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으로 사진 읽기 - 사진심리학자 신수진이 이야기하는 사진을 보는 다른 눈
신수진 지음 / 중앙books(중앙북스)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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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에 나서면 누구나 사진가인 요즘이다. 더구나 요즘처럼 꽃이 만발할 때면 너나없이 무거운 DSLR을 들고 사진을 찍기에 바쁘다. 그 중에는 일부이긴 하지만 ‘저렇게 똑같은 사진을 찍어 뭘 어쩌자는 거지?’할 만큼 그저 우르르 몰려다니는 경우도 종종 본다. 물론 배우는 과정일수도 있고, 저마다의 사정은 있겠지만 ‘자기만의 시각’없이 그저 셔터 누르는 데만 급급한 광경을 보면 괜히 입맛이 쓰다. 그런 유별난 경우를 제외하면, 사진을 통해 세상을 보는 눈이 좀 더 깊어지고 넓어지는 것은 무척이나 멋진 경험이다.

 

카메라를 손에 든 순간 세상은 내 것이 되었다.

카메라 한 대로 나는 세심한 관찰자가 되었고, 은밀한 감상자가 되었으며, 주도적인 권력자가 되었다.

(p.18)

 

사진의 기초 단계를 벗어나 어느 정도 나름대로의 사진을 찍게 되면 정작 절실해지는 것은 “자기만의 시각”이다. 또한 ‘잘 찍은 사진’에 대한 고민도 점점 깊어진다. 두 가지는 각기 다른 얘기인 듯하지만 결국은 한 가지 화두다. 자기만의 시각이 있어야 남들과는 다른 ‘나만의 작품’이 나오는 것은 분야를 막론하고 당연한 귀결이다. 책을 읽고, 영화를 보고, 다른 사람의 작품을 보는 것도 결국은 ‘자기만의 시각’을 갖기 위한 일련의 방법인 셈이다.

이번에 읽은 책, <마음으로 사진 읽기> 또한 그런 방법 중의 하나이다. 이 책은 독특하게도 사진과 심리학을 접목시킨 책이다. 심리학과 사진학을 전공한 저자는 자신의 장점을 접목시켜 글자 그대로 ‘마음으로 사진 읽기’를 이야기한다. 그래서 이 책은 사진집인 동시에 사진 이야기책이기도 하다. 옴니버스 형태로 다양한 작가의 작품을 보는 것도 좋거니와 이제껏 알지 못했던 작가들의 작품도 신선하다.

저자는 중간중간 자신의 개인담을 이야기 해가며, 김희중, 이형록 등 사진 1세대들의 정감어린 작품과 주명덕, 배병우, 이갑철 등 우리에게 잘 알려진 작가들의 작품들을 보여준다. 따뜻한 느낌으로 읽었던 전몽각의 <윤미네 집>을 다시 보는 것도 좋고, 김영갑의 마라도(제주도가 아닌) 사진을 만나게 것도 반갑다. 난다, 원성원, 정연두 등의 사진은 아직은 낯설지만 이 또한 사진을 읽는 새로운 경험일 터다.

사진을 찍다 보면 사진 속에 어느 새 자기만의 색깔이 드러나는 것이 느껴진다. ‘자기만의 시각’이 필요한 만큼 세상을 아름답게 바라보는 시각 또한 중요할 것이다. 그래서인지 “아름다움은 보는 이의 눈 속에 있다”는 저자의 이야기가 더욱 와닿는다. 기억, 꿈, 즐거움 등 저자가 들려주는 개인담은 사진을 찍는 동안 한 번쯤 겪어보고 생각해봤을 이야기여서 공감이 된다.

 

자연의 빛은 영원하지만 사진에 담긴 빛은 셔터가 열리는 순간 그 찰나에 가까운 시간만큼만 빛을 발한다.

우리는 그 시간의 틈새를 늘이고 줄임으로써 자신의 사진 속에만 존재하는 세계를 창조해낼 수 있다. 이것이 바로 사진이 선물하는 순수한 즐거움의 순간인 것이다.(p.222)

 

사진을 찍는 즐거움, 사진을 읽는 즐거움을 원하는 이들이라면 이 책이 작은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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