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끝의 언어 - 우리 삶에 스며든 51가지 냄새 이야기
주드 스튜어트 지음, 김은영 옮김 / 윌북 / 2022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오늘 페이스북에 들어가니 예전에 썼던 글이 과거의 오늘에 뜬다.

 

새 옷을 샀다.

입기 전에 세탁해서 냄새를 맡아보니 아무 냄새도 안 난다.

입기 시작하면 나만의 체취가 배어들겠지.

사람을 입는 것도 그럴 것 같다.

 

예전에 썼던 글을 다시 읽어보니 쑥스럽기는 하지만, 냄새에 관한 책을 읽던 중이라 그런지 몇 년 전에 썼던 이 글이 새삼스레 다시 읽혔다. ‘냄새라고 하면 떠오르는 기억이 몇 가지 있다.



비가 오기 시작할 때의 땅 냄새(흙냄새이거나 아스팔트 냄새이거나), 도서관의 오래된 책들에서 느껴지던 조금은 퀴퀴한 해묵은 냄새, 그리고 밤새도록 달려 도착한 이른 아침의 산사에서 아무도 없을 때 홀로 맡았던 매화의 암향(暗香)까지

희한한 것은 그 냄새를 떠올리면 그 냄새를 맡았던 과거의 어느 장면이 같이 떠오른다는 점이다. 마치 냄새를 통해 과거의 그 순간으로 돌아가는 듯한 느낌이다. 그 냄새를 평생 그때 한 번 맡았을 리도 없는데아마도 냄새와 그 순간의 기억이 같이 저장된 모양이다.

 

이 책에는 냄새, 감정의 시간 여행이라는 표현이 나온다.

- 중요한 일화기억이 형성될 때 (중략) 뭔가 특별한 냄새를 맡게 되면, 편도체와 해마 그리고 후각 신경구는 그때의 느낌과 기억, 그리고 냄새를 한꺼번에 자연스럽게 융합한다. (p.39)

- 연필에서는 생각과 고민의 냄새가 난다. (p.192)

냄새는 우리를 곧바로 과거의 한 장면으로 이동시킨다. (p.193)

 

<코끝의 언어>는 제목에서부터 잊고 있던 감각에 대해 다시금 생각하게 해준다. 보고 듣는 시청각적 자극은 차고 넘치는 요즘인데 코끝의 언어, 후각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관심이 덜했던 것 같다. 저자는 왜 굳이 냄새에 대해 쓰기로 했나라는 저자 서문과 함께 이 책을 읽는 방법까지 제시하며 냄새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킨다. 냄새의 전송이나 우주의 냄새에 대해서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는데, 저자가 서문에서 얘기한 달의 먼지 냄새, 화성의 흙냄새, 썩은 생선 냄새가 가득할지도 모르는 금성 얘기를 들으니 생각의 전환과 함께 새로운 감각이 일깨워진다.



책은 우리가 경험했으면서도 기억 속에 묻어둔 채 잊고 지냈던 마른 땅의 비 냄새, 빨랫줄에 널어 말린 빨래, 금방 깎은 연필, 휘발유, 오래된 책등 다양한 냄새들을 다시금 떠올리게 한다. 저자는 꽃과 허브 향, 달콤한 향, 흙내음, 쿰쿰한 냄새 등 다양한 냄새에 대해 매우 자세하게 세밀하게 고찰하고 있다. 또한 챕터 말미에는 냄새 일기 쓰기나 냄새 수집 등 냄새를 맡는 다양한 방법을 알려주면서 냄새에 대한 감각을 일깨운다.

 

책은 우리 삶에 스며든 51가지 냄새 이야기를 다루고 있지만, 책을 읽다 보면 후각뿐 아니라 잊고 있던 여러 감각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고, 새삼 느껴보게 된다. 두께감이 꽤 있는 책이지만 지루하지 않고 신선하게 읽히는 이유다.

 

---------------------

* 책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았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