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비우면 세상이 보인다 - 개정판
텐진 갸초(달라이 라마) 지음, 공경희 옮김 / 문이당 / 2010년 3월
평점 :
품절



   언제나 선입견은 이렇다. 제풀에 미리 지레짐작했지만, 가끔씩 허를 찔리는 기분....그럼에도 이번 경우에는 그 의외성이 나쁘지 않다. 책을 받아보기 전에는, 내용에는 기대를 하면서도 기존에 갖고 있는 명상서의 개념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하지만 실제로 받고 나니 너무도 산뜻하고 예쁜 표지에, 초록색주황색으로 알록달록하게 구성된 책이었다. 이런 종류의 책은 그냥 잔잔하고 얌전한 표지와 무채색 느낌의 구성으로 되어 있으리라는 내 선입견이 여지없이 무너지는 순간이었다.  


     그렇게 기분 좋은 의외성으로 시작한 이 책은, 가벼우면서도 무겁다. 다시 말하자면, 짧은 글로만 이루어져 언제 어느 페이지를 펼쳐서라도 읽을 수 있을 만큼 부담이 없는 반면, 그 내용은 한 페이지로 몇 날 며칠을 고민하고 되새겨 봐야할 만큼 깊은 내용이 담겨져 있는 책이다. 
    티벳어로 ‘지혜의 큰 바다’라는 뜻의 Dalai Lama는 티벳 불교의 지도자를 말한다. 자비심과 상호 이해를 설파하는 그의 말씀은 평화와 구원을 바라는 세계인에게 많은 가르침을 주고 있다. 이 책은 현재 제14대 달라이 라마직을 수행하고 있는 텐진 가쵸에 의해 쓰여진 책이다. 이 책에서 달라이 라마는 자신의 글을 통해 독자들이 따뜻한 마음의 영감을 얻기를 원한다고 말한다. 또한 긍정적인 마음 상태를 유지하고, 항상 다른 이를 먼저 생각하라고 한다. 아마도 이러한 따뜻한 마음과 이타심이 달라이 라마 정신의 근간이 아닐까 싶다. 
 

    달라이 라마가 매일매일 썼다는 이 글은 365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어서, 마치 하루에 한 가지씩의 화두를 전해 듣는 느낌이다. 하루에 한 가지씩 이 글들을 읽으며, 하나씩 실천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365가지의 글들에는 불교 지도자로서의 글도 있지만, 그 내용은 특정 종교의 색채를 띠기 보다는 일반론에 가깝다. 그래서 종교의 유무를 떠나 누구에게나 적용될 수 있는 화두들이다.   

   내용을 보면, 자비심(90)이나 수행의 어려움(149)처럼 수행자로서의 생각을 담은 것도 있고, (131)나 용서(152), 인간의 품성(109)에 대한 것, 죽음의 과정(119), 죽음에 대한 준비(256) 등도 다루고 있다. 또한 환경문제(253)와 범 국가적 문제(202)에 대해 이야기하며 은연중 티벳과 지구에 대한 세계인의 ‘적극적’인 관심도 환기시키고 있다.

   이렇게 다양한 주제의 폭넓은 이슈들을 다루면서, 전체를 관통하는 중심은 긍적적 사고(72)이다. 그의 긍정적 사고는 반면교사(150)에서도 잘 나타난다. 이 글들을 보면, 곤경과 불운을 오히려 정신 수양의 ‘길’로 삼고자 하는 달라이 라마의 사상이 잘 드러나 있다. 그런 그이기에 망명 생활의 고단함도 이렇듯 평화적인 사상으로 승화시켰는가 보다.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의 불교 사상이 달라이 라마의 이 책에서는 ‘긍정적 사고’로 다시 태어남을 볼 수 있다.

   이 책을 펼치면 우선 짧막짧막한 글들에 조금 놀랄지도 모르겠다. 뭔가 ‘좋은 말씀’을 얻고자 거창한 질문을 했는데, 우문현답(愚問賢答)이라고 그저 짧게 한 마디만 툭 던지시는 스님을 뵙는 느낌일 수도 있다. 하지만 어차피 ‘내가 듣고 싶은 것만 듣는 것이 인지상정’이기에, 그 짧은 글 속에서 스스로의 답을 찾아야 할 것이다. 모든 답은 내 안에 있으니 말이다. 책 한 권으로 하루 아침에 큰 깨달음을 얻으려 욕심내기 보다는, 그저 옆에 두고 틈틈이 꺼내어 읽으며 ‘긍정적’인 눈으로 세상을 바라본다면 세상은 조금 더 따뜻해지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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