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전의 주인공 - 굿의 마지막 거리에서 만난 사회적 약자들
황루시 지음 / 지식의날개(방송대출판문화원)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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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전이란 말은 딱히 굿에 관심이 없거나 혹은 관심이 있더라도 주의 깊게 본 사람이 아니면 조금 생소할 것이다. 요즘은 예전처럼 마을에서 굿이 자주 행해지는 것도 아니고, ‘굿을 제대로 볼 기회조차 많지 않다. 간혹 굿을 볼 기회가 있어도 새벽부터 밤까지 하루종일 진행되는 굿을 끝까지 지켜보기란 쉽지 않다

더구나 뒷전은 굿의 맨 마지막 순서까지 끝나고, 구경꾼이며 어지간한 사람들은 거의 다 돌아가고 난 뒤에, 아무도 주목하지 않는 와중에 무당과 장구재비 둘이서 마주 보며 진행되는 터라 뒷전까지 보는 사람은 많지 않다.

 

뒷전은 무당굿의 맨 마지막 절차로 잡귀잡신을 풀어먹이는 의례를 말한다. 굿은 대개 열두 거리로 행해지는데, 한 거리는 하나의 마당, 하나의 무대라고 이해하면 쉽다. 각 거리에는 관장하는 신이 있어 집터를 관장하는 성주신, 아기를 점지하는 삼신, 수명을 관장하는 칠성신 등이 등장한다. 이렇게 특정 거리마다 각기 주관하는 중요한 신격이 있는데, 이런 열두 신격이 모이면 열두 거리가 구성된다.

 

그런데 뒷전은 열두 거리에 들어가지만, 신격은 확연히 차이가 난다. 앞의 신들이 제대로 대접받고 모셔지는데 비해서, 뒷전의 신들은 아무도 초대하지 않은 잡귀잡신의 무리여서 제대로 대접받지 못하고 어둑한 마당에서 간소하게 차린 뒷전상을 받을 뿐이다. 뒷전 무당은 뒷전이 끝나면 밖으로 짤막한 신칼을 던지고, 바닥에 떨어진 신칼의 모양으로 잡귀들이 흡족하게 먹고 물러났는지 확인한다. , 칼끝이 밖으로 향하면 잡귀들이 잘 받아먹고 물러난 것으로 여긴다.

 


황루시 교수의 글은 예전에 한참 민속학에 관심을 갖고 공부할 때 논문을 통해 주로 접했는데, 이번에 뒷전에 대한 책으로 다시 만났다. 저자가 강릉단오굿, 서울굿 등 굿에 대한 대표적인 연구자이고, 이제껏 뒷전에 대해서는 별도로 다룬 책이 없었기에 이 책이 더욱 반가웠다. 굿 사진으로 유명했던 김수남 작가의 사진은 책의 무게감과 재미를 더해주었다.

저자는 먼저 뒷전의 개념과 의미를 설명해주고, 이어 서울굿, 황해도굿, 동해안굿 등 지역에 따른 뒷전의 차이를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서술한다. 뒷전에 등장하는 잡귀잡신은 영산, 수비, 객귀 등으로 분류되는데, 저자는 잡귀잡신의 사회적 약자로서의 특성에 집중하여 다루고 있는 점이 눈에 띈다. 뒷전의 연극적 성격과 중요성에 대한 부분도 흥미롭게 읽혔다.

 

책을 읽고 나니 하루종일 진행되는 굿을 지켜보며 굿 사진을 찍던 때가 생각난다. 뒷전을 포함한 각 거리의 내용과 신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알고 사진을 찍었지만, 뒷전의 세세한 내용에 대해서까지는 알지 못했던 것 같다. 뒷전에 오는 잡귀잡신의 성격과 지역에 따른 차이들에 대해 읽고 나니 기억 속에 있던 굿 현장이 새삼 되새겨지면서, ‘그 장면이 이런 의미였구나?’하며 묵혀둔 질문에 대한 답이 얻어지기도 했다.

 

