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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에게 실크로드 - 여자 혼자 경주에서 로마까지 143일
정효정 지음 / 꿈의지도 / 2016년 1월
평점 :
2011년에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실크로드와 둔황> 전시회가 열렸었다. 중국 둔황과 막고굴 등 실크로드에 대해서는 평소부터 무척 관심이 있던 터였다. ‘당삼채’, ‘나무 미이라’, 선글라스 역할도 했던 사막용 안경인 ‘구리 안대’ 등 실크로드의 이색적이고 독특한 유물들을 직접 보니 그 관심은 더욱 깊어졌다.
유물들 중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역시 혜초스님의 <왕오천축국전>이었다. 혜초스님은 19세이던 723년에 신라를 떠나 중국, 인도, 페르시아 등 40여 개국을 거친 4년여의 기록을 이 두루마리에 남겼다. 혜초스님의 <왕오천축국전>은 현장의 <대당서역기>(7세기), 마르코폴로의 <동방견문록>(13세기), 이븐 밧투타의 <여행기>(14세기)와 함께 세계 최고의 여행기로 평가받고 있다.

<당신에게 실크로드>는 143일에 걸친 경주에서 로마까지의 여행기이다. 작가는 위의 저자들과 정수일, 이한신 등 선배 여행자들에게 헌사를 바치는 것으로 책을 시작한다. 모두 실크로드를 거쳐 간 여행자와 연구자들이다. 결코 가깝지 않고, 짧지 않은 여정인데 여자 혼자의 여행이었다니 놀랍다. 혼자서의 여행은 분명 그것만의 즐거움과 의미가 있다. 하지만 며칠 동안도 아니고 넉 달이 넘는 기간을, 그것도 흔한 관광지가 아닌 곳으로 다닌 것은 정말 대단한 여정이고, 열정이다.
실크로드는 고대 중국과 서역을 잇는 무역로로서, 독일인 지리학자 리히트 호펜(Richthoen, 1833~1905)에 의해 처음 명명되었다. 실크로드를 통해 중국의 비단, 도자기, 화약술, 제지술 등이 서역으로 전해졌고, 서역에서는 기린, 사자와 같은 동물들과 호두, 후추, 유리 세공 기술 등이 중국으로 전해졌다. 이러한 문물들은 중국에서 신라의 서라벌(경주)까지 전해지면서 한국의 문화에도 많은 영향을 끼치게 된다.

작가는 신라의 고도 경주에서 긴 여정을 시작한다. 경주 괘릉에는 서역인의 얼굴을 한 석상이 있다. 서역인으로 짐작되는 처용과 괘릉의 석상을 가슴에 담고 작가는 중국 시안을 거쳐 둔황, 투르판, 우루무치와 파미르 고원, 중앙아시아의 북한이라는 투르크메니스탄 및 이란과 터키를 거쳐 로마에 다다른다.
작가의 여정에는 현지인들의 친절하고 따뜻한 모습과 한국인에 대한 관심과 호감이 잘 나타나 있다. 가는 곳곳에서 그녀는 도움의 손길과 호의를 만난다. 여행자의 복이다. 그러면서도 현지의 테러 사건 소식이나 이슬람 국가의 여성에 대한 차별 등을 접하기도 한다. 아슈하바트나 이란에서는 여행의 스트레스가 최고조에 이른다. 여행 정보가 많지 않은 곳으로의 여행이니 긴장감과 스트레스는 더욱 심했을 것이다.
그럼에도 저자의 실크로드 여행은 내내 밝고 건강한 느낌을 준다. 아마도 노처녀인 작가에게 ‘언제부터인지 눈에 보이게 들어오는 태클’에 단련된 것도 있고, 여행 전후로 직간접적인 경험을 하며 쌓아올린 내공의 힘 덕분이 아닐까 싶다. 기나긴 여정을 마친 지금, 그 내공은 더욱 깊어졌을 것이다. 그녀의 다음 여행은 어떨지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