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요유에 담긴 비움의 철학

장자의 내려놓음 - 소요유逍遙遊에 담긴 비움의 철학
융팡 지음, 윤덕노 옮김 / 매일경제신문사 / 2013년 3월

늘 읽는 책이지만, 책을 읽는 데도 적절한 시기가 있음을 매번 느낀다. 같은 책이어도 혹은 예전에 읽은 책이어도 읽는 시기에 따라 느낌은 조금씩 다르다. 요즘 들어 부쩍 동서양의 고전이나 시(詩) 읽기에 몰두하게 되는 것도 그런 이유다.

고전의 중요성이야 익히 아는 바이지만 막상 진득하니 제대로 읽기란 쉽지 않다. 그래서 요즘은 기본이 되는 책부터 조금씩 접근하고 있다. <장자>도 그 중의 하나다. 대개 “장자”라고 하면 ‘장주(莊周)의 호접몽(胡蝶夢)’으로 많이 알려져 있다. 하지만 전체의 워낙 내용이 넓고 깊다 보니 한 번에 다가가기란 쉽지 않다. 그래서 현암사의 <장자>를 시작으로 관련된 책을 하나둘 읽는 중이다. <장자의 내려놓음>도 그런 이유로 읽게 된 책이다.

<장자의 내려놓음>은 <장자>의 내용을 현대적인 의미로 재해석한 책이다. 그래서 원전의 장자를 기대했던 사람으로서는 조금 당황스러울 수도 있다. 장자의 얘기를 펼쳤는데 초반부터 ‘심한 정신적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헬렌이 등장하니 말이다. 뒤의 내용들도 대동소이하다. 즉, 글머리에 장자의 한 구절을 인용하고 본문에서 그와 관련된 다양한 사례를 소개하는 것이다. 중간중간 저자의 의견을 서술하기도 한다.

이 책은 읽는 이에 따라 호불호가 크게 나뉠지도 모르겠다. 원본에 충실한 장자를 기대한 독자라면 조금 실망(?)스러울 수 있을테고, 장자에 대해 조금 친근하게 다가가고 싶은 독자라면 오히려 편안할 수도 있겠다. 저자가 서문에서 “장자의 사상은 물론 철학사상이다. 하지만 인생 처세의 내용일 수도 있다”고 한 것도 그런 것을 염두에 둔 것은 아닐까 싶다. 물론 어느 쪽을 택할지는 독자의 몫이다.

목차에서도 알 수 있지만, 이 책의 내용은 현대인들에게 조언같은 이야기를 전해준다. ‘나만의 장점을 찾아라, 비우는 것의 즐거움, 조급해 하지 말고 멀리 보라, 현재에 충실하고 순간을 즐겨라’ 등등. 마치 목차만 보면 여느 자기계발서에서 많이 보던 내용 같기도 하다.

하지만 내용을 읽어보면 현대의 삶에 모두 적용되는 얘기다. 예를 들면, “타협도 전략이다”의 ‘6척 넓이 골목(六尺巷)’도 마찬가지다. 책의 내용은 ‘위세가 대단한 두 가문이 골목길 하나를 사이에 두고 이웃해 살았다. 그러다가 한쪽 집안에서 건물을 증축하며 골목까지 건물을 넓히려다가 결국 관청에 소송까지 내게 되었다. 한참동안 갈등이 깊어지다가 어찌어찌 해결되었다’는 것이다. 이는 마치 한동안 이슈가 되었던 재벌가끼리의 골목 다툼(?)을 연상시킨다.

“죽어서도 영원히 살아 숨 쉰다(死而不亡)”는 노자의 말처럼 옛 성현들의 말씀은 현대에도 그대로 적용되는 것 같다. 바로 이것이 시대가 변해도 끊임없이 고전을 읽게 되는 이유가 아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