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 드로잉 노트 : 여행 그리기 이지 드로잉 노트
김충원 지음 / 진선북스(진선출판사) /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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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그렇겠지만, 내게 없는 솜씨를 가진 사람을 보면 부러울 때가 많다. 글을 잘 못 쓰는 사람은 글 잘 쓰는 사람이 부럽고, 그림에 소질이 없는 사람은 쓱쓱 그림을 그리는 사람이 부럽게 마련이다. 옆에서 보는 사람은 ‘어떻게 저렇게 쉽게 하지?’하며 감탄이 절로 나오는데, 정작 당사자는 그다지 어렵지 않게 쓱쓱 쓰고, 그리는 것처럼 보인다. (물론 ‘어렵지 않게 쓱쓱’이라는 말에는 당사자의 부단한 노력과 시간이 함축되어 있다.) 글이거나 그림이거나 혹은 음악이거나 운동이거나, 분야만 다를 뿐 서로 부러움과 감탄이 오가기는 마찬가지다.

 

그런 이유로 내가 부러워하는 것 중의 하나가 ‘그림’이다. 여행을 하면서 글을 쓰고, 사진 찍지만 가끔씩은 가볍게 드로잉을 해보고 싶을 때가 있는데, 나는 그림을 잘 그리는 것도, 못 그리는 것도 아닌 평범한 수준이다. 그림에 딱히 소질이 있는 것도 아니고, 미술 시간 이후로는 따로 배워본 적이 없으니 그려봤자 어설프고 유치한 수준일 뿐이다. 글이나 사진도 그렇지만, 그림 또한 계속 그려보고, 연습해야 늘 터인데, 처음 시작이 쉽지 않으니 매번 생각에 그치고 만다.

<이지 드로잉 노트>는 그런 어려움을 느끼는 사람들을 위한 책이다. 저자는 <스케치 쉽게 하기> 시리즈로 유명한 김충원 작가로, 이 책은 “여행그리기”라는 부제가 붙어있다.

 

느닷없이 스케치북을 들고 여행을 떠난다고 해서 그림이 그려지겠는가. 여행 스케치는 평소에 스케치를 하는 사람이 여행지에서 그리는 그림이다. 즉, 스케치하는 것이 습관이 되어 있어야 가능한 드로잉 방식이다. 따라서 막연하게 여행 스케치를 하는 모습이 부러워서 스케치 공부를 시작한다면 일단 낙서 같은 연습부터 시작해야 한다.

 

맞는 말이다. 스케치를 위해서는 손의 힘도 필요하고, 손의 힘을 기르기 위해서는 기본적인 선 그리기와 스트로크, 톤(tone)과 페더링(feathering) 등 단계적인 연습이 필요하다. 그래서 이 책은 선 그리기부터 시작해서 단계적으로 하나씩 따라 그리며 ‘그리기’에 익숙해지도록 안내를 해준다.

 

무엇을 배운다는 것은 항상 그렇지만, 원하는 대로의 결과물을 얻기 위해서는 결국 본인이 직접 해봐야 할 것이다. 당연한 얘기지만, 그림을 잘 그리게 되는 것은 본인의 연습 여하에 달려있을 것이다. 다만 그림을 그리고 싶어도 어디서부터 시작해야할지 모르겠다면, 이 책처럼 쉽게 따라할 수 있는 안내서가 도움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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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있지 말아요 - 당신의 가슴속에 영원히 기억될 특별한 연애담
정여울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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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 처음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잘 있지 말아요>라는 이중적(?)인 제목 때문이었다. 헤어진 그 사람이 잘 있기를 바라면서도 한편으로는 ‘(나 없이)잘 있지 말았으면’하는 그런 이중적인 마음… 사랑을 하다 이별한 사람이라면 이 역설적인 말이 주는 묘한 울림을 한 번쯤 느꼈을 것 같다.

 

너로 인해 내 인생이 후퇴할 위험을 기꺼이 받아들이는 것.

그것이 내게는 사랑이다.

너로 인해 한없이 뒤처지더라도,

너로 인해 내 인생의 중심이 송두리째 흔들리더라도,

너와 함께 하고 싶은 것. 그것이 내게는 사랑이다.

 

책을 읽으려다가 책날개에 쓰여 있는 저자의 이 말에 먼저 눈이 갔다. 어느 정도 수긍이 되면서 한편으로는 ‘내게는 사랑이 어떤 것일까’ 잠시 떠올려 보게도 된다. 사람마다 사랑에 관한 정의는 제각각이고 다양하다. ‘사랑과 이별’은 오랜 세월, 예술이나 문학작품 혹은 영화나 연극을 통해 끊임없이 반복되어져 온 주제이기도 하다.

