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계자들
김언수 지음 / 문학동네 / 2010년 8월
구판절판


막장드라마처럼 해피엔딩을 원하다


래생을 살려내라!!
래생을 죽인 김언수 작가는 반성하라!!!


마지막 장을 읽으면서 어느 멋진 첩보영화처럼 죽어가는 래생을 보며 막장드라마처럼 부자연스럽지만 그냥 다 화해하고 래생이 미토나 미사와 설계의 세계를 엎고 행복하게 잘 살았다는 통속적인 결말이 그리웠다.

아~~ 래생을 어쩔거나!!! 끝장을 읽는데 래생에 선택에 잠깐 화가 났다.

이것은 단 몇개월 인간다운 삶을 산 래생의 이야기다.
이 복잡하고 개판인 세상에 단 몇개월이 인간다운 삶이었다고 평가하는 나의 모순이 분명있겠다는 생각이드나 난 그냥 평범한 래생이 그리울 것 같다.


래생이 인간세계에 살게된 연유는 이렇다.
래생은 작업의 실수를 통해 '개들의 도서관'에서 나와 공장에 위장취업을 하게되고 속옷을 버리는 것을 아까원하는 참 인간적인 여자를 만나 동거를 하게된다.


"스물두 살의 남자와 스물한 살의 여자가 동거를 하는 이유는 간단하게만 생각해도 3백만 가지는 될 것이다. 반창고를 붙여주다 눈이 맞거나, 붕어빵을 나눠 먹다가 눈이 맞거나, 스카이 콩콩 같은 것을 타다가 누이 맞거나, 그러니 찾아보면 이 지구라는 아름다운 별 곳곳에는 속옷을 빨아주다가 눈이 맞아 같이 살게 된 커플들도 많을 것이라고 래생은 생각했다"
p174


"어쩌다 시장이라도 보는 날이면 여자는 새끼 고양이가 열두 마리나 들어가는 바구니에다 두부, 대파, 무, 양파, 당근, 봉지쌀, 비계가 잔뜩 들어가는 김치찌개용 돼지고기와 내장을 손질하고 토막낸 생선을 넣었다. 바구니 안에 얼마나 정교하게 물건들을 집어넣는지 여자라면 그걸 다 집어넣고도 그 틈새에 새끼 곰 한마리 정도는 더 넣을 수 있을 것 같았다"
p176


"하지만 그 자전거 사건으로 인해 갑자기 공장 사람들과 힌채진 기분이었다. 공장 일이 한결 쉬워졌고 재미가 있었다"
p177



그녀와의 동거가 3백만가지의 단순한 이유중에 하나일 거라고 단정 짓는 래생이 귀여웠다. 세상을 잘 모르는 짜식~~
아니 래생은 그렇게 인간세상에 정착하고 싶었던 것일 수 있다.


래생은 8개월간의 공장생활에서 그냥 우리가 일상에서 흔하게 하는 일들을 하게된다.

그리고 그 모습을 일종의 놀라운 언어로 표현한다. 바구니빈틈을 새끼 곰을 넣을 수 있다고 표현하다니!

래생은 정말 멋진 아이다.

그런 래생의 현실은 변기통에 폭탄이 박혀있는 것이다.

굉장히 냉철하면서도 인간적인 냄새를 풍기던 래생이 집에 누군가가 왔다간 흔적을 발견한후 집을 통채로 뒤집어 엎는 장면을 잊을 수 없다.


그랬을 것이다.

늘 언제가는 자신도 죽을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지만 막상 작은 무엇하나라도 실천의 기미가 보일때 그 두려움!

래생은 그 두려움을 벗어나기 위해 시작한 일이 결국 자신을 죽음의 길로 이끌게 한 것이다.


[설계자들]을 읽으면서 진짜 이 세상은 설계자들에 의해 움직이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을 잠시했다.
그러면서 또 생각했다. 자기 자신 스스로가 자신의 삶을 잘~~ 설계할 수 있는 세상이 얼른 오길 바라본다.


난 작가의 글에 꽂히면 그 작가의 다른 작품을 찾아 읽는 버릇이 있다.
명쾌하면서도 허를 찌르고 가끔 소리내어 웃게하는 멋진 김언수 작가가 궁금해서 캐비넷도 질렀다. ^^
이제 다가오는 10월 새로운 작가를 한명 더 알게되어 기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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