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보자기
도광환 지음 / 자연경실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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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에 관한 책을 비교적 자주 읽는 편이다. 그러다 보니 미술 관련 책의 유형이 나름대로 분류가 되기도 한다. 미술사나 예술적 시작에서 다룬 책도 있고, 작가별, 작품별 이해에 중점을 둔 책 혹은 특정 시대 사조에 집중하거나 미술관 탐방에 초점을 맞춘 실용적인 책도 있다.


그런데 <미술-보자기>는 기존의 그런 유형에서 조금 동떨어진 책이다. 이 책은 25년간 보도사진을 주로 찍어온 사진작가의 미술 감상문이다. 그런데 그 미술 감상문이 조금 독특하다. ‘미술에 별 관심이 없었다는 저자는 밀라노에서 다빈치의 최후의 만찬을 대면한 뒤 영혼의 떨림같은 예술적 체험을 한 뒤로 미술 감상에 빠져들었다고 한다. 그 뒤로 저자는 SNS에 미술 관련 글을 꾸준히 올렸고, 그 내용들을 단행본으로 엮은 것이 이 책이다.


이 책은 미술 감상에 대해 솔직하고 담백하다저자는 전문가처럼 아는 척을 하거나 그림에 대한 지식을 뽐내지 않고오롯이 라는 존재에 대해서만 고민하고살펴보고사유한다미술 작품은 그런 그의 고찰에 적절하면서도 좋은 매개체가 되어줄 뿐이다평론가나 미술 전문가의 글과는 달리 일반적으로 느껴지기도 하지만그래서 더 읽기에 편하기도 하다.



저자는 미술을 ‘‘보자, 보는 일, 자신을, 기억하는 힘으로 정의한다. 그는 미술 작품을 통해에 대한 고찰을 시작하고 끝부분에 다시 ‘‘는 누구인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으로 회귀한다. 책은 다양한 미술 작품 감상을 거친 뒤 숲은 아름답고, 어둡고, 깊지만, 우린 약속을 위해 잠들기 전, 먼 길을 가야 한다.’는 다짐으로 끝을 맺는다. 그가 말하는 약속이란 바로 나를 찾는 일로서 이는 예술의 근본적인 이유이자 우리 삶의 과정이기도 하다.


보통의 미술 감상 책들은 시대별 혹은 작가별로 다루는 게 보통이지만, 이 책은 동서양과 시대를 자유롭게 넘나든다. 이 책의 목적은 개별 작품 하나하나의 감상이 아니라, 작품을 통해 나와 내 주변을 알아가고 이해하며, ‘나는 누구인가라는 스스로의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과정에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미술 작품들을 종횡무진 오가도 전혀 혼란스럽지 않고, 자연스레 따라가며 읽게 된다.



책은 실제본으로 완전히 펼쳐지게 되어 있어 그림을 감상하기에 무척 좋다. 내용면에서도 우리에게 익숙한 유명 작품 외에 미처 알지 못했던 작품들도 다양하게 보여준다. 작품의 유명세, 인지도에 치중하지 않고 -가족-친구,이웃,연인-엄마-여성 /신화-종교-역사/ 도시-자연 사고의 확장에 따라 그에 적절한 작품들을 감상하도록 제시해준다.


예술은 표현 방식과 매체는 각기 다를지라도 근본적으로는 란 존재에 대한 본질적인 질문과 그 답을 찾아가는 사유의 과정이다. 많은 예술가들이 자화상을 남기는 것도 그 때문일 것이다. 이 책은 화가가 자화상을 그리듯 미술감상을 통해 ‘‘는 누구인가에 대한 담론을 다룬 책이다. SNS에 게재했던 글이기에 읽기에 어렵지도 않다. 풍부한 그림 감상과 함께 내 안의 나를 살펴보고자 한다면 좋은 안내자가 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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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책을 읽고 주관적인 감상을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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