 

문학평론가인 저자는 ‘사랑, 연애, 이별, 인연’이라는 분류 하에 우리가 책이나 영화, 뮤지컬 등으로 만났던 많은 작품들을 다양하게 소개하고 있다. 수록된 대부분의 작품은 우리에게 익숙한 명작들이지만 아직 접해보지 못한 작품들도 몇몇 눈에 띈다. 에밀리 브론테의 <폭풍의 언덕>, 뒤마 피스의 <라 트라비아타>, 빅톨 위고의 <레 미제라블>, 제인 오스틴의 <오만과 편견> 등은 소설과 영화 혹은 뮤지컬 등으로 다양하게 접했던 반면, 이언 매큐언의 <속죄>, 매튜 퀵의 <실버라이닝 플레잉북>, 앨리스 먼로의 <곰이 산을 넘어오다> 등은 이 책을 통해 새롭게 관심을 갖게 되기도 했다.

 

소개된 작품들은 얼핏 보면 장르나 작가의 일관성이 없이 잡다하게 소개된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그것이 ‘사랑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답을 찾는 저자의 다양한 시도라는 측면에서 보면 이해가 되기도 한다. 사랑이나 이별이란 것이 명쾌하게 똑 떨어지는 답을 줄 리야 없겠지마는, 저자의 이런 시도는 마치 하나의 컵을 여러 각도에서 살펴보는 것처럼, ‘사랑’이라는 주제를 여러 작품을 통해 다양한 관점에서 보게 해준다.

 

개인적인 느낌이지만, 책을 보면서 조금 불편했던 것은 두 가지였다. 하나는 지나친 들여쓰기로 인해, 눈이 피로했던 점이다. 문단 첫 글자와 인용문을 들여쓰기 하는 것은 맞지만, 통상적인 책들과 달리 필요 이상으로 들여쓰기가 되어 있어 보는 동안 눈이 피로했다.

또 하나는 내용과 어울리지 않는 삽화였다. 야성적인 매력의 히드클리프나 남성적인 다아시의 이야기를 읽다가 만나는 동화 같은 삽화는 이야기의 흐름을 깨뜨리기에 충분했다. 영화 <티파니에서 아침을>과 <색.계>의 같은 장면에서 우아한 오드리 헵번과 농염한 탕웨이를 기억하는 독자들에게 어린이의 잘 그린 크레파스화 같은 그림은 아무래도 낯설다.

 

사랑과 이별은 수없이 반복된 주제이지만 접하는 이에게는 언제나 새롭다. 그것은 아마도 작품을 접할 때마다 저마다의 경험과 기대에 견주어볼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게 반복되어도 한 번도 같은 사랑이 없는 것은 우리들 각자에게 ‘내 사랑은 특별’하기 때문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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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 마주치다 - 옛 시와 옛 그림, 그리고 꽃, 2014 세종도서 선정 도서
기태완 지음 / 푸른지식 /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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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글을 읽다 보면 꽃에 대한 이야기들을 종종 접하게 된다. 꽃에 대한 옛 이야기를 처음 접한 것은 어릴 때 읽었던 선덕여왕의 일화를 통해서였다. 선덕여왕이 공주 시절에 당나라에서 보내온 병풍의 모란꽃 그림을 보고, 꽃에 향기가 없음을 짐작해내었다는 이야기다. 그림에 꽃과 나비가 없는 것을 본 공주가 “이토록 꽃을 아름답게 그려낸 화공이 꽃과 나비를 잊고 안 그렸을 리가 없다. 분명 이 모란꽃은 향기가 없을 것이다.”라고 하였다 한다.

<삼국사기> 열전에 실린 설총의 “화왕계”에도 꽃에 관한 이야기가 나온다. 설총이 신문왕(神文王, ?~692)을 깨우치기 위해 지었다는 이야기로 여기에는 화왕(花王)인 모란과 아첨하는 장미, 충간(忠諫)을 하는 백두옹(白頭翁, 할미꽃)이 등장한다. 이 이야기는 꽃을 통해 교훈을 주려했다는 점도 특이하지만, 꽃이 주는 이미지에 대한 당대의 인식을 보여주어서 흥미롭다.

한편 실학파였던 박제가는 “백화보서(百花譜序)”에서 ‘꽃에 미친 김군’이라는 글을 통해, 꽃에 대한 사랑이 넘쳐 기벽(奇癖)에까지 이른 인물을 얘기하기도 한다. 박제가는 글에서 주인공 김군을 ‘꽃의 역사에 공헌한 공신이며 향기의 나라에 제사를 올리는 위인’으로 칭하며 높이 평가하였다.

