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비안 마이어 : 나는 카메라다 비비안 마이어 시리즈
비비안 마이어 지음, 박여진 옮김 / 윌북 / 2015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사진이 일상화된 요즘이다. 카메라 있는 집이 흔치 않았던 시절도 있었지만 지금은 필수품이 되었고, 사진을 찍는 수단도 DSLR이나 컴팩트 카메라, 핸드폰 등으로 다양해졌다. 특별한 날에 기념으로 찍던 사진도 이제는 음식, 여행, 일상 등 생활 속의 흔한 일상이 되었다.

개인차는 있겠지만 사람들은 대개 사진을 찍는 순간, 다른 이들에게 보여질 것을 염두에 두게 된다. 사람들은 사진을 통해 자신을 드러내고, 표현하고, 다른 이들에게 보여지는 것을 즐긴다. 때로는 사진 자체를 즐기기보다 주로 ‘남들에게 보여주기 위한’ 목적으로 사진을 찍는 이들도 있어 종종 얘깃거리가 되곤 한다. 그렇게 모두들 ‘보이기 위한 사진’을 찍을 때, 역으로 아무에게도 보여주지 않고 자신의 사진을 꼭꼭 숨겨두었던 작가가 있다.

 

비비안 마이어는 평생 수십 만 장의 사진을 찍었으면서도 단 한 번도 그것을 세상과 공유하지 않았던 작가다. 일생을 보모와 가정부 등으로 떠돌았던 마이어는 거리와 행인들, 예술적인 건물들과 빈민가, 공원의 모습을 다양하게 남겼으며, 자신의 셀프 포트레이트도 즐겨 찍었다.

자신의 사진을 아무에게도 보여주지 않았던 그녀였지만 수십 박스 분량의 사진과 필름들은 이사할 때마다 소중하게 간직하였다. 결국 그녀는 엄청난 분량의 사진 박스들을 위해 5개의 창고를 임대하였고 그 비용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기도 하였다.

유언도, 상속도 없이 세상을 떠난 마이어의 사진은 경매와 벼룩시장을 통해 우연히 세상에 알려졌고, 그녀의 독특한 삶과 사진은 (그녀가 원하던 원치 않았던 간에) 세상의 주목을 받았다.

 

철저하게 자신을 고립시켰던 마이어에게 카메라는 유일한 친구이자 세상과의 소통 창구였던 것으로 보인다. 누군가 다가오면 고함을 치고 화를 내기도 했던 그녀였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자신의 사진을 통해 세상에 대한 관심과 관찰의 눈을 열어놓고 있었다. 모두가 ‘남에게 보여주려고’ 사진을 찍을 때 그녀는 ‘자신이 보고 싶은 사진’을 찍으며 자기 자신의 유일한 독자가 되었다.

 

그녀의 사진을 보면 사람들의 일상에 대한 관찰자의 시각이 엿보인다. 그러한 시각은 때로는 호기심으로, 때로는 부러움으로, 때로는 공허함으로도 보인다. 그러면서도 여성 특유의 섬세한 시각으로 독특한 장면을 담아내기도 하였다. 사람들과의 관계는 투박했던 그녀였지만 셀프 카메라 속 그녀의 표정에는 의외의 미소가 보이기도 한다. 아무 말도 하지 않으면서 많은 말을 담고 있는 듯한 그녀의 표정은 비밀이 가득한 그녀의 사진과 무척 닮아있다.

 

그녀의 사진을 보며 ‘내가 보고 싶은 사진’, ‘내가 찍고 싶은 사진’에 대한 물음을 또 한 번 하게된 것 같다. 마이어는 자신의 사진에 대한 설명이나 기록은 전혀 남기지 않은 터라 그녀의 사진에 대한 해석은 분분하다. 그래서 보는 이에 주관에 따라 그저 각자의 느낌으로 해석할 뿐이다. 마이어의 작품들은 부족한 자료로 억지스러운 해석을 이리저리 붙이기보다는 보는 자체로 여러 가지 생각을 하게 하는 사진이다. 다이앤 아버스의 말처럼 사진은 사진 그 자체로 보고 느끼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사진은 비밀에 관한 비밀이다.

사진이 많은 말을 할수록 그 사진에 대해 아는 것은 적어진다.“

<Five Photographs by Diane Arbus>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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