이 책은 불러주는 이도 없이 어디에서도 대접받지 못하는 잡귀잡신, 소외된 약자에게 조금이나마 관심을 가져주는 뒷전을 다루고 있다. 무속은 여전히 미신이라는 오해나 종교적인 이유로 폄하되거나 무시되곤 한다. 하기는 4차 산업혁명이 이루어지고 있는 시기에 굿은 시대착오적인 구습으로 여겨질지도 모른다. 하지만 조상과 자손들을 위해 간절히 기도하는 어머니의 마음, 민속학 혹은 전통문화의 한 가닥으로 이해한다면 무속이나 굿을 바라보는 시각은 좀 더 여유로워지고 이해의 폭도 넓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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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에서 책을 제공받아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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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실 이야기 - 하고 싶은 말이 너무 많아
효게쓰 아사미 지음, 요시타케 신스케 그림, 김은하 옮김 / 담푸스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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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찰에서는 화장실을 해우소(解憂所)’라고 부른다. ‘근심을 풀어주는 장소라니 꼭 사찰이 아니더라도 화장실에 참 적절한 말이 아닐 수 없다. 화장실은 내게 허락된 작은 공간 안에서, 다른 사람에게 어떻게 보일까를 신경쓰지 않고, 그저 내 몸과 마음의 근심을 푸는 본연의 모습(?)에 충실할 수 있는 곳이다. 그렇기에 화장실은 몸의 생리현상을 해결해주는 공간인 동시에 잠시 마음을 풀어놓을 수 있는 순수한 공간이다. 보통은 냄새나고 더럽다고 여겨지는 공간이 실은 가장 순수할 수 있다는 점은 화장실의 역설이기도 하다.


화장실에 대해서는 참 이야깃거리가 많다. 어렸을 때는 은근히 무서웠던 빨간 휴지, 파란 휴지이야기부터 <삼국사기>의 저자인 김부식과 정지상의 이야기도 있고, 저마다 화장실에 얽힌 이런저런 경험담도 있다. 또 나부터도 그렇지만, 화장실에 늘 책을 갖다 놓고도 화장실에 갈 때면 화장실에서 읽을 책이나 핸드폰부터 찾는 버릇을 가진 이들도 꽤 많다. 그런 이유로 <화장실 이야기>라는 제목의 이 책은 제목에서부터 궁금증이 생겼다.



하고 싶은 말이 너무 많아라는 부제가 붙은 <화장실 이야기>1~5분 정도의 에피소드들로 구성되어 있다. 또 표지 그림과 삽화에 들어간 요시타케 신스케의 그림은 책에 대한 기대감을 높여준다. 웹소설을 기반으로 한 책의 글들은 때로는 유쾌하고, 때로는 피식 웃음이 나기도 하며, 어떤 때는 약간 허탈할 때도 있다. 하지만 그만큼 부담없이 가볍게 읽을 수 있어서 그야말로 화장실에 갈 때 가볍게 들고 가기 좋은 책이기도 하다.


책을 읽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때로는 아무 긴장감 없이 해소하듯 읽는 책도 있게 마련이다. 집중하며 진득하니 읽는 책이 있고, 마음의 긴장을 풀고 가볍고 즐겁게 읽는 책도 있다. 몸과 마음의 근심을 풀어주는 해우소처럼 이 책 역시 마음의 긴장을 풀어주는 하나의 해우소가 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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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에서 제공한 책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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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관에 간 해부학자 - 명화로 읽는 인체의 서사 미술관에 간 지식인
이재호 지음 / 어바웃어북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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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다고 생각했던 것도 기준이나 시각을 달리해서 보면 전혀 새롭게 보일 때가 있다. 같은 대상이라도 지금까지와는 다른 잣대로 보면 마치 처음 보는 작품인 듯 낯설게 보이기도 한다. 이러한 낯설게 하기는 문학 작품에서는 흔히 쓰이는 기법으로 작품에 대한 긴장감을 주어 독자(관람자)로 하여금 더욱 흥미를 유발하게 마련이다. ‘낯설게 하기는 문학 작품을 읽을 때뿐 아니라, 미술 작품을 볼 때도 적용된다. 익히 알고 있는 예술 작품이라도 다른 시각으로 보면 전혀 낯선 새로운 작품처럼 느껴지게 된다.



<미술관에 간 해부학자>는 얼핏 봐서는 미술과 전혀 상관없을 듯한 해부학이라는 시각으로 미술 작품을 바라본 책이다. 이 책은 <미술관에 간 인문학자>, <미술관에 간 수학자>, <미술관에 간 화학자> 어바웃어북출판사의 미술관에 간 OO학자시리즈 중 하나다. 이번 책은 특히 일반인으로는 거의 접할 일 없는 해부학이라는 시각을 통해 미술 작품을 본 책이라 더욱 흥미롭게 느껴진다. 해부학 교수인 저자는 해부학자의 시선으로 예술 작품을 보면서, 작품 속에 암호처럼 숨겨진 인체의 비밀을 이야기하듯 들려준다.

 

저자는 우리에게 명화로 널리 알려진 작품들을 보여주면서 그 작품 구석구석에 숨어있는 뇌, 심장, 혈관, 피부 등 인체의 여러 부분을 알기 쉽게 설명해준다. 한 페이지에는 명화가, 연이어 다음 페이지에는 해부도가 나오는 장면을 보다 보면, 이 책이 미술에 관한 책인지, 의학책인지 새삼 낯설게 느껴지기도 한다. 하지만 이런 생소한 조합이 바로 이 책의 매력이자, 눈에 익은 예술 작품을 낯설게 보도록 해주는 통섭의 시각이기도 하다.

