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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의 은밀한 감정 - Les émotions cachées des plantes
디디에 반 코뵐라르트 지음, 백선희 옮김 / 연금술사 / 2022년 5월
평점 :
한참 인기를 끌었던 드라마에 그런 장면이 나온 적이 있다. 식물에게 좋은 말, 예쁜 말을 해주면 잘 자란다고. 그 얘기를 들은 주인공은 미심쩍어 하면서도 자신이 키우는 토마토에게 고운 말을 들려준다. 이렇게 드라마 속 에피소드로 쓰일 만큼 ‘식물도 감정을 느낀다’는 얘기는 많이 알려져 있다.
‘그래도 정말 그럴까? 드라마니까 그런 거 아냐?’ 하며 반신반의하는 사람들에게 이 책은 식물에 대한 관찰과 실험을 바탕으로 식물의 은밀한 감정에 대해 이야기한다. 저자는 콩쿠르상과 다수의 문학상을 수상한 프랑스 태생의 소설가이다. 그는 식물과 관련한 자신의 어릴 적 경험을 시작으로 때로는 소설 같고, 때로는 과학 다큐멘터리 같은 이야기를 이어간다. 전문가들의 실험과 관찰을 바탕으로 얘기하니 식물에도 감정이 있다는 이야기가 점점 설득력있게 느껴진다.

이 책을 통해 듣는 식물 이야기는 놀랍기만 하다. 사람이 들려주는 좋은 말에 소극적으로 반응하는 정도가 아니라 오히려 자신의 환경을 주도적,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느낌이다. 벌과 나비에게 꽃꿀을 제공하는 일은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흔한 공생이자 공진화(여러 개의 종이 서로 영향을 주며 진화하는 것)다.
그런데 식물 자신이 필요한 것은 모두 취하면서 수분 매개자인 쉬파리에게는 아무것도 내어주지 않고 이용만 하는 일방적인 관계도 있다. 식물과 곤충이 서로 속고 속이는 과정을 보면 스릴러나 추리소설 못지않은 수 싸움이 펼쳐진다. 모두 각자의 종족 생존과 번식을 위한 두뇌 싸움의 연속이다.
우리는 식물이 이동을 못하고 한 자리에만 있다고 생각하지만, 꽃가루와 뿌리, 넝쿨을 이용해 먼 곳까지도 이동하는 것을 보면 경이롭기까지 하다. 또한, 아직까지 그럴 일은 없지만, 식물이 종 전체의 위기감이 느껴 갑자기 산소 생산을 줄여버리면 지구의 전 생태계가 연쇄 도산하듯 줄줄이 파괴될 수도 있다는 가설은 환경 파괴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기도 한다.

‘벼는 농부의 발소리를 듣고 자란다’는 말이 있다. 농부가 매일같이 논에 나가 관심을 기울이면 당연히 벼도 알차게 영글지 않겠는가. 벼가 아픈지, 건강한지, 탈은 없는지 매일 돌보러 나오는 농부의 발소리가 식물인 벼에게는 관심과 사랑으로 전해지지 않았을까. 벼뿐 아니라 우리 주변의 식물들도 우리가 조금 더 관심을 갖고 보면 함께 더 건강한 공존을 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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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은 출판사에서 제공 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