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정년 후 - 정년, 그것은 새로운 인생의 시작이다
이충호 지음 / 하늘아래 / 2010년 4월
평점 :
절판
의외로 사람들은 불행한 사태에 대해 미리 준비하는 것을 꺼리는 경향이 있다. ‘유비무환(有備無患)’이라는 말보다는 ‘말이 씨가 된다’는 생각이 앞서기 때문일 것이다. 좋지 못한 일은 입에 담는 것조차 꺼리기 때문에, 그것을 드러내놓고 논의하는 것조차 조심하는 것이다. 하지만 좋지 못한 일이기에, 불편한 일이기에 더더욱 미리 준비해야 하는 것이 아닐까? 막다른 길에 다다라서 허둥지둥 대처해봤자 이미 상황은 악화되어 있는 경우가 많으니까 말이다.
정년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경제적 활동을 하던 사람이라면, 시기적인 차이만 있을 뿐 누구나 정년을 맞이하게 마련이다. 혹은 요즘같은 때에는, 꼭 정년이 아니더라도 매일같이 다니던 직장을, 어느 날은 그만 두게 되는 일도 종종 있을 것이다. 그 이후의 일에 대해, 너무 심각해질 필요는 없지만 미리 준비하는 마음으로 생각해보는 것도 필요할 것 같다.
이 책의 저자는 오랜 교직생활 끝에 정년퇴직을 한 분이다. 그래서 본인의 경험에 비추어, 정년을 맞이해 본 사람으로서 노후생활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노년의 불안과 희망, 행복하게 사는 길과 아름다운 마무리까지... 종종 은퇴하신 분들이 회고록 내지는 기념삼아 책을 내는 것을 보아온 터라, 이 책도 처음에는 그런 종류의 책인가 싶었다. 그런 느낌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저자는 인생 선배로서, 먼저 정년 후의 길을 걸었던 사람으로서, 뒤이어 그 길을 따라서 걸을 미지의 사람들에게 자신의 경험을 이야기하고 있다. 또한 뒤이어 올 사람들을 배려해 활자도 일반 책에 비해 폰트가 큰 편이다. 이 또한 저자의 경험에서 우러나온 배려일 것이다.
사실 이 책을 읽는 나도 아직은 노년이라는 단어가 와닿지는 않는다. 하지만 모르는 길을 갈 때, 무턱대고 이리저리 헤매기 보다는 작은 지도라도 한 장 있다면 길을 감에 있어서 훨씬 수월하지 않을까? 정년이나, 노년은 누구나 조만간 걷게 될 길이다. 그 길을 좀 더 현명하고 효율적으로 걷기 위해 책이라는 것이, 인생 선배의 경험이라는 것이 필요한 것이다. 이 책도 그 길을 위한 작은 안내서 중의 하나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