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사람이 풍경일 때처럼 - 박완서 이해인 정현종 등 40인의 마음 에세이
박완서.이해인.정현종 외 지음 / 21세기북스 / 2010년 12월
평점 :
품절
겨울을 나느라 그랬는지 한동안 마음이 헛헛했었다. 그래서 허한 마음을 달랠만한 책을 찾아 서점에서 기웃거리다가 눈에 띄인 책 중의 하나가 이 책이다. 서로 눈에 띄지 못해 안달인 강렬한 색깔의 책더미 사이에서 잔잔한 파스텔톤의 표지가 오히려 더 도드라져 보였다. 정적(靜的)인 제목과 표지가 잘 어울린다 싶었다. 이 책의 반 정도는 아마 그 자리에서 선 채로 다 읽었던 것 같다.
이 책의 제목은 정현종 시인의 <사람이 풍경일 때처럼 행복한 때는 없다>라는 싯귀에서 다온 것인데, 제목을 보다 보니 문득 황동규 시인의 시가 생각난다.
내 그대를 생각함은 항상 그대가 앉아 있는 배경에서
해가 지고 바람이 부는 일처럼 사소한 일일 것이나 언젠가
그대가 한없이 괴로움 속을 헤매일 적에 오랫동안
전해오던 그 사소함으로 내 그대를 불러보리라.
풍경이거나 배경이거나, 스스로를 과시하지 않고 그저 잔잔한 표정으로 서 있는 느낌 때문에 <즐거운 편지>가 저절로 연상되어졌나보다. 정말 소중한 사람은 공기와 같아서 늘 옆에 있어도 그 소중함을 모를 때가 있다. 사람이 풍경일 때에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누군가 내게 혹은 내가 누군가에게 ‘그대가 앉아 있는 배경’ 같은 사람이 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싶다. 또한 혼자일 때에도 내가 있는 그 곳에서 ‘풍경인 듯’ 녹아들 수 있다면 그 또한 행복이 아닐까 싶다.
<사람이 풍경일 때처럼>은 그렇게 풍경이 되고, 배경이 되는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이 책은 조선일보에 연재된 에세이를 모아놓은 것으로, 박완서, 이해인, 김주영 등 문인들과 사회 각계인사의 글로 이루어져 있다. 4부로 이루어진 이 책은 꼭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만은 아니다. 필자들은 사람에 대한 이야기, 일에 대한 이야기 등 살며 사랑하며 느낀 이야기들을 담담하게 써내려가고 있다.
어떤 책의 경우, 필요에 따라 집중을 하고 생각을 해가며 읽어야 하지만 이 책은 그럴 필요가 없다. 그저 마음에 닿는 대로 편안하게 읽으면 그 뿐이다. 그렇게 읽다 보면 어떤 글은 아름답게 느껴지기도 하고, 어떤 것은 마음 한 쪽이 촉촉하게 젖어오는 글도 있다. 반복되고 지친 일상이 답답할 때, 어느 페이지건 펼쳐서 읽으면 위로가 되어줄 글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