 


책에는 보티첼리의 비너스의 탄생’, 미켈란젤로의 아담의 창조피에타’, 뭉크의 절규등은 제목만 들어도 머릿속에 금방 떠올려질 만큼 유명한 작품들도 미술이 아닌 해부학이라는 렌즈를 통해서 보면 마치 숨은그림찾기를 하듯 다시 보인다. 표면적으로는 몇 번씩 보았던 작품인데 그 뒤에 숨겨진 심층적인 의미를 알고 보면 , 여기에 이런 뜻이 있었어?’하며 다시 보게 된다. 저자가 들려주는 이야기를 듣다 보면 작품 곳곳에 알게 모르게 숨겨진 인체의 기호를 발견하게 되고, 그 이후에는 작품에서 그 부분만 유독 더 눈에 뜨이기도 한다.

 

이 책에서 다뤄진 작품들은 대개 미술관의 작품이나 책을 통해 자주 접하고, 우리가 눈에 익어서 안다고 생각하는 작품들이다. 하지만 해부학이라는 낯선 시각으로 다시 살펴보면 이제까지의 익숙함과는 다른 신선함이 느껴진다. 또한, 화가 자신이 신체의 고통을 숙명처럼 안고 살았던 프리다 칼로, 샤갈, 고흐 등의 작품 역시 더 깊이 있게, 공감하며 바라보게 된다.

크로스 오버 혹은 통섭의 시각이 필요한 것은 기존에 알던 한정된 시각을 벗어나 새로운 시각에서 바라보고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해부학이라고 하면 얼핏 미술과 전혀 상관없을 듯하지만, 알고 보면 예술 작품을 깊이 있게 이해하는 또 하나의 렌즈일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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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에서 제공한 책을 읽고 쓴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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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의 세계 - 80가지 식물에 담긴 사람과 자연 이야기
조너선 드로리 지음, 루실 클레르 그림, 조은영 옮김 / 시공사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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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가 들수록 꽃과 식물에 관심이 간다는 말을 실감하는 요즘이다. 물론 전부터 좋아하기는 했지만 요즘 들어서는 화려하고 예쁜 꽃뿐 아니라 나무 한 그루, 야생화 무리에도 종종 마음을 빼앗기곤 한다. 무심코 볼 때는 몰랐지만, 관심을 갖고 자세히 보면 식물의 변화가 자연의 경이로움과 신비감을 느끼게 해준다. 늘 한결같이 제 자리를 지키고 서 있는 나무, 작고 여린 몸으로도 아름다운 꽃을 피워내는 식물들은 그 자체로 소중한 또 하나의 생명이기에 그런지도 모르겠다.

 


‘80가지 식물에 담긴 사람과 자연의 이야기를 담은 이 책은 그래서 흥미로웠다. 표지가 예쁜 책을 처음 받았을 때는 내용을 읽기도 전에 무슨 책이 이렇게 예뻐?’하며 감탄이 절로 나왔다. 호기심과 기대감을 가지고 열어본 책은 의외로 글자가 빽빽했지만, 각양각색의 식물 그림들과 함께 어우러져 있어 불편하지 않았다. 삽화는 식물들을 사실적으로 그려냈을 뿐만 아니라 인간의 삶에 어떻게 관련되어 있는지 알려주었고, 생각보다 빽빽하게 채워진 텍스트는 그 식물에 대해 조금이라도 더 많은 정보를 알려주려 애쓴 흔적이 역력했다.

 

영국 에덴 프로젝트와 케임브리지 과학센터 이사인 저자는 큐 왕립식물원에서 9년간 이사를 지낸 세계자연기금 WWF 대사이다. 큐 왕립식물원은 보통 큐 가든 Q garden’으로 불리며, 식물 연구에 관해서라면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곳이다. 저자는 그런 경험을 바탕으로 식물에 대한 해박한 지식들을 흥미롭게 이야기해준다. 자칫 식물도감으로 흐를 수도 있는 내용이지만, 저자는 지루해질 틈도 없이 다양하고 독특한 식물의 세계로 우리를 이끈다. 그는 쥘 베른의 소설 <80일간의 세계 일주> 경로를 따라 80가지 식물에 대한 탐험 여행을 이어간다.



