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어령의 마지막 수업 - 시대의 지성 이어령과 ‘인터스텔라’ 김지수의 ‘라스트 인터뷰’
김지수 지음, 이어령 / 열림원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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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승이라는 말이 귀해지고 있다. 시대의 스승이 되어주던 큰 어른들이 차례로 떠나시고, 세상을 위해 올곧은 말씀을 해주시는 스승을 만나기란 점점 더 어려워지는 듯하다. 그런 와중에 죽음을 앞둔 스승과의 마지막 인터뷰라니김지수의 인터스텔라는 평소에도 즐겨 읽고 있지만, 이번 라스트 인터뷰는 더욱 새겨가며 읽게 되었다.


이 책은 시대의 지성 이어령 교수가 삶과 죽음에 대한 솔직한 이야기를 들려주는 책이다. ‘인터스텔라로 잘 알려진 김지수 기자는 스승 이어령과 마주 앉은 열여섯 번의 화요일을 통해 스승이 전하는 인생 이야기들을 한 권의 책으로 담아내었다. 죽음을 앞둔 스승과의 대화라는 면에서는 자연스레 <모리와 함께한 화요일>을 떠올리게 되지만, 그것과는 또 다른 느낌이다.




이어령 교수는 철창을 나온 호랑이가 덤벼드는 와중에도 지성, 사랑, 종교, 학문 등 다양한 주제를 넘나들며 삶과 죽음에 대한 진솔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는 컵 하나로 바디 body와 마인드 mind, 스피릿 spirit, 현존과 영원을 명쾌하게 설명하기도 하고, 배꼽의 비밀을 통해 가장 중요한 것은 비어있다고 역설하기도 한다. 그늘이 모두 사라진 한낮의 오솔길에서 상승과 하락의 숨 막히는 리미트를, 생의 절정이 죽음임을 깨달았던 여섯 살 소년은 이제 죽음을 목전에 둔 노인이 되어 남겨진 이들에게 유언 같은 지혜의 말들을 남기고 있다.

 

민주주의의 평등은 생각하고 말하는 자의 개별성을 인정하는 거라네. 그 사람만의 생각, 그 사람만의 말은 그 사람만의 얼굴이고 지문이야. 용기를 내서 의문을 제기해야 하네. 간곡히 당부하네만, 그대에게 오는 모든 지식을 만장일치로 통과시키지 말게나. (p.38)

 

생각이 곧 동력이라네. (중략) 억압과 관습의 압력으로 살아가기 때문에, 생각하는 자는 지속적으로 중력을 거슬러야 해. 가벼워지면서 떠올라야 하지. 떠오르면 시야가 넓어져. (p.106)

 

용기를 내서 매사에 의문을 제기했던 꼬마 철학자는 남들처럼 평범할 수 없었고, 그랬기에 늘 외로웠다. 질문 없는 사회 분위기에서 자란 그는 존경은 받았으나 사랑은 못 받았다는 그는 그래도 여전히 모르는 게 많아 즐겁다고 말한다. 그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모르던 사실을 새로 알게 되어 눈이 반짝 뜨이기도 하고, 알고 있던 것도 다른 시각에서 보게 된다. 우리에게 지식뿐 아니라 지혜를 들려줄 수 있는 스승이 필요한 이유다.


마지막이라는 말의 무게감 때문인지 혹은 책의 행간 사이사이를 오가는 철창 나온 호랑이의 그림자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읽는 내내 찬찬히 읽게 되었다. 책장 접는 게 싫어서 포스트잇을 붙이는데, 이번 책은 페이지마다 포스트잇도 유독 많이 붙인 듯하다.


저자는 서문에서 선생과의 대화를 통해 감정의 근육과 지성의 근육이 최대치로 확장되었다고 하였다. 철창을 나온 호랑이를 결연히 물리친 스승이 죽음 혹은 삶에 대한 애잔한 질문의 아름다운 답을 오래도록 들려주시기를 빌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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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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