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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끌림 - Travel Notes, 개정판
이병률 지음 / 달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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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냄새가 나는 여행책 - 끌림


나는 여행책을 좋아한다.
여행의 일정이 빼곡히 적힌 여행책 말고,
지도가 한가득 차지하는 여행책 말고......

신영복의 [더불어 숲]처럼
최영미의 [시대의 우울], [길을 잃어야 진짜 여행이다]처럼
김훈의 [자전거 여행]처럼
김연수의 [여행할 권리]처럼......


이병률의 끌림은 그런 느낌을 받았다.
사람을 찾아 헤매는 여행자의 책이랄까?
사랑을 찾아 헤매는 여행자의 책이랄까!

시인이라 다니는 곳곳 표현이 이뻤다.


밑줄 그어진 곳이 많아 책장을 넘기는 곳곳마다 보라색 형광펜 자국이 남아있는 책이 되어버렸다.
사진과 흰 종이 그리고 그어진 보라색 형광펜 느낌이 만족스럽다 ^^


여행은 나에게 다양함을 준다.
그가 떠난 그곳에 내가 서면 어떤 느낌일까 하는 생각이 들게 하고,
그 책 한권을 들고 작가가 떠난 그곳으로 따라 다녀보고 싶다는 생각도 든다.


[끌림]은 사람이 많은 책이다.
사람냄새 나는 글에다, 사람이 많은 사진에다......
그래서 더 맘에 든다.


예순일곱번째 이야기가 마무리 되고 사진찍은 곳과 설명이 너무 맘에 들게 표현되어있다.
이 책 참 끌린다. ^^


참, 좋은 구절 옮기려고 보니까 이책에는 쪽수가 없다.
상상력을 자극하는 책이다.
표현을 해야한다.
이렇게 말이다.


아~ 거기, 강가에서 키스를 하는데 여자가 좀더 입을 내밀고 있는 약간은 불만인 사진 ^^
아~ 거기, 바다보는 일 외에는 하면 안되는 것처럼 바다만 바라보고 있는 두사람 사진 ^^

폰카의 한계다! 왜 디카를 사무실에 놓고 와서 연휴내내 이 고생을 하는지 모르겠다. T_T

보라색 줄이 그어진 가운데 문장 "술 마시지 않는 사람과 쉽게 친해지지 않는다"에서 앗싸~~를 외쳤다.

이런 나와 같은 감수성을 가진 작가를 봤나! 너무 솔직하잖아 ^^ 맘에 드는 문장이다!!


보이지 않는 위쪽에도 줄이 있다. 이 책은 이렇게 보라색 형광펜이 많이 줄 그어진 책이 되었다.

수시로 읽고 싶은 구절이 많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너무나 자연스러운 분위기 아닌가!

이런 분위기의 카페를 선호하는 나는 울산에 이런 멋스럽고 옛스러운 카페가 없는 것을 안타까워하면서 진정 사진속의 저들이 부럽다^^

난 같은 곳을 보고 있는 이들이 너무 다정해 보인다^^

과연 저들은 무슨 생각을 할까?

난 자유란 단어를 좋아하지 않는다.
자신의 자유가 다른 이를 힘들게 하는 경우를 종종 보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사진속 저 여자는 정말 자유로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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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계자들
김언수 지음 / 문학동네 / 2010년 8월
구판절판


막장드라마처럼 해피엔딩을 원하다


래생을 살려내라!!
래생을 죽인 김언수 작가는 반성하라!!!


마지막 장을 읽으면서 어느 멋진 첩보영화처럼 죽어가는 래생을 보며 막장드라마처럼 부자연스럽지만 그냥 다 화해하고 래생이 미토나 미사와 설계의 세계를 엎고 행복하게 잘 살았다는 통속적인 결말이 그리웠다.

아~~ 래생을 어쩔거나!!! 끝장을 읽는데 래생에 선택에 잠깐 화가 났다.

이것은 단 몇개월 인간다운 삶을 산 래생의 이야기다.
이 복잡하고 개판인 세상에 단 몇개월이 인간다운 삶이었다고 평가하는 나의 모순이 분명있겠다는 생각이드나 난 그냥 평범한 래생이 그리울 것 같다.


래생이 인간세계에 살게된 연유는 이렇다.
래생은 작업의 실수를 통해 '개들의 도서관'에서 나와 공장에 위장취업을 하게되고 속옷을 버리는 것을 아까원하는 참 인간적인 여자를 만나 동거를 하게된다.


"스물두 살의 남자와 스물한 살의 여자가 동거를 하는 이유는 간단하게만 생각해도 3백만 가지는 될 것이다. 반창고를 붙여주다 눈이 맞거나, 붕어빵을 나눠 먹다가 눈이 맞거나, 스카이 콩콩 같은 것을 타다가 누이 맞거나, 그러니 찾아보면 이 지구라는 아름다운 별 곳곳에는 속옷을 빨아주다가 눈이 맞아 같이 살게 된 커플들도 많을 것이라고 래생은 생각했다"
p174


"어쩌다 시장이라도 보는 날이면 여자는 새끼 고양이가 열두 마리나 들어가는 바구니에다 두부, 대파, 무, 양파, 당근, 봉지쌀, 비계가 잔뜩 들어가는 김치찌개용 돼지고기와 내장을 손질하고 토막낸 생선을 넣었다. 바구니 안에 얼마나 정교하게 물건들을 집어넣는지 여자라면 그걸 다 집어넣고도 그 틈새에 새끼 곰 한마리 정도는 더 넣을 수 있을 것 같았다"
p176


"하지만 그 자전거 사건으로 인해 갑자기 공장 사람들과 힌채진 기분이었다. 공장 일이 한결 쉬워졌고 재미가 있었다"
p177



그녀와의 동거가 3백만가지의 단순한 이유중에 하나일 거라고 단정 짓는 래생이 귀여웠다. 세상을 잘 모르는 짜식~~
아니 래생은 그렇게 인간세상에 정착하고 싶었던 것일 수 있다.


래생은 8개월간의 공장생활에서 그냥 우리가 일상에서 흔하게 하는 일들을 하게된다.

그리고 그 모습을 일종의 놀라운 언어로 표현한다. 바구니빈틈을 새끼 곰을 넣을 수 있다고 표현하다니!

래생은 정말 멋진 아이다.

그런 래생의 현실은 변기통에 폭탄이 박혀있는 것이다.

굉장히 냉철하면서도 인간적인 냄새를 풍기던 래생이 집에 누군가가 왔다간 흔적을 발견한후 집을 통채로 뒤집어 엎는 장면을 잊을 수 없다.


그랬을 것이다.

늘 언제가는 자신도 죽을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지만 막상 작은 무엇하나라도 실천의 기미가 보일때 그 두려움!

래생은 그 두려움을 벗어나기 위해 시작한 일이 결국 자신을 죽음의 길로 이끌게 한 것이다.


[설계자들]을 읽으면서 진짜 이 세상은 설계자들에 의해 움직이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을 잠시했다.
그러면서 또 생각했다. 자기 자신 스스로가 자신의 삶을 잘~~ 설계할 수 있는 세상이 얼른 오길 바라본다.


난 작가의 글에 꽂히면 그 작가의 다른 작품을 찾아 읽는 버릇이 있다.
명쾌하면서도 허를 찌르고 가끔 소리내어 웃게하는 멋진 김언수 작가가 궁금해서 캐비넷도 질렀다. ^^
이제 다가오는 10월 새로운 작가를 한명 더 알게되어 기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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