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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 전 시집 : 건축무한육면각체 - 윤동주가 사랑하고 존경한 시인 ㅣ 전 시집
이상 지음 / 스타북스 / 2023년 7월
평점 :
사라진 지 벌써 오래지만, 예전에 대학로에 가면 ‘오감도’라는 레스토랑(?)이 있었다. 학생 때라 비싸 보이는 그곳을 들어가 본 적은 없지만, 그 앞을 지나며 ‘오감도’라는 세 글자를 볼 때마다 ‘이상’의 이름이 항상 동시에 떠오르곤 했다.

오감도 이전에 이상을 작품으로 처음 만난 것은 <날개>를 통해서였다. 유곽의 매춘부로 일하는 아내와 그녀의 기둥서방 노릇을 하며 하릴없이 시간을 보내는 주인공의 일과를 그려낸 <날개>. 소설은 우울하고 암울한 상황을 그려내면서도 어딘가 애틋하기도 하고, 묘한 긴장감과 페이소스를 주고 있었다.
특히나 ‘날개야 돋아라. 날자. 날자. 한 번만 더 날자꾸나’하며 독백처럼 끝나는 결말은 소설의 내용만큼이나 기억 속에 오래도록 각인된 구절로 남았다. 그렇게 만난 이상은 이후에 ‘13인의 아해도 무섭다고 그리오’하는 ‘오감도’를 통해 또 한 번 각인되었다.

지금 읽어도 독특하고 난해한 이상의 시인데 하물며 그가 활동한 1920~30년대에는 그의 작품이 얼마나 생경하고 낯설었을까! 그렇게 독특하고 낯선 이상(李箱) 혹은 김해경(金海卿)인 작가의 작품은 현대에 이르러서도 ‘금홍아 금홍아’, ‘건축무한육면각체의 비밀’처럼 영화나 드라마로 자주 각색되기도 했다. 개인차는 있겠지만, 우리가 종종 접한 이상의 작품은 대개 그런 정도 같다.

그래서 이번에는 이상의 작품을 좀 더 읽어보고 싶어졌다. 이번 책 <이상 전 시집 건축무한육면각체>은 그렇게 선택하게 된 책이다. 이 책은 이상의 그 유명한 ‘날개’와 ‘오감도’뿐 아니라, 그의 대표 수필과 미발표 유고까지 함께 수록한 책이다. ‘거울’이나 ‘권태’ 같은 작품은 그래도 읽었던 기억이 나는데, 나머지 작품들은 아마도 처음 접하는 듯 낯설고 새롭게 느껴진다.
건축학을 전공하고, 건축 기사로 일하면서도 건축 뿐 아니라 시와 문학, 외국어와 그림에도 능했던 천재 예술가 이상! 그의 대표작들뿐만 아니라 수필, 미발표 유고, 습작 노트 등을 아우른 이번 책을 통해 이상과 그의 작품 세계에 조금 더 가까워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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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은 출판사에서 제공 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