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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말의 탄생 - 서양 문화로 읽는 매혹적인 꽃 이야기 ㅣ 일인칭 5
샐리 쿨타드 지음, 박민정 옮김 / 동양북스(동양문고) / 2022년 6월
평점 :
요즘도 사람들이 꽃말에 크게 관심을 갖지 않지만, 예전에는 잡지 등을 보다 보면 한쪽 귀퉁이에 꽃말 코너 같은 것을 흔히 볼 수 있었다. 초등학교 때, 매월 받아보던 걸스카우트 잡지에는 한두 페이지에 걸쳐 꽃말과 꽃에 관한 스토리가 실려 있었다. 잡지에 어떤 것들이 실렸는지 다른 내용은 다 잊어버렸는데 꽃말 코너는 여전히 기억이 난다. 나중에 그 코너가 사라졌을 때는 내심 얼마나 서운했던지....
그 코너가 재미있었던 것은 ‘장미=사랑, 카네이션=감사’하는 식의 단순한 꽃말 나열이 아니라 꽃말과 함께 그 꽃말을 갖게 된 스토리가 있어서였다. 그때는 이야기가 재미있어서 읽었는데, 지나놓고 보니 꽃말 이야기가 결국은 그리스 로마 신화와 연결되어 있거나 역사나 문학적 상징에 관한 이야기였다. 예를 들면, 나르시스와 수선화, 해바라기와 아폴론 혹은 모란과 설총의 화왕계 등등.

<꽃말의 탄생>은 그래서 무척 반가워하며 읽은 책이다. 오랜만에 보는 꽃말 책이기도 했고, 그새 많이 잊어버린 꽃말들에 대해 궁금하기도 했다. 채색화로 아기자기하게 그려진 그림도 함께 있어 보기에도 좋았다. 책은 흔히 보는 수선화, 팬지, 민들레, 장미, 연꽃부터 헬레보어 Hellebore, 에키네시아 Echinacea, 보리지 Borage처럼 처음 들어보는 꽃들까지 50여 종의 꽃들을 다루고 있다.
책은 의외로 꽃과 꽃말을 명확하게 제시하여 보여주지는 않는다. 꽃을 소개하는 서두에 ‘수선화=자기애’하는 식으로 꽃말을 보여줬으면 그 꽃의 꽃말이 무엇인지 금방 알았을 텐데 책은 꽃말 자체에 대해서는 본문 사이사이에 숨겨두었다. <꽃말의 탄생>이라는 제목처럼 책은 꽃말 자체보다는 꽃말에 얽힌 배경이나 스토리나 혹은 문학작품에 쓰인 예 등을 보여주는데 집중한다.

구성이 세심하지는 않아서 조금 아쉬운 부분들도 있다. ‘행운을 빌어주는 꽃들(p.134)’에는 대표적으로 클로버, 은방울꽃, 쑥, 헤더, 튤립이 소개되어 있는데, 바로 이어지는 본문에는 헤더부터 나오는 등 순서가 뒤죽박죽이다. ‘회복을 기원하는 꽃들(p.240)’에는 캐모마일, 라벤더, 서양톱풀, 에키네시아, 레이디스 맨틀이 소개되어 있지만, 그 뒤에는 백합과 재스민 두 가지만 실려 있고 끝이다. 에키네시아는 엉뚱하게 앞부분의 ‘사랑을 고백하는 꽃들’에 해당되는 p.92에 실려 있다.
꽃은 자연이 만들었지만, 꽃말은 인간과 인간의 문화가 만들어 낸 상징이다. 그래서 꽃말에는 신화와 역사, 문학과 문화의 상징 등이 곳곳에 녹아들어 있다. 신화나 문학 속 꽃에 대한 이야기가 궁금한 독자들이라면 재미있게 읽힐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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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