 

저자의 런던 집에서 출발한 80가지 식물 여행은 유럽-중동-아프리카-아시아를 거쳐 오세아니아-남미-북미까지 한 바퀴 돌아오는 일정이다. 식물을 주제로 한 여행이지만, 책에는 물이끼, 토마토, , , 담배나 옥수수 같은 의외의 식물들도 등장한다. 그리스, 로마 신화 등에서 귀에 익은 몰약’, 마테차로 많이 알려진 마테나무’, 인체의 형태를 닮아 악령이 깃든 광기를 불러온다고 오해를 받기 일쑤였던 맨드레이크에 대한 이야기도 재미있고, 커피나무, 호프, 사프란, 바닐라 등 식음료와 밀접한 식물들도 흥미롭다.

 

저자는 식물에 대해 말하고 있지만, 이야기는 식물에 국한되지 않는다. 그의 식물 이야기는 식물과 함께 살아가는 인간의 역사, 과학, 문화 이야기이기도 하다. 풍부한 지식과 경험을 바탕으로 한 저자의 식물 이야기는 루실 클레르의 그림을 만나 더욱 풍성하고 다채롭게 느껴진다. 저자의 전작인 <나무의 세계>는 아직 읽어보지 못했는데, 그의 나무 이야기는 또 얼마나 재미있을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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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에서 제공받은 책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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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과 화가 - 한국 문단과 화단, 그 뜨거운 이야기
윤범모 지음 / 다할미디어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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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80년대에 학창시절을 보낸 사람들에게는 시화전(詩畫殿)’이라는 말이 꽤 귀에 익을 것이다. 감성적인 시 한 편과 거기에 어울리는 배경 그림을 그려 전시하는 시화(詩畫)’는 학급 미화나 학교 축제 때면 거의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단골 메뉴였다

알고 보면 시와 그림의 이런 어우러짐은 꽤 오랜 역사를 자랑한다. 옛 문인들은 문인 예술의 정수를 시서화삼절(詩書畵三節)’이라고 불렀으며, 시서화에 능통해야 하는 것이 선비의 미덕이기도 했다. 그래서일까? 현대문학의 여러 분야 중에서도 유독 시는 그림과 함께 언급될 때가 많으며, 시인과 화가의 교류도 흔한 일이었다.



시인과 화가의 이런 교류에 대해 저자는 바늘과 실같았다고 표현한다. 저자가 옛날이야기 하듯 술술 풀어서 들려주는 일화에는 우리 귀에 익숙한 예술가들이 다수 등장한다. 나혜석, 이상, 백석, 정지용, 김환기, 이중섭, 박수근, 박완서 등은 한국문학사와 미술사에 있어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이들이다. 현재 국립현대미술관 관장이기도 한 저자는 1920~30년대 서울을 중심으로 시인과 화가가 친밀하게 교류한 이야기들을 자신의 경험담, 동석자들의 전언 등을 통해 사실적으로 들려준다.

 

저자가 들려주는 시인과 화가의 이야기는 흥미진진하다. 흔히 나혜석하면 최린, ‘백석하면 자야를 덩달아 언급하는 게 보통이지만, 저자는 그런 가십성 이야기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하지 않는다. 덕분에 흔하고 뻔한 일화가 아닌 시인과 화가의 삶, 그들의 교류와 작품 세계에 오롯이 집중하며 읽을 수 있었다.



 

특히 이제껏 단편적으로만 알고 있던 일에 대해 더 구체적이고, 사실적인 이야기들을 많이 알게 되어 좋았다. 김기진과 박영희로 주로 기억되고 있던 카프(KAFT)의 실제 주역은 김복진이라던가(p.53, 카프의 주역 김복진), 건축가 김해경이 이상(李祥)이란 필명을 쓰게 된 계기(p.31, 시인 이상과 화가 이상), 박완서의 등단소설에 나오는 간판쟁이 화가가 박수근이었고, <나목(裸木)>은 박완서의 대표작이기도 하지만 박수근 회화의 상징적 도상이기도 하다.(p.179, ‘나목을 닮은 박수근과 박완서)

 

하나의 작품이 누군가에게는 시로, 누군가에게는 그림으로, 그리고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유행가로 먼저 기억되기도 한다. ‘저렇게 많은 중에서 별 하나가 나를 내려다본다로 시작하는 김광섭의 <저녁에>라는 시다. 화가 김환기는 이 시에서 영감을 얻어 무수한 파란 점이 찍힌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라는 명작을 그렸고, 후에 유심초라는 형제 가수는 김광섭의 시에 노랫말을 추가하여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라는 곡을 지어 크게 유행시켰다. 한 편의 시가 그림으로, 노래로 확장되면 작가의 작품은 더욱 생명력을 얻고, 서로의 작품 세계 또한 더욱 넓어진다. 책에 등장한 시인과 화가의 작품을 다시 읽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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