이와 같이 꽃이나 그 꽃을 사랑한 사람들의 이야기는 옛글과 그림을 통해 다양하게 그려졌다. 이러한 글과 그림은 그 자체의 내용만으로도 흥미롭지만, 작품을 통해 그 꽃에 대한 당대 사람들의 인식과 생각을 엿볼 수 있어 더욱 의미가 있다. 옛글을 통해 꽃을 접하다 보면, 같은 꽃일지라도 시대에 따라 변하거나 혹은 계속 이어져 온 심상(心象, image)을 보게 된다. 또 지금의 우리가 쉽게 지나치는 꽃들에 대한 숨겨진 이야기들을 통해 그 꽃을 새롭게 보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꽃, 마주치다>는 옛시와 글귀, 그림 등에 나타난 꽃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 책이다. 책에서는 우리가 일상에서 흔히 보는 철쭉, 찔레꽃, 봉숭아, 수국, 맨드라미, 능소화, 나팔꽃과 열매가 더 유명한 포도나 비파 등을 만날 수 있다. 또 우리가 흔히 릿쯔라고 부르기도 하며 양귀비가 좋아했다는 열매인 여지(荔枝)도 등장한다.

 

천성적으로 꽃과 나무를 좋아한다는 저자는 우리나라와 중국의 옛시 등에 나타난 옛사람들의 꽃 이야기를 다양하게 들려준다. 저자가 들려주는 이야기를 재미있게 듣는 동안, 사이사이에 실린 그림과 사진이 꽃의 향기를 함께 전해준다. 그저 ‘예쁘다’며 단편적인 눈으로 보던 꽃도 옛글과 그림을 통해 만나니 그 향기가 더욱 깊어지는 듯하다.

옛사람들은 매화가 피어나는 계절에 맞춰 ‘탐매(探梅)’ 여행을 하였다고 한다. 마찬가지로 옛사람들의 흔적과 더불어 꽃과 나무를 찾아다니는 저자의 고운 눈길을 따라 함께 떠나봄직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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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의 고전 - 철학 고전을 이해하기 위한 길잡이
로베르트 짐머 지음, 이동희 옮김 / 문예출판사 / 201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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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 때 철학 시간이 있었다. 시범학교로 선정된 덕분에 고교에서는 처음으로 철학 과목을 배우게 된 셈이었다. 그렇다고 그 당시에 마땅한 철학 교재나 선생님이 있던 것도 아니고, 윤리 담당 선생님이 그냥 맡아서 수업을 했던 기억이 난다. 그래서 당시에는 윤리 시간과 크게 다르지 않은 지루한 내용이 더 많았다. 이 책을 읽고 나니 이런 종류의 책이 그 때쯤 있었더라면 하는 생각이 든다. 그랬다면 지루하고 건조한 수업에서 벗어나 철학에 대해 훨씬 더 친근하게 다가가는 시간이 되었을 것 같다.

 

그래도 다행이었던 것은 소크라테스와 그의 제자들을 시작으로 니체, 칸트 같은 철학자들의 이름과 그들의 명저들에 대해 귀동냥할 수 있었던 점이다. 이 책에 소개된 철학자와 철학서도 모두 그 때 알게 된 내용들이었다. 이 책은 플라톤의 <국가론>을 시작으로 마키아벨리의 <군주론>, 파스칼의 <팡세>, 칸트의 <순수이성비판>과 칼 마르크스의 <자본론> 등 제목만으로도 유명한 철학의 명저들을 소개하고 있다. 소개된 책들은 모두가 귀에 익숙한 제목들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실제로 읽은 책들은 많지 않다. 그것은 책마다 만만치 않은 분량인 이유도 있겠지만, 무엇보다 ‘철학은 어렵다’는 인식이 먼저 자리했던 것 같다.

 

저자인 로베르트 짐머는 이 책을 ‘철학자의 현관’에 비유하고 있다. 무척이나 적절한 비유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어렵고 지루하게만 여겼던 철학의 현관을 활짝 열어보이고자 한다. 그런 까닭에 이 책을 읽는 느낌은 철학자의 집을 이 방, 저 방 다니며 구경하는 느낌이다. 그 방은 저마다 색깔도 다르고, 인테리어도 다르지만 저마다의 사상과 깊이를 지니고 있는 매력적인 방이다. 그래서 겉에서 언뜻 보고 무겁고, 장중하게만 느껴졌던 분위기도 ‘한 번 들어가 볼까?’하는 호기심과 용기를 갖게 해준다.

 

저자는 16권의 철학 고전을 비교적 짧은 분량으로 소개하고 있다. 철학자의 주요한 논리와 사상을 핵심적으로 다루면서도, 지루해지지 않을 만큼 간단한 맛보기로 보여주는 셈이다. 맛보기만으로 궁금증이 풀리지 않는다면, 해당 책을 찾아 그 ‘철학자의 방’으로 좀 더 깊이 들어가 보면 될 일이다.

