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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의 숲 - 나의 문어 선생님과 함께한 야생의 세계
크레이그 포스터.로스 프릴링크 지음, 이충호 옮김 / 해나무 / 2021년 11월
평점 :
하마터면 이 책을 모르고 지나칠 뻔했다. <나의 문어 선생님> 영화에 대한 호평은 많이 들었는데 <바다의 숲>이라는 제목의 이 책이 바로 그 내용이었다니!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이 책은 2021년 장편 다큐멘터리 부분 아카데미상을 받은 영화 <나의 문어 선생님>의 제작자가 쓴 감동적인 기록이다. 영화도 영화지만 이 책을 모르고 지나쳤다면 무척이나 아쉬울 뻔했다.
영화 제작자이자 영화감독인 크레이그 포스터는 남아프리카의 그레이트아프리칸시포리스트 바닷가에서 1년에 365일을 하루도 빠짐없이 잠수하며 바다생물의 흔적을 추적하고 기록한다. 10년 동안 매일 잠수를 하던 그가 로스를 만난 것은 그런 생활이 3년 정도 되었을 즈음이었다. 크레이그와 영화계에서 몇 번 마주쳤던 로스 프릴링크는 운명처럼 그의 잠수에 동행하게 되고 이후로 이들의 동행은 계속된다. 두 사람은 케이프반도와 그 해안선을 따라 늘어선 켈프숲을 터전으로 해서 나고 자랐으며, 아주 어릴 때부터 잠수를 시작한 덕분에 바다의 야생 자연과 매우 친숙하다는 공통점이 있다.

책은 로스와 크레이그의 글을 번갈아 보여주며, 바닷속에 들어가 있는 듯한 생생한 사진으로 생동감을 더해준다. 둘의 글을 번갈아 읽으니 같은 일을 두고 두 사람의 교차된 시선을 보는 것도 재미있다. 예를 들면, 백상아리를 마주친 로스는 자신의 섬뜩한 경험을 했다고 놀라는 반면에 그 얘기를 들은 크레이그는 백상아리의 눈과 몸짓이 위험한 신호가 아니었다며 그 순간을 직접 마주치지 못한 것을 두고두고 아쉬워하는 식이다. 그들의 작은 소동조차 우주를 담고 있는 듯한 파자마상어의 눈 사진 앞에서는 다 무색해지고 보는 이조차 상어 눈 속의 우주로 빨려 들어가고 만다.

책을 읽다 보면, 마치 이들이 성능 좋은 잠수장비라도 메고 있거나 혹은 폐가 아닌 아가미로 숨쉬는 게 아닐까 하는 착각이 들곤 한다. 하지만 그들은 놀랍게도 수온이 10°C 아래까지 내려가는 추운 바다에서도 잠수복조차 없이 프리스킨 다이빙을 하며, 자신들 역시 바닷속 생물의 일부가 되어 다른 생물들과 교류한다.
모든 사람은 야생의 본성을 갖고 태어난다. 그것은 지울 수 없는 흔적이다. 야생 생활은 수렵 채집인의 지위로 돌아가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야생과 관계를 맺는 것이고, 야생 자연의 본질 중 일부를 알고 그것을 우리 정신 속에서 살아가도록 하는 것이다.
크레이그는 20대 시절 사막에서 산족 부시먼에게서 배운 동물의 흔적을 추적하는 방법을 활용하고, 몸을 따뜻하게 하기 위해 티벳 승려들의 툼모 Tummo 호흡법을 로그에게 전수하기도 한다. 그렇다고 해도 저온의 바다에서 한 시간 넘게 잠수를 하고, 바닷속 생물들의 흔적을 눈에 본 듯 그려내는 그들의 작업은 경이롭기만 하다. 경이로움은 불가사리의 추격을 피해 물속으로 점프하는 소라들, 작은 소라가 뒤집혀서 도망을 못 치자 자신의 껍데기를 붙잡게 하여 같이 탈출하는 큰 소라, 바위에 붙어있는 삿갓조개를 기다란 이빨로 잡아 손으로 병마개를 비틀 듯 떼어내는 큰학치 등 바닷속 곳곳에 펼쳐진다. 이런 신비롭고 놀라운 경험 끝에는 ‘나의 문어 선생님’과의 만남도 있다.

크레이그의 아들 톰과 로스의 아들 조지프가 그들의 아버지가 그랬던 것처럼 어린 시절부터 바다와 친근해지는 모습은 감동적이다. 무섭기만한 상어지만 톰과 오랫동안 서로를 지켜본 뒤 서로의 평안함을 나누는 모습에서는 사람과 동물 사이의 연결 관계를 다시금 생각하게 한다.
나는 톰에게 바다를 존중하되 두려워하지 말라고 가르쳤다. 두려움은 행동을 잘 몰라서 생기는 경우가 많다. 밝은 색을 띤 이 나침반해파리는 해로운 동물인 양 행세하지만, 그 촉수는 작은 먹잇감에게만 효과가 있을 뿐이고 사람에게는 무해하다.
두 저자의 글은 독자를 끊임없이 다음 페이지로 이끌고 간다. ‘글 반, 사진 반’이라고 할 만큼 풍부하게 실린 사진도 한몫한다. 글과 더불어 현장감이 느껴지는 생생한 사진은 우리를 생명의 신비 가득한 바닷 속으로 인도한다. 마치 땅 위의 숲을 거닐 듯 바닷속의 켈프 숲을 자유롭게 여행하는 듯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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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