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100배 즐기기 - 회사와 집에서 모두 잘나가는 아빠 되기 프로젝트
김지룡 지음 / 21세기북스 / 2010년 4월
평점 :
품절


   지금은 칠순을 넘기신 아버지께서 예전에 마치 우스갯소리라도 되는 양 하시던 말씀이 생각난다. 명절 때나 가족 모임을 마치고 집에 돌아갈 때면, 엄마가 기저귀 가방에 애까지 안고 나서는 게 안쓰러워 큰어머니가 나를 안아다 아버지에게 안겨 주었다고. 그러면 집 앞에서는 안고 오시다가 골목을 꺾어들면 다시 엄마에게 나를 안겨주었다고 하셨다. 지금 이 얘기를 듣는 사람들은 혀를 찰 지도 모르겠다. 본인은 빈 손이면서, 가방도 아이도 모두 아내에게 맡기고 혼자 앞서 걸으시던 모습이 언뜻 이해가 되지도 않을 것이다. 게다가 그것을 마치 무용담이라도 되는 듯 우스갯소리인 듯 말씀하시는 아버지가 이상해 보일 수도 있겠다.

   하지만 그런 아버지의 모습은 그 시대에는 흔한 모습이었던 것 같다. 분명 그 시절에도 내 자식, 내 아내부터 챙기는 자상하고 가정적인 아버지들도 있었겠지만 그 아버지들은 ‘팔불출’이라는 오명을 감수해야 했다. 가장이라면, 아버지라면 그저 회사생활을 최우선으로 하고 가정의 대소사나 육아는 아내에게 일임하는 것이 일반적인 모습이었다. 그리고 불행히도(?) 나는 후자에 속했다. 그 시대 아버지들의 최우선 순위는 가족 이전에 회사였고, 가족을 거느리고 생계를 책임져야 하는 그 시대 가장들의 흔한 모습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 때의 팔불출이었던 아버지들의 시대다. 가부장적 시대에 오명처럼 덤터기썼던 팔불출이 아니다. 이들은 가족을 위하고, 아내를 위하고, 아이들을 위하는 자상하고 가정적인 동시에 자신의 일에도 최선을 다하는 프로페셔널한 아버지이다. 그들은 회사에서도 잘 나가고, 가정에서도 인정받기를 꿈꾼다. 이 책은 그런 꿈을 꾸는 아버지들을 위한 책이다.

   이 책은 부제에서도 말하듯 “회사와 집에서 모두 잘나가는 아빠 되기 프로젝트”이다. ‘좋은 아빠는 훌륭한 리더가 되는 첫 걸음’이라며 육아에서의 아빠의 역할에 대해 개념부터 이해시켜준다. 아이를 키울 때는 분명, 아이의 성장에 따라 엄마가 필요한 시기가 있고 아빠가 필요한 시기가 있다. 또 같은 사안에 대해서도 엄마와 아빠의 역할 분담이 필요하다. 저자의 표현대로 ‘잘 짜인 분업관계’를 이룰 필요가 있는 것이다.

   문화평론가, 자녀교육 전문가인 저자는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아이와의 교감, 아빠의 역할에 대해 재밌게 써내려간다. 초등학생인 딸과 고스톱을 치며 인생에 대해 얘기해주는 부분은 이 책의 백미다. 저자는 게임을 통해, 살다보면 악패를 받게 되는 때도 분명 생기지만 나쁜 일도 반드시 지나게 마련임을, 그리고 악패와 같은 나쁜 상황을 이겨내는 힘을 이야기한다. 그의 말대로, ‘엄마는 아이가 인생에서 최대한 실패하지 않기를 바라지만, 아빠는 그러한 실패에서도 이겨내길 바라는’ 것이다.

   아이와의 소통과 교감에 서툰 아빠들은 아이들이 자랄수록 가족 속에서 소외되어 결국은 자신이 ‘돈 버는 기계’로 전락하지나 않을까 노심초사하게 되는 요즘이다. 아이가 어릴 때 엄마에게만 육아를 전적으로 미뤄버린 아빠들은 아이가 자란 뒤 뒤늦게 대화를 하려고 해도 어색하기 일쑤이다. 아이가 자라는 과정에 같이 참여하고 아이와 같이 어울려서 시간을 보내야 이야기거리도 생기게 마련이다. 저자의 표현대로 ‘술집에서만 아이를 사랑하지 말라’는 것이다. 사실 아빠의 육아는 대단함을 요구하지 않는다. 그저 아이와 몸으로 놀아주고, 솔직하게 대화하면 되는 것이다.

   저자의 다음과 같은 말은 이 시대의 아빠들에게 무엇이 중요한지를 다시 한 번 일깨워준다. “죽을 때 ‘회사에서 좀 더 많이 일할걸’이라고 후회하는 남자는 없다. 대부분 ‘좀 더 가족과 같이 지냈더라면’하고 아쉬워한다.” 육아에 참여하고 싶어도 방법을 모르는 젊은 아빠들에게, 아이와 함께 더 가까워지기를 원하는 아빠에게, 스스로 팔불출이 되고자하는 프로페셔널한 아빠에게, 주위의 모든 아빠들에게 권하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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