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 이미 여우는 사냥꾼이었다
헤르타 뮐러 지음, 윤시향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7월
품절


사람들이 카페에 오래 앉아 있으면 불안이 내려와서 기다린다. 그리고 내일 다시 오면 불안은 이미 그들이 앉을 자리에 드리워져 있다. 불안은 머릿속의 진딧물이고, 기어가지 않는다. 사람들이 아주 오랫동안 앉아 있으면, 불안은 죽은 체한다.

-59~60쪽

창문 앞 나뭇잎이 나무에 매달려 있듯, 그의 입에는 불행이 드리워져 있다. 여름에는 초록빛이고, 가을에는 노란빛인 불행은 그의 얼굴에서 뻗어나온 나뭇가지이다. 색깔은 있지만 나뭇잎만은 없다. 불행은 바깥 겨울나무처럼 벌거벗은 채로 항상 앙상하기 때문이다. 그 헐벗은 삶을 바라보아서는 안 된다. 어떤 생각이 머릿속에 떠오르기 전에 적나라한 말을 입으로 말해서는 안 된다. 침묵해야 하고 한탄해서는 안 된다.-15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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