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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널 페인팅 Final Painting - 화가 생애 마지막 그림을 그리다
파트릭 데 링크 지음, 장주미 옮김 / 마로니에북스 / 2022년 5월
평점 :
봉은사의 ‘판전(板殿)’ 글씨는 추사 김정희가 죽기 사흘 전에 쓴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화려한 솜씨와 예술적 기교를 다 내려놓은 채 어린아이의 글씨와 같이 무심한 마음으로 쓴 그 글씨는 추사의 수많은 작품 중 단연 으뜸으로 손꼽히고 있다. 이렇듯 작가의 말년 작품은 평생에 걸친 작가의 예술적 경험이 축적되어 그의 예술세계의 정수(精髓)를 보여준다.

예술가의 작품은 활동 시기나 작가의 인식 변화에 따라 작품 세계가 구분되곤 한다. 피카소를 예로 들면, 그의 작품을 청색 시대, 장미 시대, 아프리카 시대 등으로 구분하는 식이다. 평생에 걸쳐 작품 활동을 하고, 수많은 작품을 남긴 작가들의 경우는 대부분 그렇다. 그러다 보면 같은 작가라 할지라도 시기에 따라, 예술 사조나 작가 개인의 변화에 따라 작품의 느낌도 달라지게 마련이다.
<파이널 페인팅>은 많은 화가들의 작품 중에서 그들이 말년에 마지막 작품으로 남겼던 작품들을 주제로 하여 엮어놓은 책이다. 이 책은 우리가 명화로 익숙한 라파엘로, 티치아노, 렘브란트, 카라바조부터 고흐, 클림트, 모네, 마티스, 피카소, 호퍼 등 대중적으로 인기있는 화가들까지 두루 섭렵하며 그들의 말기 작품을 다루고 있다.

저자는 여러 화가들의 일생과 작품 활동을 소개하고, 그의 말기 작품 몇 점을 보여주며 그에 대한 설명을 덧붙이는 형식으로 책을 구성하였다. 작가 소개에는 출생 및 사망 장소, 사망 원인, 혼인 여부, 마지막 거주지와 작업실, 무덤 위치, 전용 미술관 등 세부적인 사항들도 덧붙여 작가에 대한 이해를 돕는다. 보통 출생과 생몰 년도 정도만 다루게 마련인데, 작가와 관련한 세밀한 내용들까지 알게 되는 점이 좋았다.
책을 처음 받았을 때,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좋은 퀄리티여서 깜짝 놀랐다. 그림들의 인쇄 상태는 도록처럼 선명했고, 책이 완전히 펼쳐지는 형태라 놓치는 부분 없이 작품을 볼 수 있었다. 판형이 커서 그림 보는 것이 시원시원했고, 작가와 그림에 대한 상세한 설명도 좋았다.

작가마다 대표작과 유명한 작품들은 많이 알려져 있지만, 미처 몰랐던 말기 작품들을 새로 접한 경우도 많았다. 왕성하게 활동하던 시기의 작품과 말년의 작품을 비교하여 보면서, 작가가 평생에 걸쳐 이루고자 했던 예술적 열망과 말년에 얽힌 뒷이야기 등을 읽으니 화가의 삶과 예술이 더 깊이 있게 이해되는 듯하다. 화가의 말기 작품 그리고 평생에 걸쳐 응축된 작가의 예술혼을 이해하기에 좋은 책이라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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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은 출판사에서 제공 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