 

저자의 입장에서는 최대한 쉽게 풀어쓴 책이겠지만, 철학 고전을 처음 대하는 입장에서는 물론 쉽지만은 않다. 하지만 철학자의 현관에 처음 들어서서, 어디로 가야할지 모르는 방문자로서는 고마운 이정표가 아닐 수 없다. 청소년 권장도서라는 타이틀이 있지만 나처럼 철학 고전을 읽고 싶어도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될지 모르는 철학 초보자나 철학 읽기를 처음 시작하는 입문자에게는 좋은 길잡이가 될 것 같다. 이 책을 통해 방마다 구경을 하다가, 마음에 맞고, 더 궁금해지는 방이 있으면 그 책을 찾아 제대로 읽어보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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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 다시 내게 말을 거네 - 외롭고 슬프고 고단한 그대에게
류근 지음 / 곰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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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근 시인의 이름을 맨 처음 접하게 된 것은 시집이 아닌 SNS를 통해서였다. 대개는 작품을 먼저 접하고 작가에 대한 이야기를 듣게 마련인데, 이번에는 정반대였던 셈이다. 같은 그룹에 속한 것도 아닌 개별적인 페친들이 여기저기서 ‘류근 시인’ 혹은 그의 책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아마도 그 시기가 책이 나올 즈음이기도 했지만 그를 거론한 페친들 대부분 감성이 가득하거나, 글을 쓰는 작가들이거나, 책을 좋아하는 이들이어서 그랬던 모양이다.

 

<사랑이 다시 내게 말을 거네>는 그렇게 알게 된 류근 시인의 산문집이다. 1992년에 시인으로 등단하여 18년만인 2010년에 낸 첫 시집 <상처적 체질>에 이은 두 번째 책이다. 띠지에는 김광석의 노래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음을>의 노랫말을 썼다고 소개가 되어 있다. 지금도 많은 이들의 가슴을 울리는 노랫말을 쓴 이가 그였다는 것도 이번에 새로 안 사실이지만, 더구나 대학 재학 중 쓴 것이라니 더욱 놀라웠다. 그토록 여리고, 예민하고, 섬세한 감성으로 쓴 산문집이라니 내용이 더욱 궁금해졌다.

 

근황, 어쩌다 나는 당신이 좋아서

오늘 서울은 흐리고 나는 조금 외롭다

내 슬픔 때문에 꽃들이 죽어버리면

 

부제에는 “외롭고 슬프고 고단한 그대에게”라고 되어 있지만, 목차의 소제목에서 보듯 내용을 읽다 보면 오히려 시인을 위로해주고 싶은 기분이 든다. 그의 이야기에는 주야장창 시래깃국만 끓여주는 주인집 아주머니와 유명 작가들, 주변 지인들에 ‘옛날 애인들’까지 수시로 등장한다. 그는 마치 술주정이라도 하듯 끝도 없이 중얼거리며 ‘조낸 시바’라는 그만의 언어로 일상의 이야기들을 풀어나간다.

 

평소 같으면 생전 입에 올리지도 않는 단어건만 그의 책을 읽는 동안에는 ‘류근=조낸 시바’였다. 어찌나 자주 등장하는지, 책은 아직 반도 더 남았는데 머릿속에는 어느새 ‘그의 언어’가 떠돌고 있었다. 말이란 참 희한하다. 같은 말이지만 누가 쓰냐에 따라 그 맛(어감)이 천지차이다. 욕쟁이 할머니의 구수한 욕은 ‘정(情)’이지만 다른 사람이 하면 진짜 ‘욕’이 된다. SNL에서 김슬기가 찰지게 하던 욕을 어떤 여배우가 그 맛을 살리겠는가? 마찬가지로 ‘조낸 시바’라는 말도 ‘류근’이라는 이름과 함께 있을 때 그 느낌이 살아난다.

 

사실 글을 쓰는 입장에서 가장 부러웠던 것은 ‘그만의 언어’였다. 작가로서 어떤 단어, 어떤 구절을 통해 자신의 색깔을 분명하게 알릴 수 있다는 점은 무척 의미 있는 일이다. 그것은 화가의 그림에 자신의 화풍이 드러나고, 사진작가의 사진에 그의 시각이 드러나는 것과 마찬가지 의미이다. 류근 시인이 말하는 ‘조낸 시바’가 단순한 욕으로만 들리지 않는 것도 그 말이 그만의 색깔을 지녔기 때문이다.  아직 읽지 못한 그의 시집 <상처적 체질>이 어떤 색깔을 보여줄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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