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가 생각날 때마다 길을 잃는다 - 전영관.탁기형 공감포토에세이
전영관 지음, 탁기형 사진 / 푸른영토 / 201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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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가 생각날 때마다 길을 잃는다”. 제목에서부터 끌리는 책이다. 제목을 읽으니 막연히 누군가 그리워지기도 하고, 외로움이 부쩍 다가서기도 한다. 공감 포토에세이라고 하니, 책을 읽으며 같이 그리워하고 같이 외로워하고 그러면서 위로가 되었으면 싶었다. 더위가 미리 찾아오기는 했지만, 봄에는 ‘그립고 외로운’ 책이 잘 어울릴 것 같았다.

 

 

이 책은 글 작가와 사진작가가 다르다. 자신의 글과 사진으로 스스로의 감성을 전달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이렇게 글과 사진이 만나는 경우도 흔한 경우다. 때로는 그 조합이 오히려 시너지 효과를 낼 때도 있다. 이 책의 경우에는, 필자의 이름은 처음 들었지만 탁기형 기자의 사진은 무척 궁금했었다. 시인의 감성과 유명 사진기자의 만남이라니 어느 정도 기대가 되었다.

 

하지만 기대가 너무 컸던 걸까? 혹은 감성의 차이인 걸까? 이상하게도 책이 잘 읽히지 않는다. 한편으로는 난해하게도 느껴진다. 마치 중역(重譯)을 거친 번역서를 읽는 듯 문맥이 쉽게 잡히지 않는다. 때로는 빽빽하게 읊조린 모더니즘 시를 읽는 느낌도 들었다.

전문서적의 경우에는 어려워도 꾸준히 읽게 된다. 하지만 편하게 읽고 싶은 감성 에세이가 어려우니 읽는 동안 마음이 자꾸 갑갑하다. 책읽기가 힘든 적은 별로 없었는데 몇 줄을 꾸준히 이어 읽기가 쉽지 않으니, 나의 부족한 독서 내공을 탓할 뿐이다. 다른 리뷰들을 보니, 책 읽기가 쉽지 않았다는 리뷰어들도 꽤 보여서 그나마 위안(?)이 된다.

 

 

그런저런 이유로, 사진은 글과의 조합과는 별개로 사진 자체로 보았다. 사진은 우리가 일상에서 쉽게 스치는 풍경, 놓치는 순간들을 담고 있었다. 사람들의 뒷모습과 미시적인 풍경 속에 우리들의 일상이 들어있었다. 사진을 넘기며 일상을 바라보는 시각, 작고 미세한 것에까지 미치는 작가의 시선을 함께 볼 수 있었다. 페이지 양면에 걸친 사진 편집도 답답하지 않아 좋았다. 다만 처음에는 글과 사진을 같이 보려했으나 여의치가 않아 나중에는 사진만 따로 보았다.

 

알면 알수록 글이란 것이, 사진이란 것이 참 쉽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두 가지를 동시에 다 잘한다는 것도, 두 가지를 잘 조합하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그렇게 쉽지 않으니 더 해볼 만한 일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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