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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산책 - 일본 유명 작가들의 산책잡담기 ㅣ 작가 시리즈 3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외 지음, 안은미 옮김 / 정은문고 / 2022년 5월
평점 :
산책은 많은 생각을 얻게 한다. 산책은 걷는 행동인 동시에 창의적인 행위이다. 걷는다는 단순한 행위를 반복하는 동안 머릿속은 온갖 상념들로 넘쳐나고 감성의 촉은 예민해진다. 혹은 걷는 동안 아무 생각이 없어지는 무념무상의 상태가 되기도 한다. 이렇게 생각이 자유로워지고 무념무상에 빠져드는 시간이 산책자에게는 가장 창의적인 시간이 되곤 한다. 그러니 동서양을 막론하고 많은 작가들이 산책을 즐기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작가의 산책>은 나쓰메 소세키, 다자이 오사무, 시마자키 도손 등 일본의 근현대 작가들이 산책에 관해 쓴 글들을 모아놓은 책이다. 20세기 초중반에 이들 작가들이 신문이나 잡지에 기고했던 글을 ‘산책’이라는 주제로 골라 다시 엮은 셈이다. 이 책은 <작가의 계절>, <작가의 마감>도 이은 세 번째 책이다. 앞의 두 권도 재미있게 읽었던 터라 이번 책도 기대했는데, 산책을 주제로 한 이번 책 역시 부담 없이 잘 읽혔다.

책은 아쿠타가와 류노스케의 ‘홀로 어슬렁어슬렁’을 시작으로 다케히사 유메지의 ‘꽈배기빵의 노래’까지 이어진다. 제목만으로도 유유자적한 산책의 정경이 눈앞에 절로 그려진다. 자신들이 살고있는 동네 주변, 타국의 낯선 골목길, ‘하나의 공원이자 민중의 산책 공간’(p.119)인 백화점과 꿈꾸는 동안에 하는 ‘잠자리 산보’(p.113)까지 작가들의 산책로는 다양하다. 그들의 산책로에는 ‘풀 베는 냄새’(p.64)도 나고, 몸은 늙어도 마음은 소녀 같은 사람 사는 냄새도 나며(p.63), 희비극 같은 삶의 애환이 느껴지기도 한다(p.111).
요즘 계속 무게감 있고 진중한 책을 읽던 중에 <작가의 산책>을 읽으니 산책하듯 가볍게 읽힌다. 그러면서도 일본에서 대문호라고 칭해지는 작가들의 글이라 그런지 짧은 글 속에서도 역시나 깊은 여운이 느껴지곤 한다. 편안한 마음으로 산책하듯이 읽기에 좋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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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은 출판사에서 제공 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