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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은 언제나 찾아온다 - 노르망디에서 데이비드 호크니로부터
데이비드 호크니.마틴 게이퍼드 지음, 주은정 옮김 / 시공아트 / 2022년 1월
평점 :
예술가에게 평론가는 때론 계륵(鷄肋)일 수도 혹은 지음(知音)일 수도 있는 오묘한 존재다. 하지만 객관성을 유지하며 서로 교감을 나누는 평론가가 있다는 것은 작가로서는 분명 행복한 일이다. 그것은 단지 친소관계나 호의적 관계 때문이 아니라 작가 자신의 작업과 작품세계를 이해해주고, 작가의 발전을 자극하며 함께 성장해 나가기 때문이다. 작가는 평론가를 통해 이론적 토대를 견고히 하고, 평론가는 작가와의 교류를 통해 작가의 작품세계를 더 깊게 이해하게 된다.

이 책은 유명 화가인 데이비드 호크니와 미술평론가 마틴 게이퍼드의 대화 형식으로 이루어진 책이다. 호크니는 게이퍼드와의 대화를 통해 자신의 작품과 일상 곳곳에서 얻어지는 영감, 사물이나 풍경을 바라보는 시각 등 자신의 작품활동과 관련한 이야기들을 다양하게 풀어낸다. 내용상으로는 호크니의 전기 같지만, 저자는 이에 대해 대략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동시대 미술가의 경우는 다른데, 왜냐하면 그들과 그들의 작품이 아직 성장 중이기 때문이다...(중략)... 호크니의 삶과 미술은 여전히 진화해 가고 있다. 그러므로 이 글은 전기가 아니다. 이 글은 작품과 대화, 그 안에서 드러나는 새로운 전망, 그리고 그것들이 내 마음속에서 일으키는 생각을 기록한 일기에 가깝다. (p.12)

책은 표지에서부터 ‘호크니스러운’ 느낌을 마구 선사하며, 호크니의 작품 세계를 폭넓게 보여준다. 책에는 호크니의 작품이 무척 많이 실려 있어서 호크니의 최근작들을 실컷 볼 수 있다. 또한 호크니가 영향을 받은 다른 화가들의 작품과 게이퍼드와 주고받은 편지들도 있어 호크니의 작품 세계를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을 준다. 호크니는 게이퍼드와의 대화를 통해 자신의 작품활동, 노르망디의 생활과 코로나 시대의 일상에 대한 이야기들을 가감없이 들려준다.
호크니에게 활력을 불어넣는 것은 항상 무엇이 됐든지 다음 작품, 다음 발견이다. 이것은 결국 창조적인 사람 누구에게나 자연스러운 태도이자 기본 심리다. 일단 뒤돌아보기 시작하면 앞을 향한 전진을 멈추게 된다... (중략)... “앞을 향한 추진력이 멈추면 당신은 먹히고 만다.” (p.11)
나는 피카소가 분명 정해진 일과를 따랐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그는 평생 매일 작업을 했기 때문입니다. 나처럼 말이죠. (p.58.)
훌륭한 미술가는 말년에 이르렀다고 해서 자기 자신을 복제하는 법이 없습니다. 그들은 영원히 새로운 작업을 하죠. 노년의 피카소는 굉장합니다. 그는 지금도 내게 영향을 미칩니다. (p. 74)

연로한 노인들이 종종 하는 얘기가 있다. ‘앞으로 봄을 몇 번이나 볼까...’하는. 누구나 나이가 들게 마련이고, 살아갈 날보다 살아온 날이 훨씬 많은 노인에게는 이런 회한이 당연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창작 욕구가 왕성한 예술가는 노년에 이르러서도 ‘앞으로 봄이 몇 번이나 남았을까’를 무기력하게 헤아리기보다 ‘봄은 언제나 찾아온다’며 오늘도 작업에 몰두한다. 80을 넘은 노년의 작가임에도 그의 창작열은 여느 청년보다 뜨겁다. 그가 여전히 ‘핫 Hot’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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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은 출판사에서 제공 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