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언(箴言)이나 경구(警句)는 짧고 간결하다. 하지만 그 짧은 글은 우리에게 많은 것을 이야기해준다. 평소에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 혹은 그저 막연하게 알고만 있던 부분을 촌철살인의 한 마디로 일깨워주는 것이다. 유명인들이나 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남긴 경구는 그 자신의 사상과 생각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동시에 후대인들에게 또 하나의 가르침이 된다. 우리가 잠언이나 경구를 즐겨 읽는 것도 그 때문이다.
사진을 찍기 시작하다 보니 사진에 대한 글 또한 많이 접하게 된다. 사진을 많이 보는 것은 그것대로 중요하지만, 사진가의 시각과 감성에 대한 글 또한 많은 생각을 일깨워주기에 자주 읽는 편이다. <사진가, 사진을 말하다>도 그런 관심으로 읽게 된 책이다.
이 책은 <건축가, 건축을 말하다>, <철학자, 철학을 말하다>, <디자이너, 디자인을 말하다> 등과 더불어 출판사 토트의 아포리즘 시리즈 중의 하나이다. <사진가, 사진을 말하다>의 경우에는 사진에 대한 짧은 글들을 유명 사진작가인 조세현의 엮음으로 구성하였다. 그래서 중간중간 조세현 작가의 사진들도 만날 수 있다.
책에는 문예비평가이자 사진이론가인 발터 벤야민의 글을 시작으로 많은 사진가들의 이름이 등장한다.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 유셉 카쉬, 마이클 케나, 다이앤 아버스, 안셀 애덤스, 스티브 맥커리, 구와바라 시세이 등 사진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자주 접했을 이름들이다. 또한 국내 사진작가 1세대인 임응식, 최민식 선생 등의 글도 만날 수 있어 반갑다. 사진 같은 그림으로 유명한 들라크루와의 “사진은 대상의 거울이다. 오늘 이후 회화는 죽었다”는 말도 인상적이다.
- 사진을 찍는다는 것은 누군가와 공감하는 것이며, 그 누군가에 대한 배려다. (낸 골딘)
- 남들에게는 보이지 않고 오직 내게만 보이는 것, 그것이 바로 사진가의 시각이다. (보리스 미하일로프)
- 사진은 기술이 아니라 말이다. 사진은 생각이고 느낌이다. (한정식)
- 사진은 화가의 연필이 아니라 오직 빛으로만 그려진 것이다. (윌리엄 헨리 폭스 톨벗)
DSLR이 흔하게 보급되고 누구나 카메라를 가지고 다니는 요즘이다. 하지만 DSLR이라는 ‘기계’의 보급에 비해 사진을 대하는 시각이나 감성, 생각은 장비의 발전에 훨씬 못 미치는 것 또한 사실이다. 물론 사진을 찍는 모든 이가 사진작가가 될 필요는 없다. 그래서 자신만의 시각 없이 다른 사람의 뒤를 따라다니며 똑같은 자리에서, 똑같은 사진을 판에 박은 듯 찍고 싶어 하는 사람도 있게 마련이다. 사진을 처음 배우는 초보 단계에서는 그것 또한 과정의 일부이기도 하다.
하지만 좋은 사진, 지금보다 좀 더 나은 사진, 나만의 사진을 추구하는 이라면 사진가의 시각이나 감성에 대해서도 깊은 고민이 당연히 뒤따라야 할 것이다. 그런 사람들에게 전문 사진가의 아포리즘은 사진의 본질에 대한 생각을 일깨워준다고 할 수 있다.
잠언이나 경구가 늘 그렇지만, 읽는 사람이 받아들이기에 따라 그 의미는 천차만별이다. 평이하게 읽는다면 사진에 대한 흔한 경구일수도 있을 테지만, 사진의 본질과 자신만의 시각과 감성에 대해 고민하는 사람이라면 좀 더 의미있게 읽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