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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사를 빛낸 세계 명화 - ABC 화가 순으로 보는 ㅣ 마로니에북스 아트 오딧세이 2
스테파노 추피 지음, 한성경 옮김 / 마로니에북스 / 2010년 7월
평점 :
품절
전부터 이런 책을 한 권쯤 가지고 싶었다. 세계의 명화들을 모아서 한 눈에 볼 수 있고, 대신 너무 무겁지는 않아서 시시때때로 펼쳐볼 수 있는 그런 책! 미술에 대해 조금씩 관심을 갖게 되는 요즘이지만, 워낙 문외한인 터이다. 그래서 아직까지는 크고 두꺼운 장정의 책보다는 이 정도의 책이 좋은 것 같다.
“ABC 화가 순으로 보는”이라는 부제를 달고 있는 이 책은 세계의 명화들을 모아놓은 책이다. 그런데 특이하게도 시대순이나, 사조별로 나열한 것이 아니라 ABC순으로 나열을 하고 있다. 그래서 바로크, 로코코 시대나 인상파, 입체파 등의 분류에 익숙해있던 눈으로서는 조금 생소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하지만 이 책은 그래서 더 색다른 느낌을 준다. 매번 ‘마네, 모네, 르느와르’를 한 단어인 것처럼 같은 조합으로만 보던 그림을, ‘안드레아 만테냐’, 혹은 ‘루이스 데 모랄레스’라는 낯선 화가의 그림과 나란히 놓고 보는 것도 의외로 재미가 있다.
기존에 알려진 유명 화가들의 경우,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그의 대표작이 아닌 다른 그림이 실려 있는 경우가 꽤 있다는 점도 특이하다. 흔히 ‘샤갈’하면 <눈 내리는 마을>이나 <생일>을 떠올리는데, 이 책에는 <산책>이 실려 있는 식이다. 이 책의 장점이자, 단점이다.
이 책에서는 화가의 대표작과 함께 작품 활동의 배경에 대해 설명을 하고 있다. 지면의 한계 때문에 수박 겉핥기식의 소개에 그치고 있는 점이 아쉽긴 하지만, 화가에 대한 기본적인 내용과 이면을 이해할 수 있어서 작품을 보는데 많은 도움을 준다. 법학과 러시아 민속 문화를 공부하던 칸딘스키가 30세에 뒤늦게 그림 공부를 시작하며 파울 클레를 만난 것도 이 책을 통해 처음 알게 되었다. 그들의 교류를 알고 나니, 칸딘스키와 파울 클레의 작품에서 묘한 공통점이 보이던 점이 쉽게 이해가 되었다. 만 레이의 경우에는 얼마 전 전시회에서 보고는 사진가, 영화제작자로만 알았었는데, 이 책에 실린 회화 작품을 보니 새삼 흥미가 생기기도 한다.
조금 아쉬운 점도 있다. 우선, 앞서 얘기한 것처럼 작가에 대한 설명이 너무 간략하다 보니 깊이 있는 내용은 알 수 없다는 것이다. 또 몇몇 작품의 경우, 원작에 비해 생동감이나 감동이 현저히 떨어지는 것도 무척 아쉬웠다. 예전에 들라크루와의 <민중을 이끄는 자유의 여신>이나 다비드의 <마라의 죽음> 같은 작품은 처음 보았을 때, 생생하고 사실적으로 느껴져 무척 인상이 깊었는데, 이 책에서는 그런 생동감이 무척 떨어진다. 하지만 책의 무게와 비용을 고려한다면 이해가 될 만한 수준이다.
하지만 목차에 대한 아쉬움은 큰 편이다. 백과사전식 편찬이고 ABC순이라고는 하지만, 목차에서 원하는 화가를 찾기가 편하지는 않다. 가나다순으로 편집하기는 무리였을 테고, 차라리 화가의 영문 이름을 먼저 표시하고 한글로 병기를 했더라면 어땠을까 싶다. 그리고 제목은 <미술사를 빛낸 세계 명화>이지만, 실제로는 유럽과 미국의 작품에 치중해 있다. 특히 미국 작품의 경우 많은 부분이 할애되어 있다. 미국 화가들의 작품을 새로 알게 되는 즐거움도 있지만 너무 치우친 감이 없지 않다.
그렇긴 해도 전반적으로는 꽤 만족스러운 책이다. 이렇게 많은 화가들의 작품을 앞뒤로 비교해가며 보는 것이나, 새로운 화가를 발견하는 것이 이 책을 보는 재미인 것 같다. 기존에 알고 있던 화가들 외에, 미리 이름을 알고 찾기 전에는 몰랐을 새로운 화가들의 그림을 보는 것이 무척 흥미로웠다. 이렇게 새로운 화가와 그의 작품을 알게 된 후, 나중에 전시회나 다른 경로를 통해 작품을 보게 된다면 그 반가움이 더하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